[리뷰] 강렬해진 ‘마마, 돈 크라이’, 여성의 마음을 빼앗다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4-09 14: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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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설앤컴퍼니
[일요주간=박경찬 극단 오이박 대표] 흡혈귀(吸血鬼)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매혹적이 가장 치명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흡혈귀(吸血鬼), 뱀파이어(vampire) 이야기의 유례는 뱀파이어 소설의 원조격인 브램 스토커의 1897년 작 드라큘라로부터 시작일 것이다. 그 후에 1922년에 F.W. 무르나우가 ‘노스페라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지금까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이야기를 늘 세간(世間)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매혹적인 이야기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마마, 돈 크라이’ 제목만으로 보았을 때는 얼핏 뱀파이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되기 어렵다. 아마도 작년에 만들어진 영화 ‘돈 크라이 마마’를 떠올리며 시사고발적인 주제나 아니면 휴먼드라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왜 ‘마마, 돈 크라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이 뮤지컬의 주인공 프로페서V는 자신 때문에 걱정과 염려로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위해 ‘마마 돈 크라이’를 부른다. 연구에만 몰두했던 아버지는 사회와 가정에 적응하며 살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고 아들 또한 사회로부터 단절하고 연구에만 몰두한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 흘린다. 프로페서V는 이런 현실적 상황을 벗어나고 탈피하고 싶어 하며 자신과 다른 자아인 뱀파이어에 매달린다.

‘마마 돈 크라이’는 유약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고 아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한다. 프로페서V는 천재 물리학자이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나서지도 못하는 겁쟁이에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스스로를 연구실 안에 가둬버리는 폐쇄적인 사람이다. 결국 유약한 천재 프로페서V는 타임머신을 만들어내고 신간여행을 통해 드라큘라에게 피를 바치고 뱀파이어가 된다.

‘마마 돈 크라이’에서 은하철도999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온다. 프로페서V의 이상형은 은하철도999에 나오는 메텔이고 시간여행에서 나오는 음악도 은하철도999에 주제곡이 편곡되어 들어간다. 그렇다면 연출 김운기(49), 작가 이희준(44) 부부가 왜 은하철도999를 인용하였을까.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쓰모토 레이지는 한 기자회견에서 “메텔은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난 환상의 존재이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사라지는 존재 그래서 철이와 맺어질 수 없다”라고 했다. 바로 이것과 깊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실제 극중 프로페서V 또한 사랑하는 여인 메텔과 이뤄 질 수 없게 된다.

▲ 사진제공=설앤컴퍼니


2010년 초연 당시에는 프로페서V 중심의 모노드라마였던 ‘마마 돈 크라이’가 이번에는 드라큘라의 비중을 늘려서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의 대립적인 관계로 내적갈등을 높여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보여 준다. 하지만 2인극이라고 하기에는 프로페서V의 모놀로그가 상당이 많다. 배우의 연기에 따라서 극의 몰입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적인 장치가 없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뱀파이어 이야기답게 달에 대한 무대에서의 표현과 프로세서V의 서제의 책장이 갈라지면서 보름달 장면이 나오는 모습은 상징적이면서도 매혹적이다. 다만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중앙 쪽에 조명과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어서 객석 가운데에 앉지 않으면 무대 미학을 만끽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마 돈 크라이’의 강력한 사운드. 록음악을 기반으로 했지만 다채롭고 흥미로운 곡들이 가득하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드라큘라가 부르는 노래라든지, 프로페서V가 부르는 ‘Mama, Don’t cry’는 배우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이기 때문이다.

‘마마, 돈 크라이’ 창작뮤지컬의 다양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이다. 관객들도 극장 문을 나서며 뮤지컬 넘버가 귓가에 맴돌고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5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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