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힐링’을 주제로 한 책들이 서점가에 베스트셀러 등극하면서 이제 ‘힐링’이란 단어는 어렵지 않게 들어 볼 수 있는 말이 됐다.
방송이나 공연계에서도 ‘힐링 콘서트’, ‘힐링 뮤지컬’을 표방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한창이다. 그러나 힐링이란 말이 상품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힐링은 단순히 치유, 치료의 뜻이 아니다. 힐(heal)의 어원을 보면 온전함으로 다시 돌아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찢어진 상처가 다시 온전히 되는 것이 힐링인 것이다.
여기 각기 다른 사연과 상처로 만난 세 남자가 뜻하지 않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힐링’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공연이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유럽블로그’는 동욱, 종일, 석호 세 남자의 각자 다른 이유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사진속의 장소를 찾아 유럽에 온 동욱과 5년째 유럽 장기여행 중인 그의 형 종일, 그리고 바람난 여자 친구를 잡으러 유럽에 온 석호. 그들의 생각지도 못했던 동행이 이뤄지면서 여행은 시작된다.
이 계획되지 않는 여행을 인생에 빗대어 풀어나가는 동안 관객들은 그 끝자락에서 용기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김수로 프로젝트 5탄 ‘유럽 블로그’는 ‘발칙한 로맨스’, ‘커피프린스 1호점’, ‘블랙메리포핀스’, ‘이기동 체육관’에 이어 5번째로 올라가는 작품이다. 연극 ‘인디아블로그’(2010년 초연)의 블로그 시리즈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블로그’는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배우들이 직접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을 직접 카메라에 담고 있어 영상을 접하는 관객들이 직접 유럽 여행을 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무대 위 연기와 영상 속 배우들의 모습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준다.
여행이 사치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에게 대리 여행을, 또 여행을 꿈꾸었지만 현실에서 주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여행 상품을 이야기하듯 지명이나 관광지 소개가 주된 공연은 아니다. 인물의 각자의 사연과 사건이 주도(主導)를 이루면서도 배경이 유럽이라는 것이 이국적이면서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음악극으로서 무대 위에 밴드가 직접 라이브 연주를 하고 배우는 이들을 거리의 악사라고 소개한다. 배우들이 직접 어쿠스틱기타를 연주하는 모습 또한 음악극이라는 설명에 잘 부합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선율이 감성을 돋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공연의 즐거움 중 하나인데 즉석에서 관객들이 효과음을 내준다던지 바다의 해산물, 들판의 소가 되는 장면은 참여하는 관객이나 배우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공연은 관객의 전유물도 그렇다고 배우의 소유물도 아니다. 공연은 소통이고, 소통은 힐링이다.
쉴 새 없이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돌아서는 그 순간도 깊은 여운이 남는 음악극 ‘유럽 블로그’에서 힐링이란 일탈이 아닌 다시 살아 갈 용기를 얻고 희망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유럽블로그’는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공연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