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고 희망사항은 더 많은 부를 축척하는 것이다. 나눔이라는 것은 패배자끼리의 동병상련(同病相憐)처럼 느껴진다.
대한민국은 과다경쟁 속에 공동체 인식이 사라져 버리고 개인주의만 남아있는 형편이다. 급격화된 노령화, 취업과 생활고 등으로 대한민국은 8년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는 아직 사람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키워나가 곳이 있다.
연극 <칼잡이>이는 이중 한곳을 소개한다. <칼잡이>의 배경은 동대문 재래시장. 이곳에 시장상인들을 주 고객으로 장사하는 횟집이 있다. 서른 살의 병욱은 벼룩시장 구인광고를 보고 이 횟집에 찾아오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시장이라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출연하는 모든 캐릭터의 매력을 극 안에 녹아내리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자칫하면 극이 인물만 소개하고 끝나버려 극이 비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칼잡이>는 극중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삼수생 아르바이트생 지니, 칠순 넘었지만 자식일이라면 투잡도 마다하지 않는 왈가닥 할멈, 조선족인 게 들킬까봐 벙어리인 척하는 억척녀 밍티엔, 손수레로 여러 종류의 차를 싣고 다니며 파는 아주머니와 그녀의 라이벌 꽃다방 레지 아가씨, 배달 일을 하며 돈을 꼬박꼬박 저축한 노총각등이 가세해 북적북적 극에 활력을 더한다.

연극<칼잡이>는 노래와 연기가 버무려진 맛있는 회 무침 같은 연극이다. 매콤한 사람들 간의 정(情)이 느껴진다.
새벽을 여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슬랩스틱의 몸동작은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배경음악과도 잘 어울려 위트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극의 연출을 맡은 위성신 연출가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늙은 부부 이야기’ 등으로 대학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연출가이다. <칼잡이>에서도 연출의 내공이 잘 보여 진다.
다만 극의 갈등이 잘 나타나지 않고 밋밋한 결말이 아쉽다. 원작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세대 간의 갈등이 극심한 이 시대에도 본받을 어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강철수(69) 화백의 의중은 극에서 잘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횟집 오익달 사장이 제자인 병욱에게 횟집을 물려주지만 그 배경이 잘 나타나지 않아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시장사람들이 힘을 합쳐 대형마트가 생기는 것을 대비해 상인들이 시장을 정비하고, 물건 값을 내려 받으며 각종 편의시설과 장비를 비치해 대형마트를 이겨내겠다는 결말이 더 돋보인다.
연극 <칼잡이>는 현실의 아픔과 비관적인 사회상 가운데 위로와 화합으로 이겨내는 시장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오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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