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인가 실전인가’ 천재들의 맞수 “박정환의 완벽승”

백대현 프로8단 / 기사승인 : 2013-04-29 08: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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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현 프로의 바둑읽기] 그 두 번째 이야기
▲ 제14기 맥심커피배 결승 2국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세돌 9단(왼편)과 박정환 9단

한국 랭킹 1위와 2위의 첫 결승 맞대결

3월 27일 강원도 강릉 메이플비치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제1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2국이 열렸다. 이번 대회는 한국 랭킹 1위와 2위의 첫 결승 맞대결이어서 바둑계 주변의 이목이 집중 되어 있었다.

이미 1국에서 승리를 거둔 박정환 9단은 이번 강릉 대첩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 이세돌 9단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결과는 227수 흑 불계승, 박정환 9단의 승리였다.

한국 랭킹 1위를 굳게 지켜오며 한국 바둑계의 선봉장으로 불려온 이세돌 9단을 상대로 2:0 완봉승을 거둔 박정환 9단은 대회 2연패를 기록함과 동시에 한국 바둑계 선봉장을 탈환하기 위한 전진 기지를 확보했다.

박정환 9단은 얼마 전 세계대회 최고의 우승상금을 자랑하는(미화 40만 달러)응씨배에서 중국의 신진고수 판팅 위에게 우승을 내주며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기에 이번 대회 우승은 더욱 값진 의미가 있다. 첫 결승 대결을 통해 이제 두 기사의 본격적인 타이틀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이제는 한국 바둑의 자존심이 된 두 천재 기사가 앞으로 펼칠 명승부가 기대된다. 맥심커피배는 바둑TV가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동서식품이 후원한다. 총 규모는 1억3,400만원이며, 우승 상금은 2,500만원이다. 제한시간 각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본 대회는 입신(入神)의 반열에 오른 9단들만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집중분석] 박정환 9단 2연패 스토리

제1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2국
흑: 박정환 9단 백: 이세돌 9단
227수 흑불계승

제14기 맥심커피배 결승 1국은 박정환 9단의 완승국이다. 이세돌 9단이 자신의 주특기 중 하나인 특유의 흔들기를 시도하며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혔지만 박정환 9단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우세한 상황을 끝까지 지켜냈다. 재미있는 것은 결국 2국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는 점이다.

초반에 우상귀에서 밀어붙이기 정석이 등장하면서 전투가 시작됐다.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지만 서로 둘만한 진행. 우상에서 시작된 싸움은 좌상으로 번진다. 좌상 싸움에서 이세돌 9단이 먼저 점수를 올린다. 1도는 실전진행. 박정환 9단은 흑 1로 중앙을 밀어간 후 흑 3으로 백 모양의 약점을 추궁한다.

하지만 백 4, 6으로 백의 약점이 선수로 지켜졌고, 백 12의 강력한 붙임수로 인해 흑 돌의 탈출구가 막혔다. 흑 가로 돌파하면 백 나, 흑 다, 백 라로 흑 다섯 점이 잡히는 형태. 흑 1은 2도 흑 1로 지켜두는 것이 정수였다. A와 B가 맞보기여서 흑 모양은 자체로 안정되어 있는 형태이며 백의 응수에 따라 흑 C를 노릴 수 있었다. 중앙 돌파가 어려운 박정환 9단은 3도 흑 1, 3, 5로 자체로 사는 형태를 구한다.

백 18까지 백 우세. 중 후반 형세가 불리한 박정환 9단은 4도 흑 1, 3, 5로 우하 백돌을 압박함과 동시에 좌하 백대마에 대한 공격을 노린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이에 정확하게 대응하며 박정환 9단의 흔들기를 막아낸다.

5도 백 1이 적절한 타이밍의 선수행사. 흑 2로 받지 않으면 백 마로 치중해 좌변 흑 대마가 잡힌다. 백 대마의 연결하는 수를 남겨둔 이세돌 9단은 백 5, 7로 중앙을 돌파하고, 백 17까지 차분하게 백 대마를 연결한다.

박정환 9단의 첫 번째 흔들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박정환의 흔들기 2탄이 준비되어 있었다. 6도 흑 1이 좋은 맥점. 백 D로 소극적으로 받는 것은 흑 E에 되 젖히는 수가 준비되어 있다. 이대로 가면 패배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기에 박정환 9단은 옥쇄를 각오한 마지막 싸움을 걸어간다.

7도가 실전진행. 박정환 9단은 흑 16까지 우하의 백 모양을 폭파하며 그 자리에 자신의 집을 건축해 추격에 성공한다. 수순 중 백 9가 이세돌 9단의 실수. 8도 백 1로 두는 것이 결정타가 될 수 있었다. 흑 2에는 백 3으로 좌변 흑 대마가 살 길이 없다. ‘실수는 실수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던 기회를 놓친 이세돌 9단은 다시 결정적인 끝내기 실수를 범한다. 9도 백 1이 마지막 패착이다.

흑 2로 넘어가서는 반면 10가량 부족한 형세. 결국 흑 14를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이 돌을 거둔다. 백 1은 10도 백 1로 두는 것이 반상최대의 자리였다. 계속해서 백 11까지 바둑은 미세한 승부였다. 본 대국을 해설했던 목진석 9단은 ‘이세돌 9단이 이렇게 역전패를 당하는 것은 처음 본다.’ 라는 표현을 하며 이세돌 9단의 두 번의 실수에 대해 놀라워했다.

평소에 이세돌 9단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었기에 주변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바둑은 사람이 하는 게임이다. 천하의 이세돌 9단이라고 해도 역시 사람이기에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

이세돌 9단은 이미 지나간 승부에 미련을 두지 말고 자신의 실수를 거울삼아 더욱 정진해 나가길 바라며, 더불어 박정환 9단의 맥심커피배 대회 2연패를 축하한다.

<백대현 8단>

소속 : 한국기원
이름 : 백대현 白大鉉
생일 : 1978년05월15일

약력
1994년 : 입단. 제39기 국수전 본선.
1995년 : 제4기 연승바둑최강전 본선.
1996년 : 연승바둑최강전, 배달왕기전 본선
1998년 : 4단 승단. 제3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1999년 : 제30기 명인전 본선,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입학.

2000년 : 제44기 국수전, 제10기 신인왕전 본선
2002년 : 제6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3년 : 제47기 국수전 본선. 제3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본선. 제7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4년 : 제8회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4위.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8강진출.

2007년
제1회 2007 마스터즈 본선 16강
제26회 KBS바둑왕전 본선
제19회 기성전 본선

2009년
03.20 제28기 KBS바둑왕전 본선진출
03.30 7단 승단
04.20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진출
06.18 제52기 국수전 본선 진출
12.01 제15회 GS칼텍스배 본선진출

2010년
01.13 제2회 비씨카드배 64강 본선진출
04.23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진출
07.12 8단 승단

바둑 프로 8단
현재 K바둑, 바둑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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