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국, 한 판의 바둑으로 날려버리다”

백대현 프로8단 / 기사승인 : 2013-04-29 08: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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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현 프로의 바둑읽기] 그 세 번째 이야기
▲ 시상식 왼쪽부터 변상일 2단, 박동현 회장, 이동훈 2단

변상일 2단 메지온배 초대 신인왕이 되다.

한국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신예기사와 연구생 유망주들의 대격전의 장이었던 2013 메지온배 오픈 신인왕전 시상식이 4월 8일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입단 1~3년차 신예 기사 32명과 아직 입단의 관문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신예 기사들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연구생 상위 10명이 모여 총 42명이 흥미로운 대결을 펼쳤던 메지온배 오픈 신인왕전은 신예기사와 연구생의 대결의 장이 열려 바둑계 주변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입단의 관문을 통과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단지 면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닌 분명한 백지 한 장의 차이가 있었다. 연구생들 중 김창훈과 송혜령이 16강에 오르며 분투했지만, 각각 김원빈 초단과 박영롱 초단에게 패하며 8강전부터는 연구생이 모두 탁락한 가운데 신예프로 기사들끼리 각축전이 됐다.

2개월여 간의 치열한 승부 끝에 마지막 결승 무대는 양우석 초단, 강태훈 초단, 최홍윤 2단을 차례로 물리친 변상일 2단(16)과 오유진 초단, 김성진 2단, 다크호스 신민준 초단을 준결승에서 제압한 이동훈 2단(15)이 장식했다. 두 라이벌의 결승전은 4년 전 무대를 추억하게 만들었다.

두 기사는 입단 전 어린이 대회 중 최고의 우승상금(우승 천만원)을 자랑하는 바둑 꿈나무들의 꿈의 무대인 2009년 대한생명배 최강부 결승에서 이미 한 차례 대결을 펼친바 있었다.

당시 한 살 동생인 이동훈이 승리하며 바둑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준우승자 변상일은 이동훈에 가려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또한 이동훈은 2011년 5월에 입단하며 2012년 1월에 입단한 변상일보다 7개월 먼저 프로에 입문했다.

변상일은 한 살 동생인 이동훈을 보며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프로기사가 된 후 두 기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 대국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 첫 대국이 공교롭게도 결승 무대에서 성사된 것. 변상일에게는 리턴 매치와 같은 의미가 있었다.

변상일은 그간의 설움을 이 한판의 바둑으로 모두 날려 버리며 승리, 입단 1년 2개월 만의 첫 우승을 기록했다. 2011년 제1회 KC&A배 신인왕전 결승에서도 강유택에게 0-2로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었던 이동훈은 또 다시 변상일에게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두 번의 아픔을 겪게 됐다.

한 번씩 우승을 나누어 가진 두 라이벌이 앞으로 계속해서 펼쳐나갈 명승부열전을 기대하며, 두 기사 모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해 한국 바둑의 큰 기둥들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2013 메지온배 오픈 신인왕전은 (주)메지온이 후원하고 (재)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재)한국기원이 주관했다. 우승상금은 8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만원이다. 생각시간은 각 1시간,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졌다.

[집중분석] 신예 라이벌 빅 매치

2013 메지온배 오픈 신인왕전 결승
흑: 이동훈 2단 백: 변상일 2단
178수 백불계승

한국 바둑계의 미래를 엿 볼 수 있는 두 신예 라이벌의 대결을 함께 조명해보자. 무난한 초반 흐름을 보이던 상황에서 변상일 2단이 1도와 같이 우상귀에 백△로 응수타진하며 첫 공방전이 시작됐다.

이동훈 2단은 우상귀에 뒷맛이 남는 것이 싫었던지 2도 흑 1로 늘어두고 백 2에 흑 3으로 강하게 대응하며 상대를 압박한다. 여기서 바로 백 가로 움직이는 것은 흑 나로 늘어 두어서 사는 길어 보이지 않는다.

고민 끝에 변상일 2단은 백 4의 큰 자리를 차지하며 긴 호흡으로 간다. 하지만 흑 5, 7로 상변 일대가 크게 굳어져서는 이동훈 2단이 편한 진행. 백 4는 3도 백 1로 가볍게 잽을 날려보는 것이 좋았다.

우상귀 백 두 점이 아직은 살아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흑 2로 받아주는 것이 보통인데, 백1, 흑 2의 교환이 이득이어서 백 7까지 실전보다는 백이 활발해 보인다. 이후 변상일 2단은 상변에서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좌변 흑 돌을 공격하며 국면을 풀어가던 중, 4도 흑△로 두어 좌변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느낌이다. 여기에서는 백 1이 한눈에 들어오는 큰 자리.

하지만 이것은 흑 2로 씌우는 자리가 좋아서 중앙 흑 모양이 거대해진다. 이렇게 단순한 진행으로는 별 재미가 없다고 판단한 변상일 2단은 5도 백 1로 젖혀가며 승부수를 띄운다. 변상일 2단이 약간 무리한 느낌이지만, 이동훈 2단은 우세를 의식해서인지 흑 4로 안전한 진행을 선택한다.

그러나 여지없이 변상일 2단의 날카로운 반격이 이어졌다. 백 5가 호수. 11의 곳과 7의 곳을 맛보기로 노리는 수다. 흑 6은 궁여지책. 변상일 2단은 백 7이하 상변과 중앙에서 백돌을 버림돌로 활용하며 중앙에 머리를 내밀었고, 선수를 잡아 백 19로 반상 최대의 곳을 차지하며 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이동훈 2단은 흑 4로 6도 흑 1, 3으로 좌 중앙을 지켜두는 것이 좋았다.

백 4이하 중앙 백을 바로 움직이는 것은 흑 9까지 자연스럽게 중앙에 포위망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렇게 둔다면 변상일 2단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둑은 어느덧 후반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 두 기사 모두 초읽기 몰려있어 이제는 집중력 싸움이다.

7도 흑 1이 자체로는 좋은 맥점. 하지만 이것은 독이든 성배였다. 변상일 2단은 백 2이하 중앙을 두텁게 정리하며 우변 백돌을 순순히 상대에게 내준다. 백 12, 흑 13은 A에 곳에 끊어지는 약점을 보강하는 수. 흑 13까지 눈에 보이는 실리에서는 흑이 많이 앞서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변상일 2단의 치밀한 수읽기 아래 진행된 것이었다. 8도 백 1, 3이 변상일 2단이 노리던 결정타. 이동훈 2단은 흑 대마 전체의 안위를 위해 흑 4로 물러나야 했고, 백 7까지 좌변 흑 돌을 잡은 변상일 2단은 여기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동훈 2단이 9도 흑 1로 좌변 흑 돌을 살리려고 하면 백 2, 4로 두어 흑 대마 전체가 잡히는 형태. 흑 5로 붙여가는 것이 일감이나, 백 6, 8, 10으로 인해 흑 대마가 더 이상 숨 쉴 틈이 없다. 이후 50여수 정도 더 진행이 되었으나 더 이상 역전의 길은 없었다.

변상일 2단이 이동훈 2단의 작은 허점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파고들어 승부를 결정지으며 메지온배 초대 신인왕에 올랐다.

<백대현 8단>

소속 : 한국기원
이름 : 백대현 白大鉉
생일 : 1978년05월15일

약력
1994년 : 입단. 제39기 국수전 본선.
1995년 : 제4기 연승바둑최강전 본선.
1996년 : 연승바둑최강전, 배달왕기전 본선
1998년 : 4단 승단. 제3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1999년 : 제30기 명인전 본선,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입학.

2000년 : 제44기 국수전, 제10기 신인왕전 본선
2002년 : 제6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3년 : 제47기 국수전 본선. 제3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본선. 제7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4년 : 제8회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4위.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8강진출.

2007년
제1회 2007 마스터즈 본선 16강
제26회 KBS바둑왕전 본선
제19회 기성전 본선

2009년
03.20 제28기 KBS바둑왕전 본선진출
03.30 7단 승단
04.20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진출
06.18 제52기 국수전 본선 진출
12.01 제15회 GS칼텍스배 본선진출

2010년
01.13 제2회 비씨카드배 64강 본선진출
04.23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진출
07.12 8단 승단

바둑 프로 8단
현재 K바둑, 바둑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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