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세돌 ‘최 정’ 파워에 최강 중국 무너져

백대현 프로8단 / 기사승인 : 2013-04-29 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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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현 프로의 바둑읽기] 그 네 번째 이야기
▲ 왼쪽부터 문도원 3단, 최 정3단, 박지은 9단

최 정 3단, 제3회 황룡사쌍등배 한국 우승의 주역이 되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여류 최강의 전사들이 연승전 방식으로 맞붙는 제3회 황룡사쌍등(黄龙士雙登)배에서 한국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두 번의 대회 모두 중국에게 우승을 내주었던 한국 여자바둑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며, 중국의 대회 3연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기록한 기사는 단 3명. 나이가 어린 3명의 선수가 대회를 주도 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의 첫 주자로 출전한 김채영 초단(17)이 첫 대국에서 중국의 강호 쑹룽후이 5단(21)을 제압하며 내리 4연승을 거두어 대회 초반 한국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대회 최연소 기사인 중국의 위즈잉 2단(16)이 김채영의 연승을 끊었고, 그 기세로 6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한국과 중국의 어린 기사들의 기세에 눌려 평균 연령이 가장 높았던 일본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전멸했고, 여기서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싸움이 됐다. 위즈잉은 마치 대회를 혼자서 마무리 하려는 듯 무서운 기세를 선보였지만, 한국에는 특급 소방수 최 정 3단(17)이 있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최 정과 위즈잉의 승부에서 최정은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했고, 결국 위기에 몰린 위즈잉은 시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패가 아니더라도 최 정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상황. 위즈잉의 7연승을 저지하며 다시 흐름을 돌려놓은 최 정은 리허 5단(21)에 이어 최종국에서 지난 2회 대회에서 8연승의 신화를 남긴 왕천싱 5단(22)마저 제압하며 대회 우승의 주역이 됐다.

실리보다는 두터움을 추구하고, 강력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힘이 강해서 소녀 장사, 여자 이세돌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 정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서는 여류 명인전에서 2연패를 기록 중이고,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여자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지만 최 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왜냐하면 최 정은 여류 최강이 아닌 세계 최강의 자리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정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계속해서 주목해보자. 제3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대항전은 중국기원과 장옌시 인민정부가 공동주최하며, 장옌시 체육국과 황룡사연구회가 주관, 쌍등그룹, 태평양정밀단조가 후원했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에 60초 1회가 주어지며 우승상금은 45만 위안(한화 약 8000만원)이다. 이 대회가 열린 장옌시는 청나라 때 국수(國手)였던 황룡사(黃龍士)의 고향으로 2009년 황룡사연구회를, 2011년에는 황룡사기념관을 건립하고 황룡사가원배를 개최하는 등 중국에서 바둑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이며 황룡사'를 테마로 ‘흑백도(黑白道)’라는 바둑영화도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회 황룡사 쌍등배 한중일 대표 선수명단

한국 : 박지은 9단(30) 최정 3단(17) 문도원 3단(22), 김혜림 2단(21) 김채영 초단(17)중국 : 왕천싱 5단(22) 리허 5단(21) 쑹룽후이 5단(21) 천이밍 2단(21), 위즈잉 2단(16) 일본 : 무카이 치아키 5단(26),오사와 나루미 4단(37) 오쿠다 아야 3단(25) 이시이 아카네 2단(31), 씨에이민 6단(24)

[집중분석] 제3회 황룡사쌍등배 본선 13국(최종국)

흑: 최 정 3단 백: 왕천싱 5단
263 수 끝 흑 3집 반승

제3회 황룡사쌍등배 최종국을 통해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최정스타일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자. 대국 초반 왕천싱 5단이 백△로 다가오며 난전을 유도한다. 우변 백 모양의 간격이 넓기 때문에 우변에 침입하는 것이 먼저 떠오르는 형태.

하지만 최정 3단은 흑 1, 3으로 씌워가는 알기 쉬운 진행을 선택한다. 보통은 우변 백 모양이 굳어져서 내키지 않는 진행이지만, 우변을 내준 대가로 흑 7까지 두터움을 얻은 최 정은 흑 9로 역습하는 수가 좋아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2도를 통해서도 최 정의 기풍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는 흑 가로 다가오는 것이 집으로 큰 자리며 일반적인 선택. 하지만 최 정의 선택은 흑 1의 씌움이었다. 흑 11까지 하변 백 대마를 압박해 중앙에 두터움을 확보한 최 정은 흑 13으로 큰 모양을 형성한다. 바둑은 우상귀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며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선수를 잡은 최 정의 손길은 3도 흑 1의 곳으로 향한다. 사실 흑 나로 전개하여 흑 모양을 키워가는 것이 일감.

하지만 최 정의 눈에는 흑 1의 곳에 지켜두며 느리지만 두텁게 진행하는 것이 더 좋아 보였다. 백 6의 삭감에도 흑 다가 아닌 흑 7의 씌움으로 중앙을 키워가는 일관된 작전을 펼친다. 형세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왕천싱이 4도 백□로 다가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여기서 흑 1이 날카로운 잽. 백 2에 흑 3, 5, 7이 이어지는 유연한 공격이다. 최정이 상변 백 대마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중앙에 흑 모양을 극대화하며 승세를 굳힌다. 이제 바둑은 종착역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 왕천싱이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흔들기에 돌입한다.

5도 백 1, 3이 좋은 맥점이며 왕천싱의 마지막 흔들기. 여기서 6도 같이 흑 1로 백 한점을 잡아두는 것은 백 2, 4로 우하귀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흑 5로 끊어가도 백 6으로 늘어두어서 귀의 특수성으로 인해 흑 두점이 잡히는 형태. 이것이 왕천싱이 원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최 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7도 흑 1이 냉정한 수. 백 2에는 흑 3으로 백 한점을 잡아두며 중앙 흑을 버리고, 흑 7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완벽한 수순이다. 최 정은 흑 11의 비마 끝내기를 달리며 승리를 확신한다. 수순 중 흑 3으로 8도 같이 흑 1로 중앙을 살리는 것은 욕심.

백 2로 패가 나게 되는데, 이것은 하변 흑 대마를 잡자는 팻감이 많이 나와서 최 정이 곤란한 모습이다.

최 정은 이후에 수순에서 안정적인 마무리를 보여주며 상대에게 추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두터움을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특유의 공격을 통해 상대를 압도했던 최 정의 명국이며 완승국이다.

<백대현 8단>

소속 : 한국기원
이름 : 백대현 白大鉉
생일 : 1978년05월15일

약력
1994년 : 입단. 제39기 국수전 본선.
1995년 : 제4기 연승바둑최강전 본선.
1996년 : 연승바둑최강전, 배달왕기전 본선
1998년 : 4단 승단. 제3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1999년 : 제30기 명인전 본선,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입학.

2000년 : 제44기 국수전, 제10기 신인왕전 본선
2002년 : 제6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3년 : 제47기 국수전 본선. 제3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본선. 제7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2004년 : 제8회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4위.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8강진출.

2007년
제1회 2007 마스터즈 본선 16강
제26회 KBS바둑왕전 본선
제19회 기성전 본선

2009년
03.20 제28기 KBS바둑왕전 본선진출
03.30 7단 승단
04.20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진출
06.18 제52기 국수전 본선 진출
12.01 제15회 GS칼텍스배 본선진출

2010년
01.13 제2회 비씨카드배 64강 본선진출
04.23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진출
07.12 8단 승단

바둑 프로 8단
현재 K바둑, 바둑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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