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이희원 기자] 세계 축구 최강팀을 벌일 별들의 잔치 ‘2012-2013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주역이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간 경기로 압축됐다. ‘무적함대’ 스페인 두 팀을 무릎 꿇게 만든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작년 준우승 팀 뮌헨과 분데스리가 2연패에 빛나는 도르트문트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클럽 간 결승 격돌을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독일 클럽의 강세로 현대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응원하던 전 세계 축구팬들은 아쉬움에 잠도 못 이뤘을 것이다. 우주계 최강팀이라 자부하던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뮌헨에 무려 7-0(1·2차전 합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뿐만 아니라 ‘스페셜 No.1’으로 불리는 주제 무리뉴(50)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 역시 도르트문트의 파상공세에 아쉽게도 3-4(1·2차전 합계)로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최근 독일 클럽들의 상승세가 대세라지만 챔스에서 두 팀 간 대결 구도를 상상하긴 어려웠다.
독일함대에 무너진 스페인 거함
물 건너 간 호날두 발롱도르
특히 바르사는 지난해 준 우승팀인 뮌헨을 상대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더욱 아쉬운 점은 최강 바르사를 이끌었던 펩 과르디올라(42) 감독이 선택한 바르사의 다음 정착지가 바로 뮌헨이라는 점이다. 다음 시즌의 뮌헨은 더욱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둘 수있을까.
4강 2차전은 얼마나 선장이 내놓은 전술이 중요한가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속공은 물론 역습에도 능한 패싱 플레이를 펼치는 레알 마드리드에 한 수 높은 플레이로 공격진의 발목을 묶어놓았다. 가장 ‘레알’스러운 플레이에 무너졌다는 게 충격이었다.
특히 올 시즌 챔스 최강 득점왕(12골)을 달리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의 발목을 묶은 것이다. 2차전에서 호날두가 기록한 슈팅은 무려 6개. 그러나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단 한 개였다. 허벅지 부상까지 겹쳐 그날 경기 내용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1차전 당시 동점골을 넣었던 것 외에는 호날두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이렇다 할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를 끝내고 말았다. 2차전이 끝나자 주장이었던 라모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슈팅을 연결하지 못했던 호날두 역시 그라운드를 내리치며 결승 문턱에서 무너진 자신을 원망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골게터’다운 행동이었다. 그가 단 한 골이라도 넣었더라면 결승 진출팀은 도르트문트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였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호날두에게 돌을 던질 순 없다. 팀 레알 마드리드의 징크스로 통하는 독일 원정 경기에서 4골을 허용했지만 부상 투혼이 빛나는 경기였다. 2차전 직전까지 무려 7경기 연속 골을 넣었던 그다. 그는 도르트문트전에서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이번 챔스 결승만 올라섰더라도 올해 유력했던 2013 FIFA 발롱도르의 수상은 어느 정도 그에게로 기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뒤를 바짝 뒤 쫓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레반도프스키(27,폴란드)가 2골 차를 기록하고 있어 결승에서 골을 추가시킬 경우 득점왕까지 뺏길 가능성이 높다. 1차전에서 무려 4골을 폭발시킨 장본인이기에 화력에 대해서는 다른 언지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실로 뼈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올해야말로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5년만에 찾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현재는 FIFA발롱도르로 시상식 합쳐짐)를 거머쥔 이후 바르사의 메시 덕에 매번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온 그 이기에 이번 결승 탈락의 패배가 주는 아픔이 너무도 쓰다. 물론 올 시즌 리그 득점왕에서는 밀렸지만 결승 문턱까지 올라서 챔스 득점왕에 올라섰던 호날두였기에 발롱도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시의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도전을 무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물론 이런 호날두의 아쉬운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을 높고 이견도 없진 않다. 그는 스페인 리그인 라리가에서 31골을 기록 중에 있어 44골을 기록한 메시와 무려 13골이나 뒤진 상황. 지난 시즌에 이어 라리가 50골의 영광에 도전하겠다는 메시가 있는 한 호날두에 플러스되는 것은 점점 그 자취를 감추게 되고 말았다.
여기에 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걸림돌은 바로 호날두가 속한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성적이다. 지난 호(387호)에서도 언급했듯이 폴란드 출신의 레반도프스키 역시 뛰어난 화력에도 불구하고 2014 브라질올림픽 유럽 최종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호날두도 마찬가지다.
호날두가 속한 포르투갈은 현재 유럽 예선 F조 3위로 2위인 이스라엘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과 득점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본선 실패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어 조 1위인 러시아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브라질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결승전을 남겨둔 시점에서 호날두의 득점왕 가능성은 생각 외로 높지 않다. 폭발한 화력을 자랑하는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도르트문트가 우승한다면 그의 발롱도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뮌헨의 삼각편대에서 비록 득점왕은 없지만 토마스 뮐러와 필립 람 등이 시상대에 오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호날두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무너진 우주계 최강 바르사
여기에 바르사는 어땠나. 1차전 멀티골을 허용하며 무려 4골 차 패배를 겪었던 바르사는 캄프 누 홈경기에서 3골을 추가 시켜 7골 차 패배를 맞이했다. 바르사의 팬이라면 억울할 틈도 보이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초반부터 점유율에서 밀린 것이 문제였다.
바르사의 경우 강력하고 견고한 삼각편대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을까. 완벽한 패싱 라인으로 불리는 송과 이니에스타의 패스 실패가 잦았고 쓰리톱에서 비야는 절반에 가까운 패싱 성공률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결국 전반전은 양팀 간 견제가 잦아지면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결국 선제골을 넣는 팀이 우승한다했던가. 첫 골의 주인공은 바로 아르옌 로벤(29)이 차지했다.
후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뮌헨은 바르사의 빌라노바 포메이션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펩에서 교체된 빌라노바의 바르사는 강력한 전방 압박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공격진들의 끈질긴 맛이 떨어져 견고함과 결속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피케의 자책골까지 바르사를 압박해 결승을 향한 티켓 1장은 지난해 준 우승팀인 뮌헨에게 돌아갔다.
세계 최강 골게터인 바르사의 리오넬 메시(25)는 부상까지 겹쳐 벤치에 머물렀고 경기 후반 사비 에르난데스(33)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까지 벤치로 빼내며 바르사는 패배를 이미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바르사 함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바르사의 패배를 놓고 전술이 가져다주는 중요성을 깨닫게 만든 기회였다. 펩이 나간 바르사는 올 시즌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결국 독일의 특유의 강인함에 세밀함을 더한 독일 스타일에 빠른 패스 중심의 공격력을 내세운 스페인의 거함이 모두 가라앉는 참사가 벌어졌다.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잉글랜드 웸블리에서의 챔스 결승이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1992년 챔스 리그 개편 이후 독일 클럽 간 결승전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팬들과 선수들간의 교감으로는 최강의 모습을 보여 온 독일 클럽 간 치러질 챔스 결승에 새로운 현대 축구사를 재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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