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낭자들의 기적적인 역전 우승
한국이 제2회 화정차업배 세계여자 단체전에서 기적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최근 세계대회 단체전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현재 세계 바둑계의 판세를 보면 한국과 중국이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이 그 뒤를 따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세계대회 중 개인전에서는 LG배(스웨) 바이링배(저우루이양) 응씨배(판팅위)까지 중국이 모두 우승을 가져갔지만,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 초상부동산배, 황룡사쌍등배, 화정차업배에서는 한국이 모조리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정차업배에서의 한국 우승은 드라마틱했다. 대회 규정상 팀 승수가 우선이고, 팀 승수가 같을 경우 개인 승수, 그 역시 같으면 주장 승수, 여기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2장 승수를 적용해 우승을 결정짓는 시스템.
한국은 1회전에서 중국에게 1:2로 석패하며 사실상 우승에서는 멀어졌다는 분위기였다. 왜냐하면 마지막 3차전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성적을 따져보면 중국이 2승, 한국이 1승 1패 일본이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대만은 2패) 개인 승수에서도 중국이 5승 1패, 한국과 일본이 각각 3승 3패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은 가끔이지만 일어나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불린다. 3차전에서 한국은 대만에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승 1패로 대회를 마무리 했고, 일본이 그 동안의 세계대회 부진을 씻고, 중국에 2:1로 승리를 거두며 중국과 일본도 종합전적 2승 1패가 됐다.
총 승수가 같았기 때문에 개인 승수를 따져보면 한국과 중국은 6승, 일본이 5승이어서 여기서 일본의 3위가 결정됐고, 다음 주장승수에서는 한국의 박지은이 2승 1패 중국의 주장 리허도 마지막 3차전에서 일본의 세이민에게 패하며 2승 1패가 되며 또 다시 같았다. 이제 2장 승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 한국의 2장 김미리는 3승을 거두었고, 중국의 2장 탕이의 성적은 2승 1패였다. 기적적인 역전 우승의 공식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중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중국은 3차전에서 일본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장인 리허만 승리해도 무조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기에, 뿐만 아니라 왕천싱이 일본의 무카이에게 통한의 반집패를 당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에게는 고마운 마음, 한편으로 중국에게는 약간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모두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 1회 대회에서는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이 출전해 퍼백트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며 마지막 순간에 역전 우승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제2회 화정차업배는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에서 벌어졌고, 중국기원이 주관하고 천태현 인민정부ㆍ태주시 체육국이 주최하며 천태현 체육국ㆍ태주시위기협회ㆍ천태현위기협회ㆍ절강화정차업유한책임회사가 협력했다.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20만 위안(한화 약 36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만 위안이다. 3위와 4위의 상금은 똑같이 5만 위안이다. 중국이 준우승, 일본과 대만은 3,4위를 기록했다.
4월 26일 본선 1차전 결과
한국 중국: 1-2●박지은 - ○리허 : 290수 백3.5집승○김미리 - ●탕이 : 186수 백불계승●김채영 - ○왕천싱 : 202수 백불계승 일본 - 대만 : 2-1●셰이민 - ○헤이자자 : 284수 흑반집승○오쿠다 아야 - ●쑤성팡 : 195수 흑불계승●무카이 치아키 - ○장정핑 : 265수 흑7.5집승
4월 27일 본선 2차전 결과
한국 - 일본 : 2-1●박지은 - ○셰이민 : 205수 흑불계승○김미리 - ●오쿠다 아야 : 322수 백불계승●김채영 - ○무카이 치아키 : 210수 백불계승중국 - 대만 : 3-0●리허 - ○헤이자자 : 163수 흑불계승○탕이 - ●쑤성팡 : 102수 백불계승●왕천싱 - ○장정핑 : 187수 흑불계승
4월 28일 본선 3차전 결과
한국 - 대만 : 3-0○박지은 - ●헤이자자 : 222수 백불계승●김미리 - ○쑤성팡 : 211수 흑불계승○김채영 - ●장정핑 : 174수 백불계승중국 - 일본 : 1-2○리허 - ●셰이민 : 243수 흑불계승●탕이 - ○오쿠다아야 : 305수 흑불계승○왕천싱 - ●무카이 치아키 : 300수 흑0.5집승
집중분석
제2회 화정차업배 제1차전
흑: 탕이 2단 백: 김미리 2단
결과: 186수 백불계승
이번 대회 3전 전승을 기록하며 한국 우승의 중심에 선 김미리 2단의 대국 내용을 살펴보자. 김미리 2단은 아주 전투적인 기풍을 가지고 있고, 자유로운 발상이 특징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탕이 2단과의 1차전 대국에서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1도 백 1의 침입이 김미리 2단의 기풍을 엿볼 수 있게 만드는 수. 좌하 백돌이 아직 약하기 때문에 침입보다는 2도 같이 백 1, 3으로 좌하 백을 안정하는 것이 정수다.
백 7까지 순조로운 포석. 탕이 2단이 3도 흑 1로 붙여가는 간명한 수를 선택했고, 흑 17까지 김미리 2단의 의도대로 좌변 흑 모양을 깨고 자리를 잡았지만 좌하 백△가 약하기 때문에 흑이 두터운 모습이다.
김미리 2단은 4도 백 1이하 백 7까지 끊어가는 다소 무리한 진행을 이어간다. 경우에 따라 좌하 백돌을 버리고 두겠다는 생각이지만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탕이 2단이 순간적으로 방심한 걸까? 곧이어 실수를 범한다.
5도 흑 1은 비상수단. 백의 약점을 추궁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무심코 밀어간 흑 3이 수순착오이다. 실전은 김미리 2단이 빵따냄을 허용하고 백 10까지 좌하 백 모양을 안정하여 한숨을 돌린다. 아마도 탕이 2단은 중앙 빵따냄을 허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탕이 2단이 6도 흑 1의 자리를 먼저 끊어갔다면 흑 7까지 A와 B가 맞보기여서 김미리 2단이 곤란했다. 여기서부터 유연한 발상으로 초반 위기를 넘긴 김미리 2단의 추격이 시작된다. 7도 흑△로 씌워간 장면. 하변 백 돌이 살아가기 버거워 보인다.
여기서 백 1, 3, 5가 하변 백 돌을 버리며 백이 최대한 활용하는 정확한 수순이다. 백 3이 흑이 흑 가로 축으로 백 한 점을 차단하는 수를 막고 있다.
결국 탕이 2단은 8도 흑 1로 지키는 수를 선택했고, 김미리 2단은 백 2, 4로 백 한 점을 잡아두며 하변 백을 버리며 좌하와 우하를 모두 차지해 모양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김미리 2단은 이후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패싸움을 통해 탕이 2단의 대마를 포획하며 화끈한 승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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