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온 리그가 어디인가. 해당 질문에 최근 많은 변화와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잉글랜드의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EPL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팀은 어디인가?
바로 한 때 박지성 선수가 몸을 담았던 리그 최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다. 그런 맨유를 27년 동안 총 서른여덟 번의 우승(프리미어리그 우승(13회),FA컵 우승(5회),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2회), FIFA 클럽 월드컵 우승(1회))을 이끈 명장이 있다. 바로 올해로 72번 째 생일을 맞이한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다. 지난 한주 세계 축구계는 맨유 퍼거슨 감독의 은퇴 발표로 어느 때보다도 충격에 휩싸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지휘봉을 놓지 않을 것 같던 퍼거슨 감독이 맨유와의 긴 인연의 끈을 놓았다. 후임자로 데이비드 모예스(50,애버튼 감독)가 확정됐다. 모예스 감독행이 오피셜화되기 전까지 유력한 적임자로 떠오른 것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50)감독이다. 최근 팀간 불화로 차기 EPL행 가능성을 높인 그가 EPL행을 확정 지을 경우 최강팀 맨유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설이 제기돼 세계 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소식은 바로 맨유 퍼거슨 감독의 은퇴 소식이었다. 오피셜이 뜨기 하루 전이었던 그날, 영국의 유력지인 ‘텔레그라프’를 통해 제기된 은퇴 소식은 하루 만에 사실로 입증됐다. 향후 몇 년은 더 맨유를 이끌 것 같던 그가 전격 은퇴선언을 한 것. 트레블 달성은 물론 올해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20회 우승을 달성한 그의 은퇴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로 명명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당대 최고의 클럽인 맨유를 과연 누가 이끌 것인가에 대한 의문, 여기에 마땅한 후계자의 지명도 없이 과감한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팬들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퍼거슨 감독은 누구인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여기에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가져간 팀이자 데이비드 베컴(38),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 여기에 웨인 루니(27) 등 당대 최고 축구 스타가 사랑하는 팀이 아니던가. 호날두는 이적 후에도 다시 맨유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멘트를 던져왔고 잉글랜드 출신인 베컴과 루니는 맨유가 축구 인생의 최고의 팀이라는 데 이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맨유를 ‘최고’라고 칭하는 데는 바로 ‘퍼거슨’감독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으로 누구보다 필드에서 화끈한(?) 성격을 내보였던 그이지만 팀을 제어하는 능력, 최고로 이끄는 환상적인 시나리오로 최고의 선수들로부터 신임을 받아왔을 터. 그의 은퇴설이 발표될 때마다 나오는 것이 후계자 구도이다.
무리뉴 EPL 복귀설 무성
이번에도 어김없이 항상 제기되온 2인 중 한 명이 지면을 가득 채우며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이다. 다른 한명은 ‘펩’으로 칭하는 호세 과르디올라(42)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차기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행을 확정지은 상태로 결국 모든 시선은 무리뉴 감독에게 집중됐다. 관계자들은 모두 레알 구단과 잇단 마찰로 시끄러운 무리뉴가 잉글랜드행 티켓을 가져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 의견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첼시에서 내려온 2007-2008 시즌을 제외하고는 2002-2003 시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우승을 거른 적이 없다. 포르투갈리그 FC 포르투를 시작으로 EPL과 세리에A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까지 이끌어온 그에게 우승은 곧 그의 사명처럼 여겨졌다. 그의 이름 앞에 ‘스페셜 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이에 많은 팬들은 퍼거슨 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기 사령탑에 무리뉴 감독이 오길 염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리뉴감독은 올드 트라포드행이 부담스러웠을까. 일단 라리가 레알에 한 시즌 더 있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날 축구계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그는 스페인 일간지를 통해 “아직까지 레알을 나갈 생각은 없다”면서 항간에 떠도는 이적설을 일축했다. 오는 2016년 까지 레알과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챔스 결승행이 실패로 돌아간 시점에서 리그 우승까지 놓치게 된다면 그의 잔류가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한 팀에서 오래 있지 못하는 그의 습성도 이적설에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그가 떠난 이후 첼시 역시 그의 복귀를 갈망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스 우승에 빛난 첼시는 감독의 경질로 대행 체제에서 현 라파엘 베니테즈 체제로 연명해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그의 첼시 복귀설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맨유는 차기 감독으로 애버튼의 지휘봉을 갓 잡은 모예스 감독을 선택했고 잉글랜드 정론지인 <The Sun(더 썬)>은 “무리뉴 천만 파운드 첼시 복귀설”을 유력하게 제기한 바 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시각들이 존재했다. 맨유행이 아니라면 첼시행일까.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의 갈등으로 팀을 떠난 그를 다시 로만과의 동행을 선택할 것이냐는 것. 로만은 감독 교체를 자주하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난 상태다. 무려 로만이 갈아치운 감독만 해도 10년 간 9명에 달하니 앞서 언급 된 27년의 퍼거슨 감독과 함께한 맨유와는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어떤 감독이 ‘툭’하면 감독 교체설을 먼저 꺼내는 구단주와 일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부진함 속에서도 챔스 우승을 이끌어 낸 ‘첼시’이기에 많은 지도자들이 탐을 내는 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단 퍼거슨 감독의 후임에선 제외된 모양새지만 EPL로 복귀할 경우 맨유 카드도 그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퍼거슨의 은퇴, 그리고 무리뉴의 복귀설로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내주 챔스 결승이 돌아오는 주말까지 집중될 전망이다.
퍼거슨 감독의 27년 ‘맨유史’
올해 72세의 스코틀랜드 출신 지도자로서 1986년부터 27년 동안 맨유 감독을 맡아 총 38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 중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IFA 클럽 월드컵 1회 등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1998/99시즌에는 트레블을 경험했으며 2008년에는 유럽과 세계를 제패하며 맨유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에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이다.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이 맨유인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런 ‘맨유 전성 시대’를 이끈 것은 퍼거슨 감독의 위업이다. 1986년 그가 올드 트라포드에 입성했을 당시 맨유는 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때로 기록됐다. 맨유는 1960년대까지 잉글랜드와 유럽 무대를 평정했던 클럽이었지만 그 이후 강팀의 저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1973-1974시즌에는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퍼거슨 감독도 부임 초반에는 순탄치 못한 시기를 겪었다. 첫 시즌을 11위로 마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1987-1988시즌 팀을 2위로 도약시켰으나 1988-1989시즌 7위, 1989-1990시즌 13위에 그치면서 현지 팬들의 경질 압박까지 받았다. 그런 그에게 희망의 빛이 다가왔다. 1989-1990시즌 FA컵 우승컵을 안긴 것이다. 경질 위기에 있던 그는 1990-1991 시즌 UEFA컵 위너스컵에서는 FC 바르셀로나를 제압하고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영광을 안았다.
퍼거슨 감독의 신화는 1992-199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라이벌 리즈 유나이티드 선수였던 에릭 칸토나 영입에 120만 파운드(약 20억 원)를 투자하며 전력을 보강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우승을 이끈 것. 맨유는 1966-1967시즌 이후 26시즌 만에 잉글랜드 무대를 제패했다. 1993-1994 시즌에는 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이전 시즌의 성과가 반짝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 이후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게리 네빌, 필 네빌, 니키 버트 같은 우수한 유망주들을 육성하며 90년대 중반과 후반에 걸쳐 또 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었다. 1998-199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이에른 뮌헨 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테디 셰링엄과 올레 군나르 솔샤르 득점에 의해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달성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FA컵 동시 우승으로 트레블을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업적에 의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퍼거슨 경’으로 불리게 됐다.
2000년대 중반에는 고비가 찾아왔다.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몇몇 이적생들의 경기력 저하로 전력이 약화됐다.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아스널, 그 이후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던 첼시의 아성에 가려졌다. 하지만 2006-2007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같은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에 의해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2007-2008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동시에 제패했으며 2008년 12월에는 일본에서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2008-2009, 2010-2011, 2012-2013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1위를 확정지으면서 대회 통산 20번째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맨유의 38개 우승컵을 안겨준 그가 바로 알렉스 퍼거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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