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해변의 카프카>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러나 초현실적 리얼리즘인 <해변의 카프카>를 어떻게 무대화 했을지 반신반의(半信半疑) 할 수 밖에 없다.
브로드웨이의 감독 프랭크 갈라티에 의해 연극으로 재탄생 된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2008년 시카고 스테판울프(Steppenwolf)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2012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칸 연기파 배우 야기라 유야를 주연으로 공연, 좋은 평을 받은 바 있다.
<해변의 카프카>는 저주와 같은 운명에 맞서 싸우려는 열다섯 살 소년 타무라 카프카와 2차 세계대전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져 기억을 잃고, 9세 수준의 지능에 머문 순수한 나카타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진행된다.
타무라 카프카의 아버지는 어느 날 카프카에게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이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는 오이디푸스적인 예언을 한다.
카프카는 이 예언에서 도망치기 위해 아버지에게서 달아나 가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어렸을 때 누나를 데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기묘한 사건 후 잃어버린 그림자의 절반을 찾으려는 노인 나카타, 육체는 여성이지만 정체성은 남자인 사서 오시마, 과거에 갇힌 여인 사에키 등 이들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인생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카프카 외에도 카프카의 내면을 나타내는 까마귀로 불리는 소년이 극 중 등장해 극중에 모든 상황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카프카 본인이 되어 대사하는 부분도 다소 인상깊다.
극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겹쳐진 시간들, 유령과 음악, 용서의 치유, 폭력, 사랑, 기억 그리고 상실감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관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들려주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감성과 유머,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어우러져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삶의 의미를 탐색하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활자로 상상력을 발휘했던 장면들을 연출가만의 해석이 담긴 무대로 이끌어 낸 것은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객들에게는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다소 난해한 작품일 수도 있다.
장편소설을 충실하게 무대 위에 그대로 담고 장면별 밀도도 높게 표현되었지만 인물의 캐릭터는 관계구도는 주인공들 간의 대사를 통해 설명적인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설을 읽은 관객들에겐 또 다른 감동과 자극을 주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공연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다음달 16일까지.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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