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에서 손흥민까지’···유럽축구 부흥기 도래할까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8-20 10: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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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③ 분데스리가, 그리고 네덜란드 리그
▲ 8년 만에 친정팀 에인트호번으로 돌아온 박지성(사진왼편)과 레버쿠젠에 둥지를 튼 손흥민 ⓒNewsis/AP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유럽축구의 새로운 기대감이 열렸다. 2부 리그 강등의 기로에 섰던 박지성(32)이 첫 유럽 행선지인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번으로 임대가 확정됐다. 여기에 ‘손세이셔널’ 손흥민(21)은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아쉽게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의 활약을 볼 수 없지만 8년 만에 복귀한 친정 에인트호번은 올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출장이 결정돼 박지성의 챔스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손흥민 역시 타 리그가 아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 첫 경기에서 이미 득점에 성공해 짜릿한 신고식을 치러냈다는 분석이다. 유럽 리그, 이제 이들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챔스4강 영광’ 재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지난 시즌, 수많은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팬들이라면 QPR(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지성의 활약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팀 QPR은 아슬아슬한 강등권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는 팀에 주전으로조차 그라운드를 몇 번 밟아보지도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국 박지성은 8년 만에 친정팀 에인트호번으로 임대가 확정되며 유럽 진출 첫 무대로의 복귀가 성사됐다. 네덜란드 리그는 그에게 챔스 리그 무대를 맛보게 한 첫 무대인 동시에 이번 영입으로 에인트호번은 전력 향상에 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박지성의 네덜란드 복귀로 에인트호번은 리그인 에레디비지 우승은 물론 챔스 진출의 영광을 노리고 있다. 그의 복귀로 재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박지성의 활약 당시 팀 에인트호번은 2번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요한 크루이프 실드 우승과 챔스 4강 진출을 공헌했다. 2007-2008시즌 이후 5시즌 연속 리그 우승의 문턱에서 낙방한 에인트호번으로서는 그의 임대가 에인트호번 전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박지성의 챔스 출장, 그리고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UEFA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번은 당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팀인 AC밀란을 상대로 4강에서 맞섰다. 상대팀은 안드레이 셰브첸코(37)를 비롯해, 안드레아 피를로(34, 벤투스), 카카(31,레알 마드리드) 등을 포진한 초호화 군단이었다. 이런 AC밀란을 상대로 에인트호번은 4강 2차전 직전까지 연속 무실점 행진을 기록했고 결승 문턱인 2차전 경기에서 선제골이 폭발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지성. 그는 전반9분,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화려한 왼발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상대팀을 벼랑 끝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역전의 드라마는 완성되지 못했다. 원정 다 득점의 원칙에 따라 AC밀란에 결승행 티켓을 내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박지성의 2차전 선제골은 에인트호번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박지성에게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경기 직후 박지성은 이날 경기를 관람한 잉글랜드 최고 명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72)전 감독에게 캐스팅이 되는 역사를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 8년 만에 친정팀 에인트호번으로 돌아온 박지성ⓒNewsis/AP

플레이오프 시나리오 #01


에인트호번은 2013-2014 시즌 챔스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9월부터 예정된 챔스 32강 조별리그에 나서게 된다. 플레이오프 대진 추첨 라인업에서 리그 그룹에 속한 에인트호번은 올 시즌 새롭게 챔스에 나서는 5개 팀 가운데 한 팀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공교롭게도 그 팀들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잉글랜드 EPL의 아스널FC, ‘맨유맨’ 박지성을 만들어낸 AC밀란은 물론 분데스리가의 샬케04, 리그앙의 올림피크 리옹 그리고 러시아리그 제니트 샹트페테르부르크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맨유 시절, 박지성의 여러 가지 닉네임 가운데 ‘아스널 킬러’가 있다. 해당 닉네임의 근원은 그가 맨유에서 터뜨린 27개의 골 가운데 5골이 아스널을 상대로 성공한 골이었으며 골을 넣은 전 경기에서 모두 맨유가 승리를 거뒀다는 데 기인한다.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로빈 판 페르시(30,맨유)에 내주며 반반한 원톱을 세우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아스널이라지만 지난 시즌 리그4위의 성적으로 아직까진 EPL 내 상위 구단임에는 틀림없다. 쉬운 경기는 아니겠지만 킬러의 면목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여기에 AC밀란과의 맞대결은 ‘어게인 2004’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유럽리그 진출 이후 박지성은 챔스에서 에인트호번 시절 4강에서, 그리고 맨유에서 2009-2010 16강 결정전에서 AC밀란과 만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4강 당시 선제골로 전성기의 스타트를 찍었고 이후 16강 2차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세계 최강 골키퍼인 피를로의 봉쇄를 뚫었다. 맨유 당시 최고의 ‘수비형 윙어’의 역할을 해낸 그가 이번에도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샬케04에서 활약 중인 일본의 우치다 야스토(26)와의 한판도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오른쪽 풀백인 그는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출장할 경우 포지션 상 공간 활용을 놓고 맞붙게 된다. 이미 맨유 시절, 2010-2011 챔스 4강에서 이들은 만났다. 당시 박지성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침투했고 눈에 띄는 연계플레이를 성공시키며 이날 승리를 이끌었다.

32강 조별리그 시나리오 #02

만일 팀 에인트호번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그 다음엔 바로 32강 조별리그가 눈앞에 펼쳐진다. 32강에서 만날 수 있는 팀들 가운데, 박지성과의 연계점을 찾는다면 자신의 EPL 역사를 만들어 낸 맨유, 그리고 라이벌팀 맨체스터 시티와 후배인 분데스리가 손흥민의 팀 레버쿠젠 정도다.

맨유 시절, 박지성은 2번째 유럽 친정팀에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맨유가 우승했던 2007-2008 시즌 당시 4강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결승전 엔트리에서 제외됐으며 다음 시즌에는 출장기회를 얻었지만 우승이 불발됐다. 챔스에서 맨유와의 맞대결은 박지성은 물론, 팬들이 기대하는 경기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박지성이 맨유에서의 마지막 선발전으로 남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대결도 주목된다. 리그 라이벌이기도 한 맨시티와의 2011-2012 경기에서 그는 퍼거슨 감독의 4-2-3-1 포메이션 맵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했다. 하지만 7경기 연속 결장의 여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패전하고 말았다. EPL을 떠난 그가 한 때 라이벌인 맨시티와 경기가 성사된다면 이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끝으로 레버쿠젠으로 이적에 성공한 손흥민과의 맞대결인 ‘코리안 더비’의 성사 가능성도 엿보인다. 함부르크SV에서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프리시즌 경기는 물론 리가 첫 경기에서도 골망을 흔드는 센스로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영맨 손흥민과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프리미어리거인 박지성과의 격돌은 상상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기에 충분하다.

▲ 레버쿠젠 이적 후 데뷔골에 성공한 손흥민이 팀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Newsis/AP

첫 챔스 출장 예약 ‘손세이셔널’ 손흥민


유럽에 진출한 선수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박지성을 이를 최대어가 누구일까. 많은 축구팬들은 ‘손흥민’을 선택할 것이다. 그는 레버쿠젠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1,000만 유로)한 주인공이다. 아직 21세 밖에 되지 않은 앳된 모습의 그는 이달 초 분데스리가 시즌이 열리기 직전 프리시즌에서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타 리그에 비해 새로운 시즌이 열린 분데스리가 첫 경기에서 그는 이적 후 데뷔골도 만들어냈다. 겨우 2경기 만에 레버쿠젠의 팬들은 그에게 집중하고 있다.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의 영입으로 기대한 것은 골의 대부분이 2인 스트라이커에 집중된 포메이션의 다양화를 위해서다. 올 시즌 첼시 영입이 확정된 안드레 쉬를레(22)와 스테판 키슬링(29)의 쌍두마차에 팀 내 모든 골이 편중된 상태였다.

지난 시즌 레버쿠젠이 성공한 65골 가운데 54%에 달하는 골이 이들의 발에서 나왔으니 득점 루트의 다양성이 극도로 필요했다. 이에 팀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손흥민이다. 쉬를레는 이적했지만 키슬링이 아직 남아있고 양측 윙어로 레버쿠젠은 왼편에 시드니 샘(25)을 세우고 반대편에 손흥민을 배치했다. 오른편 윙어로 손흥민이 배치되자 원톱 스트라이커인 키슬링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특히 이들은 지역 언론에서 ‘샘-손’ 듀오라는 칭호를 들으며 바이에른 뮌헨의 아르옌 로벤(29)과 프랭크 리베리(30) 듀오를 빗댄 ‘로베리’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평가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공식전인 DFB 포칼컵64강에서 후반전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1골-1도움, 샘은 2골-2도움을 기록했다. 첫 호흡에서 무려 4골 3도움을 기록했으니 무엇보다 성공적인 이적임에는 틀림없다.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을 영입한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바로 그의 스피드와 공간 창출능력 그리고 골 결정력이다. 원톱에 나서야하는 부담감을 둔 키슬링은 희생적인 역할은 물론 좀 더 아래로 치우쳐 측면으로 골을 연결할 경우 중앙으로 파고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쉬를레와의 찰떡호흡을 자랑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서 득점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팀의 입장에선 공격의 다양성을 이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곧 팀 전력의 상승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영입에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팀 내 녹아든 플레이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뚜껑이 열리자 예상은 적중했다. 리가 중위권 팀인 레버쿠젠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플레이를 하는 팀이기에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활용하며 공간플레이를 해온 손흥민과의 결합은 최대 이적료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새미 히피아 감독은 올 시즌 시작하면서 공격 전개 방식을 3가지 정도로 나눴다.

첫 번째는 발 빠른 횡 패스를 중심으로 상대팀의 압박을 푼 뒤에 측면 공격수에게 볼 운반을 맡기는 것. 그 다음은 원톱 공격수가 포스트 플레이에 머물 경우 양측 윙어가 침투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공격수가 상대팀의 수비라인까지 내려왔을 때 넓어진 수비공간으로 패스하는 방식이다.

히피아 감독의 전술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원톱 공격수(키슬링)를 내세웠지만 골 결정력은 스피드가 돋보이는 손-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이 지켜본 손흥민과 레버쿠젠의 결합은 탄탄대로를 달리기에 충분하다는 후문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것. 과거 차범근의 차붐이 불러온 한국인 분데스리거의 활약을 올 시즌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잉글랜드를 넘어 친정팀으로 복귀한 박지성과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별이 될 손흥민의 활약이 유럽 리거의 부흥기를 예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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