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거대담론, 자신을 향한 나르시시즘”

배한성 예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8-27 0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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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순간을 빛으로 표현하는 작가 정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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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배한성 예술 칼럼니스트] 정충일은, 그 실체를 무엇으로 부르든, 그 핵으로부터 세계가 비롯된 극적인 순간의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놓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의 이상에서 살핀 세계의 근원에 대한, 그리고 궁극적으론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 일종의 자기반성적인 물음이 그림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

공공연하게는 중심을 상실하고(한스 제들마이어) 신을 상실한(니체) 시대에, 본질, 원형, 궁극이 의심받고 폐기된 시대에, 그리고 그렇게 폐기된 빈자리를 감각적 표면이 대신 메우고 있는 시대에, 그렇게 상실되고 폐기된 중심을, 신적 존재를, 근원을 다시 묻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그림은 재차 거대담론을 호출하고 복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거대담론은 진정 더 이상의 의미를 상실하고 폐기됐는가. 여기에 대해 새삼 답을 하자면, 거대담론은 의미를 상실할 수도 폐기될 수도 없다. 관념적 동물이기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인간은 결코 거대담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간이 어떻게 다만 한 순간이라도 자기를 잊고(혹은 잃고), 자기반성적 행위를 멈출 수가 있겠는가. 인간의 피부는 또한 얼마나 연약하고 민감한가.

자기라는 지극한 족쇄. 아무리 멀리까지 갔다가도 반드시 자기에게로 되돌려지고(되돌아오고) 마는 지극
한 강박. 거대담론은 끊임없이 자기의 주변을 맴도는, 어쩌면 끝내 붙잡을 수가 없는, 자기를 향한 그리움(나르시시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빛으로 돌아가 보자. 미술사(엄밀하게는 서양미술사)에는 빛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세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 첫 번째가 중세 이콘화에 등장하는 영적인 빛이다.

주로 성자의 머리 뒷부분에 원반처럼 둘러쳐진 빛으로서, 그가 성스러운 존재임을 표상하는 빛이다.

원반을 기본형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 후광 곧 님부스(nimbus)는 빛을 추상화한 것으로서, 일종의 빛의 상징, 빛의 기호, 빛의 도상이라 할 만 하다.

그런 만큼 상징적 의미와 함께 도상성이 강하다(작가의 빛 그림이 특히 이 영적인 빛, 상징성과 도상성이 강한 빛의 에피소드에 힘입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가 일군의 바로크 화가들, 특히 램브란트를 사로잡았던 심리적이고 존재론적인 빛이다.

마치 얼굴 안쪽에서 배어나온 듯 얼굴을 투명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그 빛은 흡사 비가시적인 심리적 정황을 얼굴의 표층 위로 가시화한 것 같은, 내면적인 인상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가 인상파 화가들의 광학적인 빛이다. 멀리서 보면 형태가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다만 무분별한 빛(터치)의 편린들이 보일 뿐인, 사물을 구축하고 해체하는 빛이다.(인상파는 다르게는 야광파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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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정충일
鄭忠一
JEANG Tchoong-il

2001∼ 양평에서 작업
1981∼2001 파리에서 작업
1982∼1987 파리국립미술학교졸업

◎ 개인전
2010 윤당갤러리 (서울)
갤러리 와 (양평)
2006 서호미술관,갤러리서호 (서울,남양주)
2005 갤러리서종 (양평)
2002 두산갤러리 (대구)
갤러리서종 (양평)
2001 수가화랑 (부산)
1997 맥향화랑 (대구)
신세계갤러리 (광주)
1996 박여숙화랑 (서울)
대우오토모빌파리,메츠 (프랑스)
1994 박영덕화랑 (서울)
맥향화랑 (대구)
갤러리부산 (부산)
1991 갤러리현대 (서울)
갤러리부산 (부산)
1985 공간미술관 (서울)
파리한국문화원 (파리)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환기미술관,우종미술관,올리브타워,한강교회,상심리교회,문호교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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