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랭킹 1위 천야예오에 韓 결국 무릎 꿇다

백대현 프로 8단 / 기사승인 : 2013-09-03 0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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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백대현의 바둑읽기, 그 스무번 째 이야기
▲ 한중천원전 결승 대국 장면

제17회 한중천원전, 박영훈 천야예오에 1-2로 석패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장쑤(江蘇)성 우장(吳江)시 통리 레이크뷰 호텔(同里湖大飯店)에서 벌어진 제17회 한중천원전 결승 3번기에서 박영훈 9단이 1-2로 석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최근 세계대회에서 중국세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여서 경험이 많은 박영훈이 중국의 상징적인 인물(중국랭킹 1위)인 천야오예를 꺾어 주어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제9회 춘란배 결승에서 이세돌을 물리치며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국내 기전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보여주며 중국랭킹 1위를 탈환한 천야오예는 과연 강했다.

1국은 천야오예가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박영훈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천야오예를 압박했고, 방심한 천야오예의 연이은 실수로 바둑은 어느덧 상당히 미세한 승부가 됐다.

하지만 흔들렸던 천야오예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냉정을 찾았고, 작은 우세를 지켜내며 흑 1집반승을 거두었다. 박영훈은 1국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중후반에 추격하는 힘을 보여줬고, 이러한 부분이 2국에 영향을 미쳤다.

천야오예는 장기전보다는 빠른 승부를 원하는 듯 승부를 서둘렀고, 중반에 무리한 전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수읽기 착오를 범했다. 박영훈은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천야오예의 대마를 포획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박영훈의 흑 불계승. 이제 승부는 단판 승부로 가려지게 됐다. 2국에서 서두르다가 낭패를 당한 천야오예는 최종국에서는 차분한 진행을 선택했다. 박영훈도 전투 바둑보다는 집 바둑에 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같이 두터운 진행으로 맞대응했다.

미세한 국면에서 중 후반 박영훈의 작은 실수가 등장했다. 천야오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박영훈의 실수를 정확하게 응징하며 우세를 확립했다. 후반 끝내기에 돌입한 가운데 천야오예가 미세하게 우세한 상황, 박영훈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추격했으나 천야오예도 박영훈 못지않게 강한 끝내기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천야오예는 흔들림 없는 마무리를 보여주며 1국에 이어 또 다시 흑 1집반승을 거두었다. 총 3집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천야오예는 박영훈을 꺾고 우승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이창호, 구리에 이어 통합 4회 우승 타이 기록도 세웠다. 더불어 종합전적에서도 중국이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본 대회전까지 한국과 중국은 각각 8회씩 우승하며 팽팽한 상황이었다.

천야오예는 국후 인터뷰에서 “한중천원전 종합전적에서 한국을 능가해 기쁘다며 춘란배와 한중천원전 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소감을 남겼다.

스포츠조선과 중국의 신민만보(新民晩報)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동아제약㈜이 후원하는 박카스배 한중천원전은 한중 양국의 천원전 우승자가 매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3번기로 ‘통합’ 천원을 가리는 대회이다. 우승상금은 1만 달러(약 1,100만 원), 준우승상금은 5천 달러(약 56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랭킹 1위 박정환, 물가정보배 첫 우승 달성

한국 랭킹 1위 박정환이 물가를 잡았다. 8월 28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박정환은 이영구에게 221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1로 대회 첫 우승을 기록했다.

결승전은 객관적으로 박정환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본 대회에서 한번 우승을 차지했던 이영구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승 1국에서 이영구는 국면을 주도하며 박정환을 압도했고, 박정환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내용적으로 충격적인 패배였지만 박정환은 일주일의 시간동안 마음을 추스르며 차분하게 2국을 준비했다. 박정환의 실리와 이영구의 세력으로 극명하게 갈라진 2국은 박정환은 노련한 반면 운영을 보여주며 이영구의 중앙 모양을 효과적으로 견제해 우세를 확립해 반격에 성공했다.

그리고 최종국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중반 이영구는 박정환의 공격을 방어하며 타개에 성공했고, 이영구가 우세해졌다. 하지만 박정환은 이영구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며 기회를 노렸고, 마지막 순간에 꽃놀이패가 나면서 바둑은 순간 역전됐다.

박정환의 역전 우승.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는 (사)한국물가정보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총 규모 2억 3,200만원에 우승 상금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원이다.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졌다.

제17회 한중천원전 결승 최종국
흑: 천야오예 백: 박영훈
결과: 277수 흑 1집 반승


중국에는 뛰어난 기사가 많다. 그렇게 뛰어난 기사들 가운데 천야오예가 중국 랭킹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본 대국에서 천야오예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초반 박영훈이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기고, 천야오예는 두텁게 대응하며 팽팽한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 중반전으로 접어들 무렵에 천야오예가 흑△로 침입하며 백의 엷음을 공략한다. 이때 백 1이 가장 무난한 수법이다. 흑 4까지 흑도 쉽게 안정을 취하게 되지만 백 5가 좋은 자리여서 호각지세다.

하지만 박영훈은 이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2도 백 1을 선택한다. 나중에 상변 침입을 생각한 진행. 그러나 흑 4가 통렬해서 천야오예가 여기서 약간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3도는 이제 막 끝내기에 접어든 장면이다. 여기서 흑 1의 붙임이 날카로운 응수타진. 바둑은 미세하지만 그래도 흑이 약간 두터운 형세. 미세하게 불리한 박영훈은 4도 백 1로 물러서고 싶지 않다.

중앙은 자체로 흑이 이득이어서 흑 2의 큰 자리를 두터 흑 우세가 지속된다. 그렇다면 5도 백 1로 바로 막아서 받는 것은 어떨까? 흑 2는 선수. 백 3으로 지킬 때 흑 4로 두어서 흑 8까지 중앙 흑 집이 많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박영훈은 6도 백 1로 강하게 버틴다. 백 9까지가 실전, 쌍방 최선의 진행이다. 수순 중 흑 8로 가의 곳에 두어 잡으러 가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흑의 약점이 많아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 박영훈이 버틴 의도가 무엇일까? 수순 중 흑 2로 7도 흑 1로 순순히 받아주는 것은 백 2, 4로 지키는 것이 성립한다. 백 6까지 예상되는데 5도와 비교하면 큰 차이. 8도는 계속되는 실전 진행이다.

흑 1은 반상 최대의 곳. 여기서 미세하게 불리했던 박영훈은 백 2로 젖히며 흑이 4의 곳에 막아줄 것을 요구한다. 흑이 받아주면 젖혀둔 자체로 약간 이득. 하지만 결국 이수가 패착이 됐다. 흑 3이 호수로 결정타. 중앙 백 모양을 지우는 동시에 흑 7로 연결하는 것이 선수여서 중앙이 알기 쉽게 정리됐다.

백 2로는 a의 곳에 지켜서 중앙을 키워가는 것이 최선의 수. 이러한 진행이라면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많아 역전을 노려 볼 수 있었다. 천야오예는 이후 두터운 반면 운영을 보여주며 박영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천야오예는 전투 바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섬세한 면도 갖추고 있었다. 중앙의 날카로운 응수타진 이후 보여준 완벽한 마무리 솜씨는 천야오예가 왜 중국 랭킹 1위에 올랐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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