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춘들에게 날리는 강력한 한방,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09-11 17: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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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오디뮤지컬 컴퍼니
[일요주간=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무대의 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뮤지컬. 바로 ‘아메리칸 이디엇’ 이다.

무대에는 40개 정도의 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모니터를 통해 세계에서 벌어지는 뉴스들을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설치미술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듯 하다.

영상에는 북한의 핵무기, 알카에다, 쓰나미 같은 이념의 마찰과 물질만능주의의 폐단의 결과물들이 보여지고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스타벅스, 편의점 등이 빠른 속도로 노출된다.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 짧은 시간에 효과 적으로 알 수 있다.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을 직역하면 ‘미국 바보’다. 그러나 작품은 날카롭고 냉정하게 현실의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

세상을 안주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TV는 보며 장밋빛 인생을 보장해 줄 것 같은 마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 꿈은 어느덧 사라지고 현실의 모습을 직시(直時) 하는 순간, 우리는 절망의 늪에 빠지고 만다

미국 펑크 록밴드 ‘그린데이’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9•11 테러 이후 혼돈에 빠진 미국의 현실 속에서 정체성의 무기력에 시달리던 세 명의 젊은이들의 1년간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시골에서 살아가고 있던 윌, 조니, 터니는 9.11사건 이후 일상이 무의미 하고 두렵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그들은 도시로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윌은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을 듣고 좌절하며 술과 마약에 빠져든다.

도시로 향한 두 친구 중 터니는 TV에서 본 군인에 모습에 반해 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전투 중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부상을 입는다. 향락에 가득 찬 도시에 남은 조니는 마약과 섹스에 빠져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만다. 세 친구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 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 친구는 뜨겁게 재회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포옹하는 세 친구는 자신의 인생과 삶의 터전을 긍정하며 또 다른 미래를 다짐한다.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면서 ‘타임 오브 유어 라이프’를 합창하는 장면은 커다란 감동과 힐링을 준다.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도, 널 비웃어도, 즐겁게 살아라”는 노랫말에서 관객은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140분간 한시도 지루하지 않는 콘서트 같은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2007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토니상에서 최우수연출상을 받은 마이클 메이어(53)와 '그린데이' 멤버 빌리 조 암스트롱(41•보컬•기타)이 공동으로 극본 작업을 했다.


펑크 록 클럽과 창고에서 영감을 받은 무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한정된 공간에 다양한 입체감을 부여한다는 점이 2010년 '토니 어워즈'에서 무대디자인과 조명디자인 부문을 수상한 작품답게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무대 곳곳에 걸려 있는 다양한 크기의 모니터가 눈에 띈다. 미디어에 현혹되어 어느덧 '바보'로 전락해버린 대중을 풍자한다.

안무는 강렬한 또 하나의 언어로 다가 왔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안무상을 수상한 안무가 스티븐 호겟이 협업해 그의 특성이 묻어나는 발레 같은 안무가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와이어를 이용한 장면도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린데이의 완성도 높은 음악. 6인 라이브 밴드. 주연 배우들과 모든 배우들에 악기 연주까지 생생한 현장감과 생동감 있는 무대가 귀와 눈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마약이나 섹스, 부시정부 같이 미국적 정서가 짙게 베어있는 ‘아메리칸 이디엇’을 한국관객이 어떻게 평가할 지는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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