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루키’ 손흥민과 갈 곳 잃은 박주영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01 1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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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⑧ 韓 유럽파 2인 공격수의 다른 행보
▲ 분데스리가 3호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레버쿠젠의 손흥민(사진 왼편)과 아스널에서 벤치명단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주영ⓒNewsis/AP

손흥민,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내 입지 굳히며 레버쿠젠 스리톱 체제 구축
벵거호 유망주에 조차 밀려 벤치 조차 앉지 못한 박주영, 갈곳 ‘막막’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침묵하던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21)이 눈부신 시즌 3호 골을 성공시키며 답답했던 6경기 연속 무득점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공격수 박주영(28)은 캐피탈 컵 출장이 또 다시 좌절되면서 이제 구단 주 전력에서 제외된 모습이다.

한국의 홍명보호의 숙제인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로 박주영 카드를 고심하던 홍 감독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공격수는 필요 없다”는 원칙을 내세워 30일 대표팀 명단에서 박주영을 제외시켰다.

이에 박주영은 빠져나올 통로조차 막힌 모양새다. 그렇다. 공격수는 ‘골’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 이에 ‘위기론’을 섣불리 제기했던 축구계는 ‘슈퍼루키’ 손흥민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최대 기대주로 유럽에 진출 후 상반된 길을 걷는 이들 두 선수의 올 시즌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변화하는 손흥민 팀 주전 ‘우뚝’

‘선발 출장’만이 곧 ‘주전’이라는 신기한 공식이 통하는 국내 축구계는 최근 연이은 골 침묵에 빠진 손흥민을 놓고 ‘설전’을 벌여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제2의 차붐’을 기대했던 이들은 올 시즌 레버쿠젠으로 이적 후 2골을 기록한 이후 골침묵이 이어지자 ‘위기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25일(현지시각) 포칼컵에서 득점포를 가동시키며 3호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주말, 2013-2014 분데스리가 7라운드 하노버96과의 경기 서 데뷔 후 첫 도움을 올리며 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했다. 그는 무려 패스성공률을 91%까지 끌어올리며 팀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볼터치와 패스 횟수는 적은 편이었지만 정확도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함부르크SV 서 뛰던 그가 아니었다. 공격수들이 가장 취하기 쉬운 개인플레이에 치중하기보다 팀플레이 중심의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정된 공격 기회 속에서 공격 포인트 올리기에 집중했던 지난 시즌 함부르크 때의 손흥민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날 그는 5개의 슈팅 시도와 3개의 유효 슈팅은 물론 드리블 돌파에서도 4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이전 경기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노버전에서 그는 동료 공격진 2인방인 스테판 키슬링(29)과 시드니 샘(25)과 함께 스리톱으로 나서 왼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오가며 공격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수비적인 경기운영으로 단단했던 하노버의 수비라인을 쉽게 무너뜨리기는 어려워보였지만 손흥민은 미드필드 정면에서 견고한 수비라인 사이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성공시키며 샘과의 일대일 기회에서 골망을 흔드는 최고의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완벽하게 샘-키슬링과의 스리톱에 녹아들지 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3시즌 연속 호흡을 맞춰왔기에 손흥민과의 완벽한 호흡을 맞추는 데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손흥민은 시즌 시작 후 경기 당 평균 볼 터치 횟수와 변화된 공격 포인트 면모를 살펴보면 달라진 그가 확연히 드러난다. 올 시즌 이적 후 골을 기록한 1.2라운드 당시 경기 당 평균 볼 터치 횟수가 28회에 머물렀던 그는 6라운드가 끝마친 29일, 4경기 연속 평균 44회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경기에서 녹아내려 호흡을 제대로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올 시즌 컵 대회와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그리고 리그 경기까지 9번의 공식 대회에서 그는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5번째 공격 포인트 달성을 올렸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SV 시절 손흥민은 팀 내 주전 공격수이자 에이스였지만 3시즌 간 무려 총 78경기에 출장해 공식 대회 34경기에서 그가 올린 도움의 수는 2회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이기적’인 개인플레이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팀플레이에 가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손흥민이 빛을 발한 것은 하노버전 경기 중 드러났다. 그는 스리톱에 가담하며 최대한 전방 압박에 최대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평소 경기 때와는 달리 행동반경이 앞쪽으로 쏠리며 하노버의 오른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동됐다. 그 결과 하노버의 미드필더진이 패스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스리톱의 전방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 레버쿠젠 이적 후 정규 시즌 첫 골을 기록한 손흥민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Newsis/AP

손흥민은 전방 압박에서 골을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팀 내 공격권까지 얻어내면서 활발한 수비가담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왼편 윙 포워드 뿐 아니라 중앙까지 가담하면서 팀 내 입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태클(평균 1.7개 공동3위)과 인터셉트(평균 1.5개 4위)의 횟수가 팀 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가 보다 확실히 레버쿠젠의 색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 손흥민의 나이가 21세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의 활약에 기대감을 올리는 이유다. 매 경기마다 골을 터뜨리지 못하는 점에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 축구는 골에 치중하는 공격수보다는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전담플레이를 보이는 선수들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손흥민은 국내 리그가 아닌 독일 무대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기에 연계플레이와 전방 압박 등에 능하면서도 골 결정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만능형 포워드’로서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도 부족함이 없다.

‘레버쿠젠’이 손흥민에게 잘 맞는 옷이기도 하다.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러온 함부르크의 경우 챔스 진출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위권인 레버쿠젠은 올 시즌 그에게 챔스리그에 대한 경험치를 올렸고 보다 큰 경기에서 감각과 경험을 키운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號 승선에 성공하며 이제 월드컵 무대서도 뛸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이것이 바로 ‘수퍼루키’ 손흥민에 기대감을 거는 이유이며 ‘제2의 차붐’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까닭이다.

아스널 ‘벵거’號 버린 카드 박주영

팀 내 자리를 구축한 손흥민과 달리 잉글랜드 EPL 아스널의 박주영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출장의 기대를 걸었던 컵 대회서 조차 출전이 끝내 좌절되며 올 시즌 아스널에서 그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말았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로 1년 임대를 갔던 그는 팀 아스널 복귀 후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뛰지 못했다. 셀타비고 임대 당시, 초반에만 반짝 활약했을 뿐 이후 이렇다 할 성적표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비록 박주영이 최근 부상에서 회복된 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63)감독이 그를 공격옵션에서 제외시킨 것은 굴욕적이다.

특히 26일 캐피탈 원 컵대회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벵거 감독은 EPL선덜랜드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각각 임대를 마치고 복귀한 니클라스 벤트너(25), 토마스 아이스펠트(20)를 투톱으로 기용했다.

좌우 윙어로는 미야이치 료(20)와 세르지 나브리(18)가 각각 기용됐다. 아이스펠트와 나브리는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은 것이 처음인 풋풋한 새내기들이다. 팀 내 젊은 피 활용을 선호하는 벵거 감독의 시나리오였을지는 모르지만 이들 간 교체 멤버에도 박주영 옵션은 이미 배제된 듯 했다.

결국 박주영은 팀 내 유망주들에 밀려 주전은 물론, 2선, 3선 명단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2011-2012 시즌 아스널에 이적한 박주영은 첫 시즌 6경기 출장에 그쳤고 그 가운데 단 한 경기만이 리그 경기였음을 감안하면 값 비싼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박주영’카드는 이미 벵거 감독의 머릿속에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팀에 복귀한 올 시즌은 첫 시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유망주와의 출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앞으로 열린 컵 대회는 물론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을 가능성은 희미하다. 그가 단 한 경기라도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2014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號의 승선도 어려워진다.

특히 10월 12일과 15일,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과 말리 대표팀 간 경기에 뛸 엔트리 25인 명단에서 끝내 그는 제외됐다. “팀 내 뛰지 않는 선수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홍 감독의 원칙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주전은 물론 엔트리, 여기에 백업 명단에서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주영은 이제 ‘이적’만이 살 길이다. 잔류는 옳지 못하다. 팀 내 수장의 신뢰를 잃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 그가 아스널에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다.

박주영은 이제 오는 1월 겨울 이적 시장을 기대해야한다. 실전 감각까지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선수로서 생명줄을 놓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1월 그의 이적이 성사되기만을 바랄 뿐, 힘을 잃은 박주영 카드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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