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예술통신 |
![]() | ||
▲ @예술통신 |
[일요주간=이희은 칼럼니스트] 섭씨 39도에 가까운 불볕 더위에도 불구하고 2013년 여름의 프라하는 여전히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그 물결에 휩쓸려 프라하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이들의 삶에 오랫동안 스며든 ‘예술의 천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도시, 보헤미안 왕국과 합스부르크의 영광이 녹아있는 이곳에는 문화의 향내가 진동을 하며 음악의 열기가 이곳저곳에 가득하다.
그 중 스메타나 홀은 일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초연되고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이 개막되는 공연장이다.
체코가 자랑하는 최고의 홀인 이 곳에서 지난 8월 3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종은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35>를 현 더블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데렉글리슨(Derek Gleeson)의 지휘 아래 흐라데츠크랄로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수많은 명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곡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쓸 당시만 해도 엄청난 혹평에 시달려야 했고, 이 곡을 헌정 받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폴트아우어마저 지나치게 곡이 어렵다는 이유로 연주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짙은 러시아적 색채가 그대로 나타나있는 이 곡은 1악장 카덴차가 나오기 직전 힘차게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주제로 잘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진 곡일수록 연주자의 부담은 큰 법. 하지만 차분하고 당당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종은의 얼굴에서는 긴장을 읽을 수 없었다.
프라하의 젊은 연인들로부터 노부부, 그리고 여행객들로 보이는 청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낯선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의 프로필을 정독할 무렵, 그녀가 등장했다.
작은 체구에 이국적인 얼굴을 한 연주자의 등장에 사람들은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로 박수를 치며 그녀를 맞았다. 조용한 서주와 함께 차분하게 연주된 주제, 이어지는 화려한 바이올린 테크닉의 향연, 그리고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장쾌한 오케스트라의 익숙한 멜로디까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숨가쁜 전개에 야성적인 1악장이 완성되었다.
슬라브적 애수 어린 선율이 담긴 2악장에서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감수성을 마치 읽기나 하듯 황홀한 음색을 재현해 내었고 곧바로 3악장에서는 격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연주를 선보이며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환희에 넘치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총 연주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며 연주는 끝이 났다. 이종은의 노련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연주에 객석은 떠나갈 듯한 박수로 화답하였으며 네 번에 걸친 커튼콜은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가 프라하 관객의 마음속에 얼마나 각인되었는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지휘자 데렉글리슨은 이종은에게 “냉철한 음악적 해석 능력과 환상적인 기교를 갖춘 보기 드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극찬하였고 관객 중 한명인 야쿱바수스(JakubBasus, 57)는 “내 생애 가장 황홀했던 차이코프스키”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번에 이종은과 한 무대에서 연주한 흐라데츠크랄로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radec Kralove Philharmonic Orchestra)는 프라하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 흐라데츠크랄로페(Hradec Kralove)의 시립 교향악단으로 1978년 오페라 오케스트라로 시작, 1987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바꾸어 역사를 이어가는 체코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의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해 왔으며, 그 외에도 레코딩 및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며 꾸준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종은은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하여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 예비학교 졸업 및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 학사과정,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 석사과정 2학기 이수 후 핀란드 시벨리우스음악원 석사과정,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한 후 미국 예일대학교 음악대학 Artist Diploma 취득,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부룩 음악대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최근까지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부룩 음악대학 예비학교의 강사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울산 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기초과정부 조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예술통신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