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TOP랭커 3인방, EPL 우승에 ‘도전장’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15 10: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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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럽축구읽기⑩ EPL 탑 랭커 ‘흔들’
▲ EPL의 신흥TOP3를 구축한 감독 3인방, (사진왼편부터) 토트넘 홋스퍼 비야스 보아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그리고 리버풀FC 브랜던 로저스ⓒNewsis/AP

‘1위 굳히기’ 벵거의 아스널···역대급 대어 ‘외질 매직’ 팀 간 조화 ‘완벽’
견고한 패스웍·공격점유율 최고 ‘압박수비’ 절정 보아스의 토트넘 ‘눈길’
17년 만에 상위권 진입 성공한 명가 리버풀···로저스 수비압박 해결해야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잉글랜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상위 랭커들의 순위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시즌 초반 최강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간 1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맨유와 맨시티는 사령탑이 전격 교체되며 아직까지 흔들리는 모양새다.

27년 간 최고의 수장을 두었던 맨유는 데이비드 모예스(50)로 갈아탄 후 알렉스 퍼거슨(71) 전 감독과 모예스 감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기에 마누엘 페예그리니(60)가 이끄는 맨시티는 대표적인 수비수인 빈센트 콤파니(26)의 부상으로 수비라인에 비상이 걸리면서 상위권 입성에 험난한 길이 예고된 바 있다.

이에 리그는 신흥 TOP랭커 간 경쟁이 뜨겁다.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35)의 토트넘 홋스퍼, 그리고 브랜던 로저스(40)가 이끄는 명가 리버풀, 독불장군 아르센 벵거(63)의 아스널이 새로운 TOP랭커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신흥TOP랭커 가운데 1위 굳히기에 나선 벵거의 아스널, 그리고 토트넘, 다시 돌아온 상위 랭커 리버풀을 집중 조명해봤다.

‘1위 굳히기’ 벵거의 위력

잉글랜드 EPL리그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나선 팀은 모두 4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이다. 맨유 등 4팀은 최근 몇 년간 EPL리그 상위 TOP4에 꾸준히 입성해왔다. 올 시즌의 직전, EPL은 감독들의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시작되면서 상위 TOP랭커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명장을 보낸 맨유는 초반 강세를 유지하더니 최근 경기에서 연패의 늪에 빠졌고 맨시티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돌아온 탕아 ‘스페셜 원’ 무리뉴의 첼시 역시 아직까지 그만의 첼시 만들기 작전은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이 가운데 아스널(5승 1무 1패 승점 16)이 신흥TOP 랭커 가운데 가장 기량을 뽐내는 모양새다. 리그 직전 ‘구두쇠’ 벵거가 선택한 최고의 카드는 독일産 미드필더인 레알 마드리드의 메수트 외질(24)을 영입한 것. 역대급 선수의 영입으로 우왕좌왕하던 영 맨들의 집합소였던 아스널은 ‘역대급 선수의 존재감’ 하나로 새롭게 거듭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축구 개막 2달여가 채 안된 현재, 아스널의 최고 경기로 손꼽을 만한 승부가 나왔다. 그것은 바로 아스널의 홈구장인 런던 에미레이츠 스테디움서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와의 2013-2012 UEFA 챔스 F조 2라운드 경기다. 이날 아스날은 2-0으로 승리하며 유럽권역 모든 경기를 통틀어 10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 2일 열린 나폴리와의 UEFA챔스 조별리그 2차전 홈경기를 맞은 아스널의 메수트 외질(사진 오른편)과 올리비에 지루드(가운데)가 두 차례 연속골 직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Newsis/Xinhua

여기에 일조한 것은 앞서 언급한 ‘외질 매직’이다. 심각하리만큼 정신없던 아스널은 ‘외질’의 영입으로 최근 10년 새 단 한 차례도 들어 올리지 못한 우승 트로피의 영광을 누릴 자리를 마련한 모습이다.

우선 외질에 대해 살펴보자. 세계 최강급 미드필더인 그는 수준급 기술을 구사하며 볼을 컨트롤할 뿐 아니라 시야가 넓어 미리 상대팀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그 만의 필살기로 알려진 상체 페인트 모션은 그를 마크하는 나폴리 수비진을 묶어놓는 데 성공적인 모습이었다.

여기에 올 시즌 초반부터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EPL 9월의 선수’로 뽑힌 아론 램지(24)가 외질과의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다. 양 날개부터 중앙까지 위치를 가리지 않는 램지는 상대팀의 비좁은 공간에서 볼을 잡아내는 등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은 최고의 찬사조차 아깝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특히 최전방에 나선 아스널 원톱 공격수인 올리비에 지루드(27)와 미켈 아르테타(31)-마티유 플라미니(29)가 구축한 양 날개 사이에서 포지션을 굳힌 채 외질과 함께 공격 전환을 통한 불필요한 자리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결국 아스널은 세밀 하리 만큼 깔끔한 외질-램지의 움직임으로 공수전환의 포인트를 연신 잡아냈고 자연스러운 패스 조합이 마무리되는 완성도 높은 경기를 이뤄냈다.

아스널 공격패턴에서 종적인 패스로 상대팀의 골망을 흔들기 위해서는 양 옆으로 벽을 만들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바로 지루드다. 현대축구에서 ‘제로톱’(Zero Top)이 변화의 중심이라는 평을 받는 요즘, 패스의 타겟을 자청하며 팀 간 연계 플레이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그만큼 자원이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피지컬이 좋은 선수의 경우 상대 수비수는 골을 낚아채기 위해 발을 뻗기도 전에 이미 골은 다른 곳으로 연결되고 만다. 여기서 단지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니라 볼을 컨트롤하고 위치까지 정확하게 선정해 패스로 연결하는 지루드는 아스널의 최고의 공격자원임에 틀림없다.

이날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외질의 골의 1공신은 바로 지루드의 가슴으로 받아친 패스. 뿐만 아니라 지루드는 상대팀이 실수를 유발하게 만드는 전방 압박은 물론이거니와 측면으로 빠져나와 공격에 관여하던 움직임조차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었다.

여기에 수비수 바카리 샤나(30)의 움직임도 경기 내내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샤나는 상대팀의 비좁은 틈을 타고 들어와 치고 나갔을 뿐 아니라 왼쪽 날개까지 무너뜨리는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전반을 우세로 이끈 아스널은 이날 경기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원톱과 양 날개, 그리고 중원에 수비라인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연승행진의 기쁨에 빠진 아스널은 이날 경기에서 마치 벵거 감독이 조정하는 FIFA온라인(온라인 축구게임) 속 선수들 같았다. 벵거 감독이 선수들의 패스웍(pass work)과 템포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마스터키가 된 듯 해보였다.

60%가 넘는 볼 점유율은 전반 13분경에만 100개를 넘는 패스로 이날 전후반 90분 간 총 700개가 넘는 패스로 상대팀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외질 매직’을 업은 아스널은 이제 가히 EPL최고의 팀으로 급부상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부상병동’이라 불리는 아스널에 더 이상의 선수 부상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상승가도 토트넘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가 누구인가. 35세 젊은 나이에 챔스 우승팀인 첼시의 감독을 역임했고(물론 챔스 우승직전 경질되는 안타까움을 겪었지만)이제 발 빠른 축구로 수비라인을 한 껏 끌어올린 특징을 갖고 있는 토트넘의 지휘봉을 부여잡았다. 올 시즌 리그와 컵 대회는 물론 유로파까지 챙겨야하는 토트넘의 초반 기세는 엄청날 정도다.

연승행진으로 토트넘은 소리 소문 없이 상위권 진출에 성공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비라인으로 상대팀을 압박하면서 공격 점유율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렇듯 토트넘의 무한질주에 뒷받침이 되는 것이 바로 강력한 압박 수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토트넘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경기를 진행 중이다. 올 시즌 9경기까지 무실점행진을 한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압박’과 ‘볼 점유’에서 리그 최강이라는 평을 듣는 토트넘은 수비라인을 높게 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압박을 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올라간 압박 라인으로 상대팀으로부터 볼을 빼앗고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공격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현재까지 토트넘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볼 점유율과 가장 적은 슈팅 허용 기록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상대팀들이 견고한 패스웍과 빈번한 드리블로 뭉친 토트넘의 공격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트넘 경기를 살펴보자. 볼 컨트롤의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역습의 기회를 허용했을 경우, 무사 뎀벨레(26)와 얀 베르통헨(26)이 해결사로 나선다. 토트넘의 경우 역습 허용 시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의 커버 플레이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나서는 데 뎀벨레의 경우 기본적으로 위치 선정 능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실수가 생겼을 때 이를 만회하는 기민함까지 갖춘 선수다.

여기에 발 빠른 베르통헨이 센터백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이들의 커버 플레이는 영민하기까지 하다. 뎀벨레와 함께 중원의 황제로 불리는 파울리뉴(25)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3인방은 커버가 되지 않는 곳까지 밀고 들어가 상대팀의 역습에서 팀을 구해내고 있다.

지공 상황에선 어떤가.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 선정과 센터백의 대인 마크 능력은 여기서 또 빛을 발한다. 뎀벨레와 파울리뉴는 포백 간 간격 유지가 탁월하고 베르통헨은 공중볼 컨트롤과 대인 방어에서 단연 팀 내 으뜸이다. 결국 이들의 쫀득한 거미줄과 같은 짜임새는 ‘압박 수비’를 완성시키고 최후의 방어막을 형성 한다.

▲ 첼시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를 상대로 마크에 나선 토트넘 홋스퍼 얀 베르통헨(사진 왼편)ⓒNewsis/Xinhua

하지만 토트넘의 압박 수비에도 약점은 있다. 우선 레프트 백의 자리가 아직까지 주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보아스 감독은 대니 로즈(22)와 카일 노튼(24)을 번갈아 가면서 출장시키고 있지만 확실한 자리를 구축하지 못하자 아스널 등 강팀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 지난 아스날 전에서 토트넘의 유일한 필드골 실점을 내준 시오 월콧(24)을 놓친 로즈 탓으로 분석됐다. 또한 베르통헨에 의지하는 센터백 라인의 쏠림 현상도 문제점이다.

특히 중앙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원인은 바로 좌우 윙 포워드가 중앙으로 쏠리기 때문에 상대 수비 역시 중앙에 밀집하게 된다.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같이 티키타카(Tiki-Taka)식 짧고 빠른 패스에 리오넬 메시(25)와 같은 패스 앤 무브를 구사하는 특급 병기가 존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중앙에 집중하는 공격 포메이션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보아스 감독이 압박 수비형 축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 만이 상위 TOP3 입성을 향한 지름길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 지난 시즌 첼시와의 경기에서 리버풀의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즈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Newsis/AP

명가의 귀환 리버풀

리버풀이 돌아왔다. 리그 초반 3연승을 질주하더니 선두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6라운드 이후 징계로 출장이 금지됐던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즈(26)가 복귀하자마자 리버풀은 강력한 무기라도 얻은 듯 ‘승승장구’하는 기세다. 그는 리버풀의 ‘키 플레이어’임에는 틀림없다. 득점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6라운드 팀 내 복귀 후 첫 경기인 선덜랜드 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을 뿐 아니라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1골을 넣으며 리버풀 연승행진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수아레즈가 복귀하자 리버풀은 2선 공격진들 간의 패싱 플레이가 승리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리그 2위까지 오른 리버풀은 감회가 새롭다. ”과거의 영광만 있을 뿐 현재가 없다“는 비판 속에서 조롱받던 리버풀은 수아레즈와 다니엘 스터리지(26)콤비가 폭발하면서 17년 만에 우승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기세가 영력하다.

특히 브렌던 로저스 감독은 복귀전에 골을 몰아친 수아레즈를 향해 “박스안에서의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수아레스가 최고”라며 그의 공헌에 믿음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시즌 첼시와의 38라운드 경기에서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29)의 귀를 깨물어 ‘핵이빨’이라는 오명과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악동’이지만 팀 내 에이스라는 데는 이견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수비에서의 압박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압박을 통해 볼 소유권을 뺏어 올 경우 빠른 공격 전개로 역습 찬스를 만든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은 상대의 플레이만 저지시켜도 성공이라 판단하기에 압박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리버풀은 대체자원이 부실하다는 단점도 있다. 베스트11 이외의 선수들은 주전과의 수준 차이가 너무 크다. 이것이 리버풀의 로저스 감독이 일보 전진, 그리고 우승을 향한 TOP3 굳히기를 위해 과감한 예비전력의 육성과 영입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된다면 리버풀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서 멈추지 않고 현재를 달리는 팀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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