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채 개인전 ‘시간의 저편에서 전해지는 침묵의 소리’

미술평론가 김상철 / 기사승인 : 2013-11-05 02: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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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인사아트센터 2층 전시실 오는 11.6~12일까지
▲ @예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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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상철 동덕여대교수 (미술평론가)] 오늘날 수채화는 가장 보편화된 조형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채화 자체가 유화 등 본격적인 작업의 입문 과정 정도로 오해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수채화가 보여주는 풍부한 조형적 경험과 성과를 생각해보면 이런 세간의 인식은 반드시 고정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수채화에 전념하는 작가들을 보면 종종 유화가 지니고 있는 물성 자체에 대한 불편함이나 거부감 등이 수채화를 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들곤 한다.

이것은 물을 매개 재료로 하는 수채화의 맑고 경쾌하며 분방한 특성이 동양인의 심성과 정서에 일정 부분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굳이 재료에 대한 경직된 이해로 수채화를 서양화의 범주에 묶어 제한할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작가 심우채 역시 평생 수채화로 일관하고 있는 대표적 작가 중 한명일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천착해 온 작가에게 재료적인 제약이나 기능적인 기교는 의미 없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그의 그림은 묵직한 중량감과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기교나 방법에서 표출되는 인상이 아니라 화면 깊숙한 곳에서 발현되는 무거운 울림 같은 것이다. 이것은 그가 수채화라는 재료와 특성에 대해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조형의 세계를 지향한 결과일 것이다.

즉 작가가 단순히 그림 위에서 이루어지는 가시적인 것에 주목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파생되는 다양한 자극에 대한 내밀한 사유가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그림은 단순 명료하다. 이번 작업에서 핵심을 이루는 내용은 마치 벽처럼 보는 이를 마주하는 커다란 바위들이다. 더불어 낡고 오래되어 퇴색한 이미지들과 쇄락한 사물들 역시 소재는 다르지만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바위는 마치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소리를 담고 있는 듯 무겁고 정적이다. 무겁고 어두운 가운데 전해지는 깊이가 바로 그 치묵과 마주하고, 세월이 지나 전해지는 시간의 역사를 더듬는 것이다.

시간은 자연의 언어이고, 바위는 그 영겁의 시간을 내재하고 있는 자연의 부분이다.

작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의 역사를 바위나 낡고 오래된 사물들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읽어내어 그것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시간적 이미지에 의탁하는 조형예술의 장점과 특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작가가 표현하는 침묵의 소리를 읽어내고 이해하는 것은 전적으로 보는 사람의 몫이다. 더불어 기교와 방법은 이를 구현하여 드러내기 위한 도구적 수단에 불과하다.

영겁의 세월로 전해지는 자연 앞에서 인간의 인식은 유한한 것일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이르면 온갖 인위적인 것은 의미를 잃게 된다. 자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어느 곳에도 그 작용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 바로 동양적 사유의 절정이다.

이른바 작위와 부작위는 자연과 인간의 제각기 다른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수채화에서 물의 작용이 바로 이것과 비길 것이다.

스미고 번지며 서로 섞이는 인간의 작위를 수용해내는 물의 작용이 자연의 몫이다. 이를 수렴하고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안목에 달린 것이다. 작위와 부작위가 교차하는 가운데 그윽한 사유가 물씬 배어 나오는 작가의 그림은 바로 자연의 이치와 그 역사에 대한 관조라 할 수 있다.

대상을 선택하고 표현하는데 간(看)과 관(觀)은 유사하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간은 대상을 물질적으로 이해하며 접근하는 것이고, 관은 그 내면에 대해 정신적인 이해가 전제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의 화면은 객관을 전제로 하고, 관의 화면은 주관이 앞선다. 작가가 취하고 있는 사물들이 구체적으로 낡고 쇄락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는 자연으로 대변되는 시간, 혹은 시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만약 작가가 선택한 대상 자체에 머무는 것이라면 이는 소재주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작가의 소품은 소재와 표현이라는 단순한 이해에 범주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시간 저편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조형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그의 그림은 투시나 원근이라는 객관적 조건의 설명보다 평면성을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작가의 지향이 분명 허(虛)와 실(實)로 구분되고 있는 화면의 구조와 여백을 함축적인 표현 등으로 물질적인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통해 그윽한 관조의 시각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시간이라는 자연의 역사 속에서, 그리고 그 침묵의 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자연의 이치는 인간의 예측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불변과 변화 역시 근본적으로는 같을 것이고, 인간은 결국 자연이라는 커다란 질서를 통해 수렴될 것이다.

마치 한가한 가을의 뜨락에 내리 쬐는 가을 햇살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그 순환의 엄격함을 깨닫듯, 작가는 자신이 포착한 침묵의 소리를 통해 자연과 그 이치에 대해 순응의 지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번잡하고 현란한 인위적인 가치에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고, 현상적이고 가변적인 것에서 벗어나 말하지 않는 것으로 더욱 큰 설득력을 갖게 되고, 표현하지 않는 것으로 더욱 풍부해지는 역설적 가치를 화면에 표출하여 침묵의 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술통신

심우채(沈愚埰)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추계예술대학교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9회 아트페어/부스개인전 8회
국내외초대전/단체전 300여회 출품

2013 가나 인사아트센터/서울
2012 리더스 수 갤러리 초대전/서울
2011 윤당 갤러리초대전/서울
2010 라메르 갤러리/서울
2008아트&아트 갤러리초대전/일산
2006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서울
2005 갤러리 수 초대전/서울
2003인사아트플라자갤러리/서울
2001 대림아트갤러리/서울
2013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서울
2013 상해-아시아 아트페어/상해 전람센터 중앙홀,中國
2012 한.중 수채화대전/청도시미술관,中國l
2009 “SCAF”한국미술의 빛 전/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서울
2009 A&C Art Fair Seoul
2009/서울미술관,서울
2008 골든아이 아트페어/코엑스인도양홀,서울
2007아트스타100인축전/코엑스인도양홀,서울
2006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서울
2004 한국수채화 대표작가 24인초대전/코엑스몰,서울

◎공모전 운영/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
(사)한국수채화협회공모전
(사)목우회공모대전
(사)구상전공모대전,행주미술대전,경향미술대전 등

◎현 재
(사)한국미술협회회원
group mull회장
무진회 감사
위성방송 Arte TV 아카데미수채화 강사
고려대학교 교육원,예술의전당아카데미,충무아트홀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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