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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탕웨이싱과 악수하는 이세돌 |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이세돌 2013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
한국은 올해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중국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제한 속기 기전인 TV 아시아 선수권대회도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올해 개인전 타이틀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한 한국의 마지막 보루는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였다.
삼성화재배도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의 상승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 본선 16강에 중국은 11명, 한국이 5명이 진출했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싸운 한국은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며 본선 8강에 4명이 진출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16강전 중국과의 승부에서 대승한 한국은 그야말로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 중전으로 치러진 8강전에서 이세돌을 제외하고 박정환, 김지석, 안성준이 모두 탈락하며 다시 한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이세돌이 남아 있음에 우승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준결승 3번기, 이세돌은 과연 믿음직한 승부사였다. 4일에 벌어진 1국에서 이세돌은 우광야에게 일격을 당하며 절벽 끝에 몰렸다. 하지만 이세돌은 그대로 추락하지 않았다. 하루를 쉬고 6일에 열린 2국에서 이세돌은 우광야에게 완승을 거두며 승부를 최종국으로 돌렸다.
7일에 벌어진 최종국. 이세돌은 초반에 두터운 운영을 보이며 신중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중반 한 때 검토실의 중론은 우광야가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이세돌이 계속해서 우광야를 압박했고 형세는 어느 순간 다시 팽팽해졌다.
그리고 종반에 접어들 무렵 우광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광야는 지나치게 실리를 탐했고, 이세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변 흑 진영에 침투해 하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흐름이 이세돌에게 넘어가자 우광야는 무리한 공격을 감행했고, 이세돌이 중앙에서 결정타를 날리며 흑 대마를 포획해 15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세돌이 1패 후 2연승으로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대편 조에서는 중국의 스웨와 탕웨이싱의 대결이 펼쳐졌다. 두 기사의 승부도 역전의 흐름이 연출됐다. 스웨가 1국에서 선승을 거두었으나 탕웨이싱이 연달아 2연승을 거두며 역전에 성공, 결국 탕웨이싱이 2-1로 결승에 올랐다.
이세돌은 이번 대회를 제외하고 그동안 삼성화재배 4강에 모두 4번 진출했다.(9,12,13,17) 그리고 네 번의 대회에서 이세돌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은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특히 큰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또한 이세돌은 최근 우광야와 1국에서 패할 때까지 16연승을 거두는 등 한 동안 이어지던 부진을 완전히 털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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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 vs 우광야 |
그러나 스웨를 격파하고 올라온 탕웨이싱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실내무도경기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무서운 상승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신예의 패기를 앞세워 상대가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결승전은 12월 10일부터 중국 쑤저우에서 3번기로 진행된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지난 대회부터 우승 3억원, 준우승 상금 1억원으로 증액해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며, 제한시간은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이세돌 5개월 만에 랭킹 1위 복귀
이세돌 9단이 5개월 만에 한국랭킹 1위 자리에 복귀했다. 전 달에 랭킹 3위를 기록했던 이세돌은 10월 한 달 동안 2013 삼성화재배에서 천야오예 9단과 추쥔 9단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고, 2013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진출, 제57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진출,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준결승에 오르는 등 중요한 대국을 연달아 승리하며 9전 전승을 거두었다.
이세돌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비중 있는 대국이 많았던 만큼 랭킹 점수가 대폭 상승해 96점이 오른 9,817점으로 다시 정상의 자리를 밟았다.
4개월 연속 1위를 지켰던 박정환 9단은 8승 3패를 기록하며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2013 삼성화재배 8강전과 중국 갑조리그에서 스웨 9단에게 2패를 당했고,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이춘규 5단(43위)에게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16강전에서 패한 것이 랭킹 점수 상승의 걸림돌이 되어서 2점 상승한 9,796점을 기록, 랭킹 2위로 밀려났다.
전 달에 랭킹 2위 였던 김지석은 7승 2패의 성적으로 랭킹 점수가 11점 상승했으나, 이세돌에게 역전을 허용했고, 박정환을 넘어서기에도 점수가 모자라서 9771점으로 랭킹 3위로 만족해야 했다. 또한 전달 랭킹 5위였던 최철한 9단이 7승 3패를 기록하며 3승 4패의 부진한 성적을 보여준 박영훈 9단과 자리를 맞바꿈하며 4위에 올랐고, 목진석 9단이 4승 1패를 기록하며 랭킹이 4계단 상승해 3년 7개월 만에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한편 랭킹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달에 랭킹 20위권 밖으로 밀려 21위를 기록했던 이창호 9단이 2전 2승을 기록하며 5계단 상승한 16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춘규 5단은 4승 3패의 무난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16강전에서 박정환을 꺾은 것이 원동력이 되어 43위에서 32위로 11계단을 점프하며 전체 기사 중 가장 높은 랭킹 상승폭을 보였다.
여자 기사 중에서는 박지은 9단이 99위를 차지해 유일하게 100위권 안에 이름을 남겼다. 200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한국랭킹은 레이팅 제도를 이용한 승률기대치와 기전 가중치를 점수화 해 매 달 랭킹 100위까지 발표된다.
제57기 국수전 4강전
흑: 홍성지 9단 백: 이세돌 9단
결과: 186수 백 불계승
최근 이세돌 9단의 날카로움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57기 국수전 4강 홍성지 9단과의 대국에서 이세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장면이 연출된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이세돌의 깊은 수읽기의 세계를 함께 경험해보자.
1도는 상변에서 중요한 승부패가 진행되는 장면이다. 이세돌이 실리로는 앞서고 있지만 주도권은 홍성지가 잡고 있는 느낌이다. 홍성지가 흑 1로 중앙 팻감을 쓰고 흑 3으로 패를 따내자 이세돌은 이내 백 4로 중앙을 정리한다.
백 4로 2도 백 1로 팻감을 쓰며 패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흑 4부터 이어지는 중앙 팻감을 백이 도저히 감당할 길이 없다. 여기서 홍성지가 3도 흑 1로 패를 키우며 승부를 걸어가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흑 3의 팻감에 백 4로 받아주는 수가 있어서 백 8에 다음 팻감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좋은 수가 숨어 있었다.
4도 흑 1로 먼저 젖혀가는 것이 좋은 수순. 지금은 백 2로 차단해야 하고 이때 흑 3으로 패를 결행했다면 홍성지가 우세한 국면이었다. 우변에 흑의 팻감이 많아서 백 14로 좌하귀를 잡자는 팻감을 쓸 수밖에 없는데 흑 17까지 상변이 잡히는 것이 커서 이런 진행이라면 홍성지의 승리가 유력했다.
그러나 홍성지는 이 길을 가지 못했다. 어쩌면 5도 흑 1로 두어도 백 대마 둘 중에 하나는 잡는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세돌은 타개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력하다. 백 2로 좌상 백 대마의 약점을 보강한 이세돌은 백 4, 6으로 우상 백 대마의 모양을 잡는다. 여기서 쉽게 살려주면 홍성지의 집 부족.
이에 홍성지는 6도 흑 1, 3의 실리의 손해를 감내하며 우상 백 대마 사냥에 나선다. 한눈에 보기에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어려운 국면. 죽느냐 사느냐로 승부가 결정되는 긴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러한 복잡한 싸움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세돌은 백 1로 붙여서 중앙에 백의 눈 모양을 만들어 놓고, 흑 2로 압박해 오자 이번에는 백 3으로 귀를 붙이는 묘한 수를 두어간다.
두 번의 묘수가 놓였다. 그리고 이 수들로 인해 우상 백 대마의 살길이 열리게 된다. 8도 흑 1로 단수치는 수는 백 2, 4로 패를 결행해서 흑이 안 되는 그림. 백은 좌하귀 백 A 등 팻감이 많이 나오는 모습이다. 단순하게 9도 흑 1로 늘어두는 것은 더 쉽게 살아간다.
백 2, 4를 선수로 활용하고 백 6, 8로 중앙에 눈 모양을 만들면 흑 9가 불가피하다. 이때 백 10으로 살아있는 형태. 이에 홍성지는 10도 흑 1로 한 박자 늦추며 백 대마를 압박한다. 백 2에 흑 3은 상변에 백 집이 나는 것을 효과적을 방비하는 수. 흑 15까지 대마 사냥에 올인 한다. 11도는 계속되는 실전진행.
백 3으로 먹여치는 수가 공배를 채우는 호수이다. 흑 10의 차단에 백 11, 13, 15로 백 대마의 삶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결국 홍성지는 여기서 돌을 거두었다. 계속해서 12도 흑 1로 늘어서 잡으러 가는 것은 백 2, 4로 순리대로 두어 다음에 가와 나가 맛보기여서 살아있는 모습이다. 이세돌의 강점을 그대로 보여준 대국이다.
3도: 5-△ 8-2 4도: 7, 13-△ 10-4 11도: 2-△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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