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있는 플룻 연주, 특별한 밤을 선사”

이희은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3-11-19 11: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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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플루티스트 Albert Pae, 체코 Cesky Krumlov에서 Virtuosi Pragenses와 협연
▲ @예술통신

[일요주간=이희은 칼럼니스트]

<Program>
Virtuosi Pragenses
Flutist: Albert Pae
Guitarist: Miriam Bruellova
Program:
F. Carulli: Concerto for Flute, Guitar and Strings in G major, Op.207
Masquerade Hall, CeskyKrumlov, Czech Republic

체코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는 체스키 크룸로프(?esky Krumlov)는 보헤미안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중세도시다. 블타바강이 감싸고 도는 작고 아담한 마을에서는 길바닥을 채운 둔탁한 돌길이 정감 있게 다가선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 중세마을은 300년동안 커다란 변화 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유구한 풍경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수백 년 전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해마다 7월 중순부터는 6주 동안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의 성과 마을을 배경으로 국제 음악축제 (Cesky Krumlov International Music Festival)가 이어진다.

이 음악축제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여름 음악 축제로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연주에 함께하고 있으며, 플라시도 도밍고, 미샤마이스키, 호세 쿠라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축제를 빛내왔다.

올해 제22회째를 맞으며 7월 19일 부터 8월 17일까지 열린 이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한국의 플루티스트 알버트 배(Albert Pae)의 연주가 축제의 분위기를 한 층 더 고조시켰다.

8월 8일, 알버트 배와 슬로바키아 출신 기타리스트 미리암 브륄로바(Miriam Bruellova), 그리고 체코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인 Virtuosi Pragenses의 협연을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체스키 크룸로프의 두 성을 연결하고 있는 망토 다리(Cloak Bridge)의 낮은 통로를 따라 바로크 극장의 마스쿠에라데 홀(Masquerade hall)로 모여들었다.

1748년 로코코 양식으로 비엔나 화가 Josef Lederer가 마스쿠에라데 홀의 모든 벽면을 장식하였는데, 그 화려함은 감탄을 숨길 수 없는 정도이다. 극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은 화려한 극장에 한 번, 알버트 배의 고풍스러운 풀룻소리에 다시 한 번 매료되었다.

이날 알버트 배가 연주할 곡은 카룰리(Ferdinando Carulli)의 플룻과 기타를 위한 협주곡 G장조, Op. 207.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차있었다.

낯선 한국인 플루티스트와 슬로바키아 출신 여성 기타리스트의 등장은 그들에게 의아함마저 들게 했을 테지만 그들의 당당한 입장에 관객들은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박수로 맞았다.

서주에 뒤이은 알버트 배와 브륄로바의 조화로운 선율이 마스쿠에라데 홀 벽면에 부딪혀 울려 퍼지며 그 공간에 속한 모든 청중들을 매료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알버트 배의 호흡 하나하나에는 대담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완숙된 절제 속에서도 내비쳐지는 화려함이 있었다.

또한 곡의 형식미를 극대화 시켜주는 세밀하고 정직한 연주에 투영된 그의 플룻은 고전 음악이라면 다소 식상할 법도 한 체코 청중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맑고 청량한 1악장 후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한 2악장 변주곡에서 알버트 배는 브륄로바의 기타와 완벽하고 우아한 대화를 나누며 장내를 압도하였고 3악장 ‘알레그로’에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의 절제된 듯 하면서도 기품있는 연주는 단순한 우아함이 아닌 플룻만이 낼 수 있는 맑고 청아한, 어쩌면 작곡가 카룰리가 의도한 바로 그대로였을 것이다.

마지막 마디에 이르러 강렬한 하모니로 마무리를 지은 그의 연주는 청중들에게 각인 되었으며 장내가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박수는 그 반증이었다.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친 그는 환한 미소로 박수에 화답하며 무대를 멋지게 마무리 했다. 연주 후에 매년 방문한다는 관객 중 한명인 마리에 프뤼슈틱(43)은 “먼 곳에서 온 특별한 연주자가 선사한 특별한 밤에 대해 감사한다”며 그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한편, 알버트 배는 1991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첫 음악 공부인 피아노를 시작으로 11살에는 플룻을 배우기 시작했다. 테나플라이 고등학교를 졸업 후 줄리어드와 왕립음악학교에서 학위를 마쳤다.

현재 그는 독일에 있는 함부르크 음악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그는 자신의 대부분 연주경력을 미국, 영국, 이탈리아에서 보냈으며 음악 교사 협회, 남서부 청소년 음악 페스티벌, 링컨 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와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또한 그는 2010년 2차 베이징 니콜 국제 플루트 콩쿠르에 초대되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알버트 배는 아시아 아메리카 심포니 유스 오케스트라, 줄리어드 예비 학교 챔버 오케스트라, 심포니와 협연을 했으며, 줄리어드 오케스트라와 RCM 신포니에타, 제임스 콘론, 제프리 밀러스키의 지휘로 연주를 했다.

그는 영국에서 윌리엄 베넷의 국제 플루트 마스터 클래스에 초대받았으며, 스위스에 있는 제임스 골웨이의 국제 플루트 마스터 수업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술통신

▲ 슬로바키아출신 기타리스트 브륄리바(사진왼편)와 플루티스트 알버트 배@예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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