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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한 레버쿠젠의 손흥민. 그는 최근 분데스리가 선정 베스트 11에 연이어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Newsis/AP |
해트트릭 이후 달라진 플레이로 팀 승리 견인차 역할 톡톡
넓어진 시야·절묘한 볼 컨트롤은 물론 연계플레이까지 척척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의 우승컵인 빅 이어(Big Ear: 모양새가 귀를 닮아 붙인 호칭)는 그 해 유럽축구의 주도권을 쥔 팀에 주어진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스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축구팬들이 유럽리그로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에게 챔스 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특히 아시아인 최초로 두 번이나 챔스 결승전에 올라선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EPL)의 박지성(32, PSV에인트호번)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박지성이 EPL을 떠나 주춤한 사이 분데스리가 손흥민(21)의 기세가 매섭다. ‘손세이셔널(Sensational과 Son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손흥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히 손흥민의 바이어04레버쿠젠은 리그 선두를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은 채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고 챔스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레버쿠젠을 이끈 에이스로 축구 전문가들은 손흥민을 지목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손흥민의 활약은 어디까지일까.
손흥민의 활약이 하루가 다르게 유럽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팀 레버쿠젠은 2013-2014 시즌 분데스리가 2위까지 올라서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독일 축구 전문지들은 12월 연 2주째 그를 리가 베스트11에 올렸다. 끊이지 않던 그를 향한 구단의 러브콜은 이제 잉글랜드의 EPL(풀럼, 리버풀)을 넘어서 이탈리아 세리에A(유벤투스)까지 구애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렇다면 손흥민을 이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괄목할 만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1992년생인 손흥민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신체조건도 유럽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뿐더러 팀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주도하는 선수가 ‘손흥민’ 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해트트릭이 가져다준 선물
시즌 초반 이적 후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 그리고 역할을 찾지 못해 골 가뭄에 휩싸인 손흥민은 팀의 주전 자리조차 확답을 받지 못할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춤하던 그는 지난달 9일, 친정팀인 함부르크 SV와의 홈경기에서 해트트릭(Hat trick)을 기록하며 부진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그가 변화한 시점은 이 시기부터다. 해트트릭이후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던 그는 지난해 챔스 준 우승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 망을 흔드는 한방으로 승리를 견인해 시즌 12승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손흥민의 천금과도 같은 골을 지켜 낸 레버쿠젠은 2위 수성에 성공하며 3위인 도르트문트와의 승점차를 6점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다.
도르트문트와의 리가 경기까지 최근 4경기 6골을 기록하며 가시적인 성적표를 내놓은 그에게 가장 괄목할 만한 점은 바로 변화된 플레이에 있다.
손흥민의 도르트문트전 득점 장면을 살펴보자. 우선 상대선수의 볼을 끊어낸 상황에서 손흥민은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고 잇따라 원터치 패스가 이어졌다. 결국 패스가 끊어짐 없이 흘러갔다는 점은 바로 침투 방향에 대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기 시작한 여유다. 이는 손흥민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야를 넓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날 경기 도중 그는 골포스트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침착함을 유지한 반면 볼을 컨트롤 할 때 주위를 모두 살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손흥민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몇 가지 가운데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는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이다. 일단 볼이 눈앞에 오면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여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도르트문트전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볼을 가진 상황에서 비어있는 동료를 확인하고 패스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는 단순히 마무리를 하는 선수에서 머무르지 않고 주변 동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득점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볼 컨트롤이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라도 볼을 잡았을 때 바로 골로 성공 시키느냐 혹은 상대선수에게 잡히지 않는 패스를 하느냐는 득점으로 연결을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성공적인 볼 컨트롤을 해낸 손흥민은 곤살로 카스트로(26)의 패스를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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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지난달 30일 펼쳐진 FC 뉘렌베르크와의 분데스리가 14라운드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 메이트들과 그라운드에서 환호하고 있는 모습. ⓒNewsis/AP |
이는 마누엘 프리드리히(34)의 역습도 이뤄지기 어려웠으며 수문장인 로만 바이덴펠러(33)가 끊어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손흥민의 절묘한 볼 컨트롤은 득점으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변화된 플레이를 선보인 손흥민은 돌파에 그치기보다 볼이 없을 때 빈 공간을 찾아다니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원래 손흥민은 빈 공간을 찾으며 자신의 움직임을 확장하는 선수는 아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직접 슈팅 기회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직접 돌파가 상대팀에게 먹히지 않을 경우 경기 흐름은 그대로 끊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전을 통해 새롭게 변모한 모습을 자신감 있게 내보였다. 돌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수비를 끌어들였으며 최대한 간결한 볼 터치로 팀의 공격 흐름을 끊지도 않고 오히려 ‘흐름’을 이끌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컨디션이나 상대팀 수비수 밀착도와는 관계없이 스스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손흥민이 진화하고 있는 이유이며 러브콜이 쇄도하도 있는 까닭이다.
챔스 16강 진출 레버쿠젠...손흥민 활용법 변화할까
가파른 상승세로 분데스리가 2위 수성에 성공한 레버쿠젠은 최근 기록경신에 여념이 없다. 2001-2002 시즌 레버쿠젠은 리그는 물론 DFB포칼컵과 UEFA 챔스에서 모두 준우승했다.
레버쿠젠의 유명한 ‘준우승 트레블’이 축구계의 전설로 남은 것은 아쉬운 사실이다. 리가 경기에서 도르트문트에 승점 1점차로 뒤졌고, 컵 대회에서는 샬케04에 우승컵을 내주었으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하며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레버쿠젠은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후 레버쿠젠은 10년 간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를 내놨다.그러던 레버쿠젠이 올해 최고의 성적으로 정상을 향한 질주를 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는 손흥민 카드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게 더욱 인상적이다.
챔스 조별리그 32강 마지막 경기에서 A조에 속한 레버쿠젠은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귀중한 승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3승1무2패로 승점 10점을 올린 레버쿠젠은 조3위에서 2위로 오르며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제치고 챔스 16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날 손흥민은 비록 공격포인트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레버쿠젠의 없어서는 안될 카드임을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후반 45분, 교체 직전까지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A매치 데이에 리가 경기, 챔스 조별리그까지 잇단 경기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는 게 아쉬웠을 뿐이다.
특히 손흥민의 후반 27분 이뤄진 골 박스 앞으로 쇄도 후 시도했던 슈팅, 그리고 교체 직전 결정적인 골 기회에도 불구하고 체력의 소진돼 이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 등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날 역시 손흥민은 볼에 대한 컨트롤에서 보다 집중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끝까지 볼을 지켜낸 후 동료 선수에게 연결해주는 탈(敓)압박은 도르트문트전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또한 보다 부드러워진 연계 플레이로 상대 팀의 견제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는 건 그가 성장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날 손흥민의 패스 성공률은 97%를 기록하며 양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유효패스(4개)는 레버쿠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골 결정력과 체력 고갈 등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았다.
운동경기를 관람할 때 팬의 시선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바로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성장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때다. 지금 바로 손흥민이 그렇다.
이제 21살이 된 손흥민이 레버쿠젠의 에이스로 자리잡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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