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김기덕 감독의 민낯, 그의 영화와 성추문

엄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18-03-14 1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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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김기덕 감독.(사진=newsis)

[일요주간=엄지영 기자] '칸 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베를린국제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 모두 본상 수상. 그리고 여배우 성폭행. 이 두 타이틀이 한 사람에게 공존한다.


거장으로 불리우던 김기덕 감독. 그가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고발 대상자로 지목됐다.


영화계는 터질 게 터졌다며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자 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피소된 상태다. 피해 여성들에 의하면 그는 일상이 성희롱일 정도로 지속적으로 여배우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았고 이를 거절 하면 성폭행 했다.


이러한 논란이 들끓자 더불어 김기덕 감독의 여성관이 드러나는 영화들이 재조명 되고 있다. 그가 이제껏 그려온 여성들은 대부분 창녀이거나 남성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중들은 그의 작품을 "예술로 포장된 성폭행범의 잔재일 뿐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그는 '여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까. 여성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작품을 개봉 순으로 살펴봤다.


◇악어(1996)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한강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시체를 유기해 유가족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용패(조재현 분)의 밑바닥 인생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자살하려는 여 주인공을 살려내 자신의 성적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한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강간한 용패를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용패의 노리개로 표현되며 실제로 개봉당시 여주인공이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파란대문(1998)
어느 여관을 중심으로 동갑내기인 창녀 진아와 주인집 대학생 딸 혜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혜미는 몸을 파는 진아를 무시하고 혐오하며 두 사람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말에 다달아서는 성에 눈을 뜬 혜미가 아픈 진아를 대신해 남자에게 몸을 맡기게 된다. 이 작품에서 남성들은 창녀인 진아를 지배하고 착취하려하며 폭력으로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진아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남자로부터의 강간까지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에 관객들은 김기덕 감독의 남성중심적 시선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섬(2000)
이 작품에는 낚시터에서 몸을 파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창녀인 여자 주인공은 자살을 하려던 남자 주인공을 살려내고 두 사람은 섬에서 다소 엽기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몇 관객들이 구토를 하거나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뛰쳐 나가기도 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는 잔혹하고 노골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성기 안에 낚시 바늘을 집어 넣어 자해를 하며 하얀 옷에 피를 흩뿌리는 장면이 그렇다. 이에 이 영화또한 여성을 모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평이 있었다.


◇나쁜남자(2002)
여주인공이 촬영 후 '영혼을 다쳤다'고 표현할만큼 자극적인 이 작품은 한 사창가의 건달이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대생을 창녀로 만든 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여주인공은 결국 건달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을 남성에 의해 망가지는 피해자로 그리며 마초적인 여성관을 드러낸 것. 이 작품은 개봉당시 여성단체로부터 강간과 인신매매를 미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여주인공 서원은 2002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나쁜남자’ 이야기를 하면 촬영 때의 일이 떠올라 표정까지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어두워진다”면서 “선화로 있어야 하는 제 모습이 끔찍했다”고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촬영장에서 거의 자폐였다”면서 “말도 안 하고, 촬영 없을 때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제가 정신이 나가 있는 게 보였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사마리아(2004)
'나쁜남자 두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은 원조교제를 하는 두 여고생과 이를 우연히 목격한 한 형사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에서 주인공인 재영(한여름 분)은 “인도에 ‘바수밀다’라는 창녀가 있었어. 그런데 그 창녀랑 잠만 자고 나면 남자들이 모두 독실한 불교 신자가 된대. 날 바수밀다라고 불러줄래?”라는 대사를 한다. 창녀가 성행위를 통해 남성을 정화시켜 구원한다는 김기덕 감독의 남성적 판타지가 깃들어 있는 것. 이에 사마리아는 반여성적인 김기덕표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김기덕의 거짓말, 그리고 변명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영화가 폭력적이어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좋겠다”며 작품과 자신은 별개라는 뜻을 비췄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속출하며 그의 주장은 거짓이 돼버렸다. 결국 그의 세계관은 현실에 녹아있었던 것이다.


현재 그의 성폭행에 의해 낙태를 했다는 여성까지 나타났음에도 불구, 그는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세 가지 변명을 하고 있다. 첫째로 '영화감독 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둘째로 '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적은 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 마지막으로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


한편 여자 주인공이 영화가 시작된 지 30여 분만에 남자 5명에게 강간을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성폭력 의혹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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