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엄지영 기자] ‘메갈리아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던 시점에서 남성들의 언어를 사용해 여혐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고 이것을 기자나 학자들이 ’미러링‘이라 이름 붙였다' -김익명의 ‘모든 것은 고소로 시작되었다’ 도입부분 발췌
지금의 '미투운동'이 있기 전에 이들이 있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 한국사회의 일명 여혐(여성혐오)현상에 미러링으로 맞서는 페미니스트들이다. 이프북스에서 3월 14일 발간한 '근본없는 페미니즘'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초반부에 2015년부터 2018년 까지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타임라인을 기록했는데, 이 타임라인에는 메르스 사태부터 시작된 각종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슈들이 적혀있다.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홍콩 여행을 다녀온 여성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남성 네티즌들이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낸 것을 시초로 맥심코리아 2015년 9월 표지 논란,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조선대 남학생의 여자친구 감금폭행사건 등 이 책은 이제껏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페미니즘을 실천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다.
또한 7명의 페미니스트 필자들의 이야기도 실렸다. '좆뱀'이라는 댓글로 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옳은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재판을 선택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김익명'씨, 소라넷에서 실시간으로 강간을 모의하는 게시글들을 목격하고 메갈리아로 흘러 소라넷 폐지 운동에 힘을 보탰다는 '강유'씨, 한국에서 성폭력을 당한 호주여성의 피해사실을 찍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인터뷰에 응했다가 일간베스트에 신상이 털렸고 그에 일일이 고발을 해 사과를 받아냈다는 '이원윤'씨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자신들 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필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록에는 117개의 단어를 기록한 ‘단어사전’이 실렸다. 앞서 언급한 ‘미러링’으로 새롭게 태어난 페미니스트들의 언어를 독해할 수 있도록 단어사전이 구성된 것. 예를 들어 ‘싸튀충’은 ‘낙태녀’라는 단어를 대체하기 위한 말로서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신한 여성이 아니라 무책임한 섹스를 한 남성에게 화살을 돌리는 표현으로 싸고 도망가는 남자를 벌레라 비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책의 기본 홍보 문구는 ‘읽고 까라’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거나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 한 명 한 명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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