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유명무실한 축산물이력제...단속 주체 일원화전자칩 귀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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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newsis)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축산물 이력번호와 DNA 정보가 불일치한 한우가 지속적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단속하는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 위반업체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국회의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축산물(한우고기)을 무작위로 구매한 뒤 농림축산식품부에 7건에 대해 DNA 동일성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든 DNA가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육가공업체 및 판매업체들이 이력관리를 허위로 표시해 소비자들을 속이며 이익을 얻고 있다”며 육가공업체, 유통업체의 관행적인 불법 유통ㆍ판매와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를 지적했다.
이어 “이원화된 축산물 이력과 한우고기 등급표시 단속 주체를 일원화해야 하고 낮은 벌금·과태료에 대한 처벌 수준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플라스틱 귀표 대신 전자칩(RF-ID) 귀표를 도입해 단속에 대한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축산물 이력 관리제, 제기능 상실
축산물 이력제란 가축의 출생부터 도축ㆍ포장처리ㆍ판매까지 정보를 기록ㆍ관리해 위생ㆍ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우를 판매하는 모든 업체는 제품 외관에 12자리의 이력번호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며 “12자리의 이력번호를 입력하면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에서 해당 소의 출생부터 도축까지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산물 이력제는 원산지 허위표시나 둔갑 판매를 방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축산물 정보를 알리고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며 “그러나 이러한 취지로 도입된 축산물 이력제가 지금은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력번호를 조회했을 때 나타나는 정보와 동일한 개체가 대부분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고 덧붙였다.
◇ 비효율적인 단속주체 이원화
한우 관련 ‘축산물 이력법’ 위반 행위 단속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한우고기 등급 표시 위반 단속은 관련 법률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다시 말해 단속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서 위반업체 적발에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의견이다.
실제 이병진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20년~2024년) 간 ‘축산물이력제 소 유통단계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88건, 2024년 9월 기준 215건에 달한다. 그러나 식약처의 한우 등급 표시 위반업체 적발 실적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8월 약 5년 간 6건에 불과했다.
◇ “이원화된 관리체계, 일원화하고 전수조사 실시해야”
허위 표시의 경우 부과되는 위반 과태료는 1차 70만 원, 2차 140만 원, 3차 280만 원, 4차 500만 원이다. 과태료의 약한 처벌 수준이 축산물 부정 유통을 성행하게 하고 결국 축산물 이력제만 믿고 한우를 사 먹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원화된 축산물 이력과 한우고기 등급표시 단속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관행적인 한우 등급 표시 위반업체를 가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귀표 바꿔치기, 이력번호 거짓 게시 등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전 과정에 빈틈이 존재한다”며 “위반 의심업체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매 분기 합동 단속을 실시하는 등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정확성ㆍ효율성 측면에서 이원화된 시스템은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한계를 갖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원화된 단속으로 그 허점을 노려 지난 10월 28일 귀표를 바꿔치기해 적발된 축산업자들과 이에 동참한 축협 직원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적발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며 “소의 귀표 관리는 150두 이상의 축산농가에서는 축산업자가 직접 귀표를 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 과정에서 귀표를 바꿔치기해도 DNA 검사 외에는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축산물 이력번호 ‘거짓 표시’도 성행 중에 있다. 축산물이력법을 2차례 이상 적발돼 영업소 명칭이 공개된 유통업계도 13곳에 달한다”며 “이런 행위로 인해 귀표가 교체된 소들은 모두 축산물이력제의 이력과 다른 소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고 일갈했다.
◇ “현행법 개정해 낮은 벌금·과태료에 대한 처벌 수준 강화해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낮은 벌금ㆍ과태료에 대한 처벌 수준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력제 거짓 표시가 단순 오기인지 의도성이 있는지 판단할 문제이므로 다른 축산물 관련 법률 위반에 비해 과태료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적발 업체가 꾸준히 나타나는 것은 불법 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등급과 1+ 가격 차이는 1kg 당 약 1만 3600원, 1+등급과 1등급은 약 1만 5600원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약 370kg 또는 약 320kg만 팔아도 과태료를 상쇄하며 그 이상을 팔면 부당히 얻은 이윤을 남기는 구조이다”며 “또한 이력번호 게시는 가장 마지막 판매 단계에서 이뤄지므로 부분육을 소분할해 판매하는 업자들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속여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단속에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횟수에 따라 과태료 금액만 달라져 단속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현행법으로는 지금의 한우 불법 유통 관행을 전혀 막지 못하므로 보다 강력한 벌금ㆍ과태료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자칩(RF-ID) 도입해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플라스틱 귀표 대신 전자칩(RF-ID) 귀표를 도입해 단속에 대한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며 “플라스틱 귀표는 탈락, 바꿔치기 등이 쉬워 전수조사와 법ㆍ개정을 아무리 하더라도 이를 근절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강력한 감시 수단으로 작용하고 부정유통을 일삼지 않도록 전자칩 귀표를 통해 정보 검증 및 단속에 대한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으로 한우를 구입하는 이유는 국산품, 좋은 품질, 높은 안전성 등의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며 “축산물 이력제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면 빨리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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