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난로 위 양은 도시락의 추억 [허준혁한방]

허준혁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12-28 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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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혁 UN피스코 사무총장
[일요주간 = 허준혁 칼럼니스트] 그 옛날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라)때 겨울철 교실 난로 위에 쌓였던 도시락들... 교실에는 어느 순간 갈탄으로 때는 난로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도시락 타는 냄새가 퍼졌다.

도시락이 밑에 깔린 애는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자기 도시락 층수를 세어보곤 안심했던 애들은 킥킥거리던...

난방시설이 없던 시절이라 난로 주변 애들은 뜨거워 쩔쩔매고 난로랑 멀리 앉아있던, 특히 바깥쪽 창가에 앉아있던 애들은 추워서 쩔쩔맸다.
 
둘째, 셋째 시간이 끝나면 서로 자기 도시락을 밑에 놓기 바빴다. 밑에 있는 도시락이 탈까 봐 아래위를 바꿔 놓으라는 선생님도 계셨다. 주전자 물은 주번이 담당...

둘째 시간에 올리는 애들은 셋째 시간이 끝나면 먹는 애들이었다. 셋째 시간에 올린 애들은 넷째 시간 끝나는 종이 울리면 우르르 도시락을 찾아 옹기종기 앉아 먹었다. 

김치볶음과 검은콩자반, 멸치볶음, 어묵무침, 단무지, 장아찌... 다들 비슷비슷했지만 계란부침이나 '계란옷입은 분홍소세지'를 싸온 애들은 젓가락 들고 달려드는 애들로부터 반찬 지키기에 바빴다. 
 
도시락을 위아래로 흔들어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던 애. 주전자의 물을 부어 깨끗하게 긁어먹던 애, 혼자 조용히 먹던 놈, 숟가락 젓가락만 들고 설치던 애...
 
도시락보다는 '벤또'라고하는 일본말의 변형이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일제 강점기때 우리말을 못 쓰게 도시락을 '벤또'로 부르게 하던게 굳어져 한국전쟁 이후에도 이어진 탓이었다.
 
등교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뛰다 보면 벤또에서 새어 나온 김칫국물이나 반찬 국물들로 가방은 얼룩지기 일쑤였다. 한번 밴 국물은 잘빠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본말로 알려진 벤또의 어원도 사실은 ‘편리한 것’이라는 뜻의 중국 속어 변당(便當)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의 변당(便當)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편도‘(便道), '변도‘(弁道)로 바뀌었다가 벤또(弁当)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옛 문헌에서는 행찬(行饌), 행주(行廚), 행주반(行廚飯)이라 했다. 도시락은 순우리말이다. 그 어원은 ‘도슭’이다.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 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닢담배 퓌여 물고(샘을 찾아가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곰방대를 톡톡 털어서 잎담배를 피워 물고)'...

1728년(영조 4년) 김천택이 지은 <청구영언>에 등장하는 ‘도슭’이다. 지금의 도시락을 의미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1880년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이 한국어를 불어로 풀이한 '한불자전'에도 '도슭'이 '도스락'으로 등재되었다. 20세기 들어와 발음하기 쉬운 도시락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국민학교때 몇 학년 몇 반이었고, 누구는 어떤 반찬을 싸왔고까지 시시콜콜 기억하는 애들이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한 요즘이다.

일제 강점기의 춥고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락...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있는 도시락...

순우리말이라 더 정겨운 도시락... 추운 겨울이 되고 연말이 되니 더욱 생각나는 추억의 도시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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