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광장] 가파른 무역수지 적자

소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4 15: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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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현 편집인

[일요주간 = 소정현 편집인]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가 금년 들어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라 가파른 적자 흐름이 멈추질 않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연간 누계로 보면 수출은 6,103억500만 달러, 수입은 6,502억7,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수출은 8.4%, 수입은 21.2%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99억6,8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최근 가공할 무역수지 악화는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非자원국의 공통적 현상이지만, 금년 적자규모는 과거 원자재가격 상승기보다 이례적으로 큰 상황이다.


올해 무역적자는 코로나 팬데믹 회복 과정의 수급불균형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졌고, 그 결과 수출이 대체적으로 견실했는데도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생산원가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이윤을 저감시켜 경영실적의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상승함에도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높은 수입물가 영향이 크다. 물량측면에서는 분명 흑자이지만 수입단가 상승 폭이 수출단가 상승 폭을 큰 폭으로 상회하였기에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수출입물가 상승률 등으로 무역수지를 설명하는 실증분석에서도 수입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높아지면 무역수지는 8억8,000만 달러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기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년에 비해 대폭 증가하여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0억달러 이상 늘었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중에서도 수입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것은 가스다. 지난 8월 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117.1% 급증한 50억3000만 달러였다.


이렇듯, 에너지 가격은 폭등 추세에 비해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지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작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였다. 월별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액 증가세에서 감소세’로의 유턴시킨 주범은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이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 고정거래 가격 하락과 전방산업 수요 감소, 과잉 재고 우려로 수출액은 57억5000만 달러(약 8조)로 같은 기간 24.7%나 감소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22년 들어서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5월부터 첫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3%, 수입의 22.2%를 차지하는 대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243억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흑자(293억달러)의 83%에 달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구조적 요인은 중국의 수입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0대 수출상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정유와 화학 등의 산업분야에서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이제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또한 중국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최첨단 산업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러 선진국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밀려오는 경제 파고를 차단할 튼실한 방파제가 필요한 때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한 긴급대책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원자재 가격상승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수출국도 여러 나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대국정과제로 산업 전반에서 ‘생산성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주도면밀한 정책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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