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천연 탄소저장고' 흙 [허준혁한방]

허준혁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4-03-27 23: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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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혁 UN피스코 사무총장

 

[일요주간 = 허준혁 칼럼니스트] ​'뼈대있는 집안'의 유래


​최근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 <파묘>에서는, 풍수사 김상덕 역의 최민식이 흙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흙의 맛, 토양의 질로 흉지인지 명당인지를 우선 가늠하는 것이다. 제작진은 양지의 흙과 음지의 묫자리 흙을 표현하기 위해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20톤에 달하는 샘플 흙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른바 풍수가 좋은 땅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조상의 유골이 없어지지 않고 노란색을 띤 황골(黃骨)이 온전하게 잘 보존된다. 좋은 땅의 기운으로 후손들도 잘된다고 한다. '뼈대 있는 집안'이란 말은 이같은 풍수지리 이치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1분마다 축구경기장 30개 크기의 토양 훼손

​흙의 기원은 약 46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흙은 인류가 뿌리내리고 사는 터전이자 모든 지구 생명체의 원천이다.

한 줌의 흙에는 지구상에 존재했던 인류의 수보다 더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과 사막화로 매년 1200만㏊가 넘는 토양이 손실되고 있다. 1분마다 축구경기장 30개 크기의 토양이 훼손되고 있는 셈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 전체 토양의 3분의 1이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류의 먹거리와 가축의 사료작물 모두 흙에서 생산된다. 세계 인구는 2050년에 100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증가에 비례해 세계 육류 생산량도 2030년까지 3억 7,3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총 4조1천억톤의 탄소 저장 기능

​흙은 먹거리 생산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탄소 저장 기능이 그 것이다. 토양에는 총 4조1천억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일반토양에는 약 2조5천억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으며, 영구동토층 툰드라에도 1조6천억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7,500억톤이다. 그보다 5.5배에 해당하는 탄소가 땅속에 있는 것이다.

​이렇듯 흙은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능력이 있다. '천연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6%를 흡수하는데 비해 흙은 35%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흙이 훼손돼 탄소격리 능력이 약화되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늘어나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전국 농경지의 공직적 가치 총 281조 원

​농촌진흥청이 2018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농경지가 차지하는 공직적 가치는 총 28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식량 생산에 10조5천억원, 양분 공급에 179조8천억원, 자연 순환에 79조1천억원, 탄소 저장 6조5천억원, 수자원 함양 4조5천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7천만톤을 넘는 9천만톤의 토양 탄소가 저장돼 있고, 수자원 함양 가능량도 39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리산 국립공원 171개의 이산화탄소 흡수효과와 팔당댐 16개의 물 저장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토양은 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조절하고, 필터링으로 수질을 정화시키기도 한다.

​흙의 위기는 인류의 위기

​자연 환경에서는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으로 탄소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간들로 인해 순환 구조가 깨졌다. 전 세계 1년 음식물 쓰레기량은 13억 톤이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33억 톤에 이른다. 남김없이 먹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도움이 된다.

​흙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다. 지구상의 어떠한 생명체도 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흙은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흙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고이자 물과 양분을 제공하고 탄소를 순환시킨다. 흙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흙 1cm 만들어지는 데 최소 200년

​흙 1㎝가 만들어지는 데 최소 200년이 걸린다.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은 토양 상태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유기물과 미생물을 많이 함유한 흙은 탄소격리 능력이 높지만, 오염된 흙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흙의 탄소 보유량을 늘리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자랄 수 있는 건강한 토양환경으로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쾌적한 지구, 건강한 인류의 삶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영화 <파묘>속 풍수사 김상덕의 외침은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또다른 의미에서 절절하게 다가온다.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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