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반값등록금도 공약 후퇴, 정부예산 오히려 삭감돼”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0-08 02: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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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
▲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2013년도 전국 173개 4년제 대학교의 평균 등록금은 667만 8,000원에 달한다. 특히 전체 대학 중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733만 9,000원이며 여기에 기숙사비와 책값, 생활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돈이 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는 반값등록금을 요구했고 대선주자 모두가 그랬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도 반값등록금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반값등록금 실천은커녕 국가장학금 예산규모가 대폭 축소된 채였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취임 첫 해에 서울시립대학교를 통해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지서에 적힌 등록금 액수는 변하지 않는데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 등 보조적인 제도로 눈속임을 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에서는 반값등록금과 박근혜 정부 공약의 문제점에 대해 참여연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 사무처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2014년까지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천’을 약속하며 이를 위해 소득하위 80%까지 ‘소득 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별로 1-2분위는 전액지원,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지원하며 더불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인 ICL(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 이자율을 제로화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리고 TV 토론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공약집에서 이행하기 힘든 내용들은 다 뺐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박근혜표 복지공약들은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잇따라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초기 공약에는 없었던 것들이다. 국민들이 계속 요구하니까 추가된 공약인 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밝혀진 바에 의하면 기초노령연금이나 4대중증질환, 무상보육, 고교의무교육 등 이런 복지공약들을 모두 지방재정에 떠넘기고 중앙정부의 부담은 거의 없는 격이다. 생색은 자기가 내고 실제 고통은 지방정부가 지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방정부에서는 다른 필수적인 예산이 깎이게 되고 무상보육사태가 언제고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에서 빗겨나 있기는 하나 정부가 발표한 2014년도 예산안에 담긴 반값등록금 역시 공약에서 상당부분 후퇴 또는 삭감했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공약에 따르면 14조원이라는 등록금 총액 규모 중 정부가 4조원을 지원하고, 여기에 다시 대학이 장학금과 등록금 인하로 3조원을 도맡고, 학생이 남은 7조원을 분담하는 설계로, 내년도에 정부가 마련할 국가장학금 예산은 올해 2.8조에서 1.2조원이 늘어난 4조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발표된 2014년도 예산안에는 오히려 교육부에서 증액을 요구한 1.6조원에서 자그마치 1.2조원이나 삭감된 4,000억원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년에 4조원을 약속해놓고는 실제로는 3.2조만 배정한 것이다. 명확한 설명도 없이 4,000억원만 늘리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공약을 파기하거나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공약이행도 문제지만 공약 자체도 ‘반값등록금’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액수를 뜻하는 ‘명목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것이 학생들과 가족이 체감하는 반값등록금인 것이지, 명목등록금 평균에서 1인당 평균 장학금을 뺀 수치인 ‘실질등록금’, 즉 가격은 변함없는데 국가장학금 등으로는 보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가장학금 형태로라도 등록금을 보조하면 향후 나아질 가능성이라도 크겠지만 이 역시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그는 토로했다. 국가장학금 역시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한해 평균 735만원에 달하는데 정부에서 반값등록금 해결방안이라고 내놓은 ‘국가장학금’ 최고액은 450만원에 머물러 있다. 실제 등록금 수준까지 올려 현실화하겠다는 말 역시도 지켜지지 않았다.

안 사무처장은 “교육부가 3월28일 발표한 ‘2013년도 국정과제 실천계획 발표’에는 현재 45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국가장학금 최고액을 실제 등록금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9월 26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올해와 같은 450만원으로 해놓고 있어서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인 셈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등록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민들과 중산층의 숨통을 조여 매는 올가미로 여겨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안 사무처장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국가는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할 교육의 책임을 사립대학에 떠넘기고 있고 사립대학의 비리 등 관리감독에도 소홀하다. 이 두 가지가 겹쳐지면서 세계 최악의 등록금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립대학비율, 세계에서 유래 없는 고등교육기관의 비리만연 등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대한민국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또 청년이 미래고 교육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동력이라면 이렇게 해선 안된다. 더 과감하게 투자 해야 된다. 저는 무상교육까지 가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재정여건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의 경우 대학 등록금 지원뿐 아니라 경제능력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주거수당을 비롯한 생활비 등 각종 수당을 지원한다는 것이 안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천문학적인 등록금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면서 저소득층의 경우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더라도 사립대 250만, 국공립 100만원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반값등록금 실현이 우선이며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의 추가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참여연대가 구상하고 있는 반값등록금 대안은 무엇일까? 명목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추가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을 보완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이상적인 대안으로 서울시립대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올해 서울시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238만 6,000원으로, 명목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고 여기에 다시 국가장학금이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무상교육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들도 그동안 과도하게 받아왔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등록금 고지서상의 액수를 서울시립대처럼 반으로 낮추면서 본래 가격에서 10%를 인하하고 그 나머지 40%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향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감사원의 보고에 따르면 대학등록금은 10% 가량 높게 책정돼 이로 인해 이월금만 해도 2012년 한해 1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실하고 불투명한 대학개혁 역시 함께 이뤄져야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부실대학문제 역시 언론공개 등으로 망신을 주고 강압적으로 퇴출시키기 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부실대학을 무조건 모욕을 주고 쫓아낼 것이 아니라 재학생이나 교수, 직원들의 처우도 생각해서 더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도 계속 신입생이 줄어들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때는 강제퇴출보다는 지역사회의 합의를 거쳐 통폐합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구조를 기존 사립대학 80%에서 국공립이 80%를 차지하게끔 서서히 변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정리했다.

“또 반값등록금으로 (대학의) 국가보조율을 높이면 고등교육에 있어 국가의 책임을 획기적으로 드높이는 동시에 고등교육의 공공성도 담보될 수 있다. 국민들의 생각도 교육만큼은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고 배우고 커나가는 과정 자체만큼은 사회가 책임있게, 따뜻하게, 공정하면서도 투명하고 공공적으로 가자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들의 합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캠페인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바로 비대졸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반발이다. 납세의 의무는 동일하게 지워지는데 왜 그 혜택이 더 배운, 학벌사회를 조장하는 대학교육 장려에 쓰여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안 사무처장은 일리 있고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맞받았다.

“동시대를 사는 비대졸 청년들은 대학을 안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차별방지법과 제도 등도 만들어 가야 한다. 비대졸 청년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제도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가뜩이나 높은 대학진학률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들에 대해서는 교육수준이 높아지는 것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높은 대학진학률을 두고 ‘개나 소나 대학을 가니까 문제다’라는 무조건적인 반박은 수용할 수 없다. 개나 소나 대학을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나 소나 대학을 가는 것이 민주주의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값등록금 한다고 대학진학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을 안가면 차별하는 사회가 나쁜 것이지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 가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 사무처장은 이어 “나라 전체로 봤을 때는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고 교육수준이 높은 것이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더 기여하는 것 아닌가? 교육이 곧 그 나라의 저력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다음호에서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립과 더불어 취업후 등록금상환제(ICL) 문제에 대한 안진걸 사무처장과의 두 번째 인터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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