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기획> 북한의 결핵 실상 중점 조명

소정현 / 기사승인 : 2017-07-26 09:10:56
  • -
  • +
  • 인쇄
“주요인” ‘식량난…영양부족으로 면역력 급감’

2015년 인구 10만명당 결핵 유병률 무려 561명


10-15%가 치료가 쉽지않는 ‘다제내성결핵’ 환자


‘결핵 진단장비 결핵약’ 등 국제사회 발벗고나서


이념초월 ‘어린이 노인 취약계층’ 인도적 지원을


▲ WHO의 2015년 결핵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6개국의 결핵 사망자는 80만 명에 이르고 새롭게 감염된 사람도 474만 명으로 전 세계 결핵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 ‘결핵’ 남북한 이례적 높은 발병률


결핵(結核)균은 석기시대 화석이나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오래됐으며,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대부분 폐결핵인데, 주로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침방울에 섞여 나온 균이 공기 속에서 주변 사람의 폐에 들어가 전염시킨다. 균에 노출되면 35% 정도 감염되며, 감염자 중 약 10%가 결핵 환자의 신세가 된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에서 결핵은 잊혀진 전염병인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 30개국 중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핵 후진국’은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근거한다. 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은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에서 1위다.


WHO 2007년 통계에서 남한은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발생률 100명, 유병률 149명(신규+기존 환자), 사망률 4.9명으로 1위다. 그것도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확연이 나는 압도적 1위다. 2위가 에스토니아인데 각각 25명, 29명, 2.7명이다.


▲ 2015년 북한의 결핵 환자는 14만1000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유병률도 561명으로 높아졌다. source 유진벨재단

● 매우 열악한 북한의 결핵 실상


매우 가난한 북한은 결핵 문제가 몇 배 더 심각하다. 북한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사회시스템 곳곳이 붕괴되었는데, 특히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식량난과 더불어 이러한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될 때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전염병이다.


특히 1990년 중반에는 대홍수와 식량부족 등으로 결핵 발생이 급증하였다. 그럼에도 의약품 부족과 병원시설의 미비 등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기 상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현재 북한에서 구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국제기구들의 보고서, 유진벨 등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방북 체험기, 북한에서 탈북 의료인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면 북한의 결핵 실태가 매우 심각함이 단번에 파악된다.


북한은 결정적으로 식량 공급이 급감하면서 영양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결핵을 앓고 있다. 실제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불완전하게 치료 받은 환자의 반수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은 인구 10만명 당 해마다 22,000-44,00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은 ‘2015 대북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 순위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2천5백여 명이 매년 결핵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은 특히 환자를 돌보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결핵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의 ‘2014 세계 결핵 보고서’의 국가별 결핵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북한에서 결핵에 걸린 환자 수는 11만 명에 달한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429명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2010년 인구 10만 명당 395명에서 2011년 404명으로 증가했다. 2012년 409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2013년에 429명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의 ‘2013 세계 결핵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5년 기간 중 북한의 결핵 발병율은 10만 명당 383명 수준이었다.


2015년 북한의 결핵 환자는 14만1000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유병률도 561명으로 높아졌다. 북한의 인구 10만 명당 결핵 유병률은 남아프리카공화국(834명), 아프리카 레소토(788명) 다음으로 높다


WHO에서 결핵 실태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이쿠시 오노자키 연구원은 "2016년 6월 북한 내 100개 지역에서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핵감염률 조사를 마쳤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금번 조사는 북한 내 57개 도시와 38개 농촌 지역, 그리고 5개 특별지정 구역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15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2000년도 들어서 북한에서 결핵 환자의 발생 보고가 급증한 것은 에스레이나 객담 검사 시약 등 진단 장비가 외부 지원으로 어느 정도 확보되기 시작하였고, 북한 정권은 환자 관리에 보다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 북한 주민들이 유진벨재단에서 제공한 치료약을 들고 있다. source 유진벨재단

● 가장 심각한 것은 ‘다제내성 결핵’


‘다제내성’(多劑耐性) 결핵 환자는 결핵 치료제로서 1차 약제로 쓰이는 ‘이소니아지드’(Isoniazid)와 ‘리팜피신’(Rifampicin)에 내성을 지니고 있는 결핵을 말한다.


8개월간 약을 복용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인 일반결핵과 달리 다제내성결핵의 완치율은 50~60% 정도다. 또한 일반 결핵은 약값 3만∼4만원이지만,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치료제는 일반 결핵약보다 100배나 비싸다. 약도 3년 정도 장기 복용해야 낫는다. 특히 치료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


대표적 대북 민간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은 1997년부터 북한 결핵 치료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로 방침을 선회했다. 북한의 결핵 심각성은 다제내성 결핵 환자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유진벨 재단의 로저스 대표는 “북한에서는 다제내성 결핵 감염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효과가 거의 없는 일반 결핵약만을 처방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며, 북한의 결핵이 세계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들의 결핵환자 중10-15%의 환자가 결핵치료 약으로는 치료 할 수없는 ‘다제내성결핵’ 환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다제내성결핵은 신환자의 2.2%, 재치료환자의 16%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2013년 3천9백여 명이 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북한은 결핵 고위험 국가 가운데 ‘러시아형’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 나라들 가운데 환자 수로 보면 인도(13만1천 명), 중국(11만2천 명), 러시아(4만3천 명) 순이다. 그러나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비율은 거꾸로이다.


러시아가 20%, 중국은 8%, 인도는 4% 정도이다. 러시아가 인도의 5배나 되는 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없이 오랜 기간 일반 결핵 치료만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 수준이라면 8000∼2만3000명까지 봐야 한다.


소련 체제 붕괴 이후,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선 보건 체계가 무너지면서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전체 결핵 환자의 20%를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철을 밟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약만으로 안 될 때가 있다. 불가피하게도 10% 정도는 폐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다제내성 결핵에 대한 상시적 진단과 검사, 수술 등의 치료가 가능한 종합결핵센터 건설이 시급하다.


▲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들어 결핵의 발생이 급증하였으나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핵 진단 장비나 결핵약 등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지속적인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source zerotb.net

● ‘인도주의적’ 국제사회 지원 활발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들어 결핵의 발생이 급증하였으나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핵 진단 장비나 결핵약 등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지속적인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3년 11월 다른 동료들과 함께 2주일 동안 북한을 찾은 온 미국 스탠포드대학 게리 스쿨닉 교수는 북한 내 결핵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에 북한 의료진들에게 결핵 예방과 치료법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한 ‘평양 결핵연수원’이 2014년 5월 중순경 완공됐다. 이는 미국의 구호단체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의 지원에 따른 것이다.


앞서 2013년 11월 6일 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북한 개성시에 결핵검진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014년 3월 2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장비인 ‘진엑스퍼트’(GeneXpert) 보급을 북한의 지방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WHO는 2013년 평양 소재 국립결핵표준연구소에 진엑스퍼트를 처음 설치했다.


‘진엑스퍼트’는 결핵 검사 뒤 2시간 안에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최첨단 장비로, 결핵 발병 여부를 모르는 환자나 다제내성 결핵 관련하여 의심되는 환자들을 진단할 때 사용된다. 기존에는 환자의 객담을 받아 현미경으로 결핵균의 유무를 규명하고, 결핵균에 대해 내성이 있나 없나 검사해야 했는데, 진엑스퍼트는 이 두 가지를 통합해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한 최신 검사법이다.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기금(Global Fund) 2014년 3월 북한 내 결핵 퇴치 사업을 위해 4천 3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세계기금은 앞서 2010년 6월부터 5년 동안 북한 내 결핵 예방과 치료, 퇴치를 위해 4천 8백만 달러를 배정했었다. 2014년 5월 현재 3천 7백 만 달러가 집행됐다며, 남은 1천 100만 달러를 포함해 4천3백만 달러를 북한 결핵 퇴치 사업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기금은 2002년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질병 근절을 위해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8개국 G8이 주도해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2013년 3월에는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통일부는 유진벨재단의 53만 달러어치 다제내성 결핵 치료약의 반출을 승인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북지원 사업이라며 모든 언론이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정부는 반출만 승인했을 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 아시아의 결핵 퇴치를 위해서 가장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이 북한으로 꼽힌다. source zerotb.net

● 한국의 사회·경제적 비용 엄청날 것


WHO 세계보건기구는 북한과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을 아시아지역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WHO의 2015년 결핵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6개국의 결핵 사망자는 80만 명에 이르고 새롭게 감염된 사람도 474만 명으로 전 세계 결핵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시아의 결핵 퇴치를 위해서 가장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이 북한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의 ‘2015 결핵보고서’는 북한의 결핵환자가 11만여 명으로 결핵 환자 비율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동티모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식량난 이후 영양부족에 의한 면역력 저하와 경제 위기에 따른 진단물품이나 장비부족 및 치료시설의 기능 마비 등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결핵검진과 치료확대, 예방 및 교육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검진센터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결핵이 미국에서는 이미 80여 년 전에 근절됐지만 북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퇴치되지 않았으며, 북한은 특히 다제내성 결핵이 문제이다. 북한이 미국을 위시하여 서방을 지원을 받아들인 것은 결핵 확산이 정권 안정에 위협 요인인 것을 즉시 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북한의 결핵 현황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의 모색이 절실하다.


전염병 중에서도 결핵은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북한은 거주 지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에 그나마 결핵 같은 전염병이 급속히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통일 이후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결핵 등 전염병이 급속도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결핵을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이 감내해야할 사회·경제적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단순히 북한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이념을 초월해서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정치 상황과 분리돼야 한다. 북한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