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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가만히 살펴보니 보통사람은 꿈도 못 꿀 특혜, 특권 제도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이 있다. 거짓말을 해도 무방한 면책 특권도 받는다. 보좌관 9명, 본인을 포함 한 해 인건비 7억여 원, 45평 사무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철도 최상 등급 무료 이용, 출국 시 귀빈실 이용, 차량 유류비 지원 등 특혜를 받는다. 그렇게 국회의원은 세금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진짜 특권은 다른 차원에 있다. 출근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면서 자기 멋대로 살 수 있는 특권, 마음만 먹으면 엉터리 법과 세금 나눠 먹기로 국익을 좀 먹을 수 있는 특권, 후진국형 매너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킬 수 있는 특권, 막무가내로 정치를 해도 팬덤 정치의 영웅으로 추앙될 수 있는 특권 등이 있다. '금배지엔 186가지 특권'이라는 말처럼 특권과 특혜가 끝이 없다. 물론 그들이 활동하며 산출하는 일에 국익이 더 크다면 특권이라 할 수 없다. 그럴 경우라면 더 줘도 상관이 없다.
대부분 국가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국민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 돌보는 안목을 가진 엘리트를 선거 과정으로 뽑아 정치를 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뽑는 과정은 다른 면이 있다. 국민의 뜻보다 보스의 뜻이 반영되는 시스템 공천 때문이다. 이번 총선 공천은 여ㆍ야당이 새롭고 합리적인 시스템 공천을 적용한다 했지만 '찐윤불패'와 '비명횡사'가 확인되었다. 시스템의 적용이 합리적인 과정보다 정당 대표와 인연이나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을 우선 뽑는 고려 대상으로 적용하였다. 여당에서 사전 물갈이 공천을 얘기하다 현역에 유리한 공천룰을 적용하여 경선시킨 경우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야당도 탈당 행렬이 이어지며 시끄럽고 복잡한 가장 큰 이유가 친명 세력의 당대표 충성도와 관련된 친문 세력의 공천 배제 때문이다.
이쯤 되니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일반 사람보다 국민 생활에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다. 보스의 의중이 국민의 일상보다 중요하기에 국민이 위임한 서민 생활에도 기피할 특권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노동에 관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심지어 죄를 지어 교도소에 있어도 세비는 아주 문제없이 받고 있다. 이처럼 온갖 특혜에 빠져 살며 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며 국회의원이 되려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미국을 정치를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은 있지만, 싸움질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천을 둘러싸고 우리 정치권처럼 근친이 원수가 되는 경우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권력과 과거의 권력이 전쟁을 벌이며 비명과 폭로, 아우성, 탈당과 타당에 입당하는 배신의 정치는 우리만의 특성이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뛰어난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아까운 인재들이 국회에 들어가 훱슬리는 순간 단숨에 밑바닥으로 내리깔리는 장면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최근 공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보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을 두고 극히 사적인 사안과 연계해 국회를 방탄의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여ㆍ야 공히 똑같다. 그들의 정신이 공사를 구분 못 하고 흐물거리는 것 중 가장 주요한 것은 온갖 편의를 제공해 주는 특권과 후일 공천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국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고 구성원은 이에 따른 결연함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과 각종 특혜를 축소해야 한다.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대표 두 명의 피의자가 당 대표로 국회의원 자리를 탐하며 신성한 선거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의원으로 누리는 특혜 때문이다. 끝없이 많은 특권과 특혜를 대폭 줄여야 요즘같이 상식에 반하는 인품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 지망생도 없어진다.
글로벌시대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우리 국회는 유독 변하지 않는다. "머슴'을 자칭하며 싸우는 선거전을 보면 머슴은 간곳없고 '상전'이 되겠다는 권력 쟁취를 위해 마치 가두리 양식장안에서 서로의 살을 뜯었으며 싸우고 있다. 특권, 특혜가 너무 집중된 특권 끝판왕 제도가 존재하는 이 다툼은 끝없이 싸울 것이다. 그런 국회는 정치꾼들의 놀이터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민생이 중요한가 정권 유지가 중요한가.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야당과 발목잡기를 일삼는 거대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난장판에 민생은 실종되어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너도나도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올인하는 세태를 보며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이젠 국민이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를 요구할 때이다.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못 깎으면 국민이 깎아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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