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함께’의 가치, 내일로 가는 플랫폼...(주)에이에스피 최홍국 대표

이재윤 / 기사승인 : 2022-03-15 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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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에이에스피 최홍국 대표.

 

[일요주간 = 이재윤 기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소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인류는 혁신적인 변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이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 대 일 또는 일 대 다수, 다수 대 다수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초연결 시대에는 어떤 나라나 기업도 독자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업, 투명성, 공유, 권력분산을 통한 개방을 통해서만 생존과 경쟁력, 그리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플랫폼(Platform)’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어 서로 원하는 가치를 교환하면서 각자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시스템이나 비즈니스, 플랫폼은 한마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가치를 교환하는 가상의 디지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Asung Platform, 초연결사회의 요람을 꿈꾸다.

“저희 회사는 ‘GFRP(Glass Fiber Reinforced Polymer, 유리섬유강화고분자)’ 소재 보강근(Eco bar)을 생산하고 있는 제조회사입니다. 회사명을 ‘ASP(Asung Platform)’로 한 건 앞으로 차세대 신사업들을 육성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저희들의 지향과 가치를 담기 위해섭니다. GFRP는 그 첫걸음인 셈이죠.” 

오리온전기 구미공장을 인수한 기업의 ㈜에이에스피(ASP) 대표가 40대 초반의 젊은 사업가라는 사실에 처음 놀라기도 했지만, 그 젊은 사업가 최홍국 대표의 입에서 ‘플랫폼’이란 뜻밖의 답을 들으며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홍국 대표는 담담히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한 속도로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그 변화에 발 빠르게 잘 대처하는 기업이 살아남게 되겠죠.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 경험을 보유한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재무적인 투자나 시설 투자, 경영 노하우 등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상용화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고유한 기술력과 아이템, 사업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금력, 투자유치나 금융권 대출 등의 벽에 가로막혀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최홍국 대표는 “그런 기업들에 자금과 공간, 경영노하우 등 필요한 지원을 하고 ASP라는 플랫폼 위에서 서로 협업을 통해 그 기업들이 성장하고 영속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ASP의 모토”라며 ㈜에이에스피의 궁극적 지향을 소개했다.

 
2021년 오리온전기 구미공장을 공매를 통해 인수한 이유도 같다. 시설 투자가 필요한 기업, 자금 투자가 필요한 기업, 경영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들에 시설과 자금,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아성이란 플랫폼이 초연결사회의 요람이 되는 날을 꿈꾼다. 

 

▲ ㈜에이에스피 공장 전경. 

 

 

Korea Standard, 함께 만들어 가는 내일을 꿈꾸다.

㈜에이에스피는 건축물의 주재료인 철근의 혁신적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GFRP 소재 콘크리트 보강근인 ‘Eco Bar’를 생산하고 있다. GFRP 소재 제품 생산에서 나아가 생산설비 개발과 함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교량 및 도로공사, 해양구조물, 풍력, 자동차, 선박,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합한 복합신소재 개발 및 생산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GFRP 소재 보강근은 철근에 비해 무게는 1/4 수준이지만, 강도는 2배 이상 강하며 녹이 슬지 않고 열변형이 없으며, 기존에 건축물의 뼈대 구실을 하고 있는 철근의 대체제로 각광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철근을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0% 이상 적어 친환경 건설자재로 주목 받고 있다. 
 
“철근 산업은 역사가 아주 오래 된 산업입니다. 국내 철근 시장의 규모만 해도 17조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많은 철강 제품들 중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것이 철근입니다. 이 철근의 고질적인 문제가 녹이 스는 것과 무겁다는 겁니다. 저희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Eco Bar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녹과 부식이 없고, 기존 철근 대비 2.5~3배의 강한 인장강도와 1/4의 무게, 그리고 철근 가격의 70~80% 정도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건축물의 수명 연장과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도 혁신적인 소재라 자부합니다.”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기존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로 GFRP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어 왔고, 1960년대에 이미 GFRP 보강근 개발이 이뤄졌다. 북미 지역에선 1970년대에 이미 고속도로 바닥판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일본, 독일 등에서 최초로 GFRP 소재를 이용한 고속도로용 교량 건설을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로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복합신소재 FRP 재료를 이용한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200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토목, 건축, 교량, 터널, 도로, 철도, 풍력 및 해양구조물 공사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후발주자입니다. 그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제강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가진 탁월한 경쟁력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특수소재로서 가격도 기존 철근의 두 배 이상이었고, 시장의 수요도 한정적이어서 대량생산을 할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탄소중립 등 요즘처럼 사회적 요구나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제강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신소재 개발에선 뒤처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직 국내엔 GFRP 소재 보강근에 대한 KS 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여전히 건설현장에 납품하기 위해선 각종 인증 등 복잡한 서류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장의 규모도 해외에 비하면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GFRP 보강근 시공 현장 사진

최홍국 대표는 “저희는 단순히 제품 생산에 머물지 않고, 직접 기계를 비롯한 생산설비 개발도 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제조기술과 구조설계를 통해 안정된 품질 유지와 혁신적인 제품 생산으로 차별화 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시장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우리가 다른 회사와 다른 것은 단순히 기계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품질 안정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직접 기계 개발을 하고 있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다른 데 비해 두 배 이상 높으면서 품질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 거고요. 우리가 제품 생산뿐 아니라 기계 개발에도 투자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 ‘코리아 스탠다드’를 만들고,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에게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함께 공유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섭니다. 저변이 확산되고 시장이 커질수록 서로 나눌 파이도 커지는 거니까요.”

최홍국 대표의 목표와 지향은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 협업을 통한 가치의 공유, 기업의 성장과 시장의 영속성 확보,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초연결사회의 플랫폼 ‘ASP’로 귀결된다. 그것을 위해 ASP는 기꺼이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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