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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그런데 왜 공인도 아닌 하잖은 아녀자의 말과 행동을 소재로 글을 쓸까? 지난주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은 31세의 젊은, 공인이 아닌 공인으로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떳떳하다'며 세상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녀의 SNS에는 팬들이 구름같이 몰렸다. 그녀는 자신은 모든 게 떳떳하다며 자기합리화를 위한 주장을 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불공정에 관한 유감은 한마디 없이 자신이 핍박을 받은 사항만을 말했기에, 그 말의 뜻이 무엇이었든 그 말들은 허망하고 허망할수록 무내용하고, 무내용할수록 진지하고, 진지할수록 기만적 언어로 들린다. 나는, 그녀의 말들이 너무나 멀어서 마침내 그 의미 내용에 닿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 시비에 관해 무관심 하려 했지만, 작금의 내용들을 보니 들어서는 납득되거나 설명되는 것이 아니어서 글을 쓴다.
일 전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출간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잠잠하던 조국 사태가 또다시 논란으로 가열된 적이 있었다. 책이 인쇄도 되기도 전 4만 부나 팔렸다. 도대체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무슨 억울함에 사무쳤기에 글자 한 자 한 자를 가족의 피를 찍어 글을 써 내려갔을까? 이 사회가 그를 어떻게 했기에 그토록 억울한 게 많은가. 그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내 가족의 삶이 나의 정치 행위 때문에 고통받아야만 하는가"를 묻는 책 속엔 적개심으로 불타는 격정의 언어가 화산처럼 폭발해 있었다.
이 책의 주 내용은 누가 뭐라 해도 내 편이 더 많다는 계산과 전략적 선전으로 쓰여 졌다. 자신이 검찰 권력 개혁의 희생양을 주장하며 회고록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자신을 치장한 상황에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엇을 판단할 수 있을까?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라는 대목의 협박성 절규는 자신의 저지른 행위와 서민 정서는 생각하지 않은 비루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했었다. 이 비루한 사실을 사실로 정립시키지 않고 사실을 내 편 정서 속에 은폐시킴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기만 책략이었다. 그리고 그 기만은 국민을 끝없이 무지몽매 속에 가두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의 법 위반사항을 사법부에서 2년 형을 선고하며 심판했다. 정경심 교수도 1년 형을 추가로 받으며 가족의 공모 범법 행위에 법원은 죄를 물었다. 그럼에도 때맞춰 조국의 딸 조민이 매스컴에 진면목을 드러내며 자신들은 죄가 없는데도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또다시 조국의 망령을 환생시켰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더니 공인이 아닌 31세의 개인 여성이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던진 것이 아버지를 똑 닮았다. 매우 무거운 사항 자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그녀의 말이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행위에 '옳다' '옳지 않다'라는 잣대를 들여대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적인 내면이 세상에 드러나 잘나가던 한 가족과 자신의 생애가 망가진 데 대한 증오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러나 굳이 주절대는 이유는 부모의 잘못을 말하지 않고 세상을 향하여 자신들의 피해 사항만 말하는 것에, 자신들의 잘못으로 세상에 입힌 피해에는 전혀 반성이 없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아버지의 나르시스트 핏줄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나는 공인(公人)의 사인(私人)됨을 존중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네 삶에 개인 생활과 의견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개인이 공직자이거나 사회적 지도자일 때는 그 기준이 달라진다. 공직자는 소명 의식이라는 기준이 따르기에 국민의 평균적 도덕성보다는 조금 더 높아야 한다. 올바른 삶이 무엇이며 국민의 정서가 어떠한지를 아는 자들만이 마침내 삶의 아름다움을 알고 삶을 긍정할 수 있다.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자명하다. 내로남불이 아닌 언행일치다.
금수저 태생인 조국 전 장관의 딸은 사는 방식이 특권을 좇았고,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그녀가 특권이 박탈되면서 대중을 향해 내미는 그의 많은 하소연성 질문과 증오는 자신을 내려놓지 못한 무 내용한 언어일 뿐이다. 그 말들은 아무런 사실에도 입각해 있지 않고, 화답하는 자기편들의 정서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또 다른 이름의 정치 권력화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 그렇기에 그 뻔한 하소연의 답변은 뻔할 수밖에 없다. 이 뻔한 것을 한대 끌어모아 여론에서 이기려 한다면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그 사회는 무지한 사회며 그 사회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은 바보가 된다. 피해자 코스프레 동정심을 숙주 삼고 팬덤을 동원해 사실을 뭉개버리는 사회는 올바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잊었는가.
왜 이리 잊을만하면 또 불쑥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가. 검은 것도 희다고 하는 풍진세상. 인제 그만 그 무거움을 내려놓아야 가족들도 조민 씨도 편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담노니 또다시 '부전여전' 시간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지금은 조국의 시간을 떠나 국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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