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에게 아내를 뺏겼어요’ 짧은 영상 빅히트
세운상가 장인들에게 임대료지원 ‘후원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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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敎育會社 인키움 조재천 회장. 유튜브 ‘종로선글TV’ 진행 |
● 코로나 정국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최근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일상 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작심3일’이라는 ‘내 탓’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 때문이라는 ‘남 탓’일 것입니다. 저는 인간의 나약함을 알게 만든 ‘COVID19’ 덕분에 유튜브를 시작한 후 8분 47초의 영상으로 인해 바뀐 저의 삶을 얘기하려 합니다.
올해 초 COVID는 기업 교육을 업으로 하는 저희 회사에게 특히 심각한 위기로 닥쳐왔습니다. 그 때 저의 인생 멘토께서 10여년 전에 제게 하신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뭘 팔아서 지었나” “삼성전자는 뭘 팔아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나” 그 답은 1달러 내외의 껌과 반도체였습니다. 바로 싼 제품, 더 나아가 공짜를 파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미래를 일러준 질문이었고 지금 현실이 됐습니다. 그래서 공짜의 아이콘인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유튜브 사업을 주문하고 저도 거의 동시인 3월 18일에 개인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가 뭔지 이해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유튜브의 주제로 세운상가를 택한 것은 개인 공간을 두고 있기도 하거니와 상가의 건축적 가치와 상가를 지켜온 사람들의 스토리를 알려, 세운상가 재생에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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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에게 아내를 뺏겼어요’라는 8분 47초의 짧은 영상이 제 인생에 있어서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만든 날이 될 줄 몰랐습니다. |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하고 열흘이 지났을 무렵인 3월 29일, 한 청년 가수에게 빠진 집사람을 위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됐습니다. ‘김호중에게 아내를 뺏겼어요’라는 8분 47초의 짧은 영상이 제 인생에 있어서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만든 날이 될 줄 몰랐습니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12만명 이상이 시청했고, 9개월 만에 4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보는 채널로 만들었습니다. 세운상가에서 집사람을 위한 유튜브가 된 결과입니다.
집사람을 위한 영상을 만들다 보니 나름의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평생을 직장인과 주부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 첫째는 집사람이 알아듣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집사람이 귀 기울일 얘기를 하는 것이며, 셋째는 집사람으로부터 고맙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많은 구독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저를 ‘종로의 선한 글을 나누는 아저씨’로 만들었습니다.
● 조만간 2021년 신년을 맞게 된다. 새로운 변신과 혁신을 거듭 추구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여러분들은 미래가 불확실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누구를 찾습니까? 저는 1999년 말, 창업을 고민할 때 철학관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 운세를 봐주신 선생님이 작은 컵을 보이며 “이게 자네 그릇인데, 많은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나?”며 물었습니다.
제가 가만히 있자, 그는 컵에 물을 채우고 따르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그리고는 “차면 비워라. 작은 양이지만 죽어가는 이에겐 생명수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채워라.”는 저의 인생철학이 된 답을 얘기했습니다.
제가 맨 먼저 컵을 비운 것이 직원들을 공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석, 박사 인력을 육성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예상치 못했던 일자리 창출 대통령상을 받고 난 뒤부터 청년들의 멘토로서 활동한 것이 제가 비운 두 번째 컵이 됐습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을 만났고 지금도 10여 명의 청년들과는 청년시절의 꿈을 다시 피운다는 뜻의 ‘리-피움’이란 이름으로 매월 정기 조찬회를 가지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각자의 분야에서 리더가 된 그 청년들에게 거꾸로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요즘 저는 세 번째 컵을 비우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유튜브에는 ‘끝까지 보기’ 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저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세운상가의 장인들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상가는 쇠퇴했더라도 기술은 남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아직 지원 금액이 초라하지만 저의 ‘Do first’로는 괜찮은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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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사회라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회인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튜브가 좋은 사례입니다. pixbay.com |
● 오랫동안 코로나 지속으로 관련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 태어나서 자신의 꿈을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한 계획대로 살았다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지금까지 매일 앞에 닥친 것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해 꿈을 말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삶을 ‘Do First, Dream Next’란 책으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이던 때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교내 웅변대회에 반대표로 내보내셨습니다. 그 때가 선생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는 제 인생의 첫 ‘Do First’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선생님 덕분에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더듬이를 고치게 됐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저희 집은 넉넉한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학생회장에 출마해야 했던 것도 ‘Do First’였습니다.
1996년 저는 한참 일 할 시기, 망막박리증으로 실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48일간 눈에 붕대를 감은 채 꼼짝할 수 없었지만, 12년 만에 처음 가진 휴식이었습니다. 그 때 직장생활에서 배운 것들을 모아 ‘신세대 직장인 50훈’이란 책을 썼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큰 선물이 됐고 인세 전액을 회사에 사회공헌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직장에서 배운 것이기에 회사를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인키움을 창업한 10년 뒤, 교육회사로서는 중견기업이 되었으나 우수한 인재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1년 4월부터 두 달간 ‘바보를 찾습니다’라는 샌드위치 간판을 목에 걸고 전국 대학의 정문 앞에 섰습니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져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자리 창출 대통령상’을 받게 됐고, 그 해 입사 경쟁률 93대 1로 주목받는 회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세운상가를 위해 시작한 유튜브가 집사람을 위한 유튜브로 바뀌었으나 그것이 세운상가에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게 저의 꿈꾸지 않았지만 꿈같은 현실이 온 얘기입니다.
이제 제 나이 60이 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꿈을 얘기하기에는 많이 늦은 나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제겐 하루에 150번의 8분 47초가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저의 ‘Do First’는 매일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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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소확행(小確幸)의 즐거움을 만끽. |
● 이전보다 IT 관련 비대면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업무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 COVID를 만나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그로 인해 전혀 예기치 않은 새로운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의 창업자인 스티브 첸((Steve Chen)의 예기입니다.
그는 “외우는 것을 강요하여 생각하고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타이완에서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창의에 중점을 둔 미국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유튜브를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또 “모든 일은 엄청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 의해 충동적으로 시작되고 지속적으로 보안과 개선의 거치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의 유튜브가 주목을 받으면서 서울 50+센터 등에서 ‘1만원으로 유튜버 되기’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시스코(Cisco)사의 웹엑스(Webex)라는 화상회의 도구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또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줌(ZOOM)을 통해 회의도 이젠 익숙한 문화가 됐습니다. 이젠 어떤 곳은 구글(Google)의 미트(Meet), 또 어떤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팀스(Teams) 등 의지와 관계없이 다양한 온라인 도구에 익숙해져야 하는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됐습니다.
비대면 사회라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회인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튜브가 좋은 사례입니다. 표현능력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는 제게 한 사람이라도 좋아할 것, 어제 보다도 더 좋아할 것을 만드는 습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 이전에 잘 실감하지 못했지만 놓치고 생활했던 부문! 즉, 소확행(小確幸)의 관점에서 매사 감사함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나?
▼ 여러분들은 하루에 몇 번의 “고맙다”는 말을 듣습니까? 저의 유튜브 방송이 이제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7시에 어김없이 게시됩니다. 요즘 저의 영상에는 적게는 300개, 많게는 1천 개에 가까운 고맙다는 댓글이 매일 달립니다. 그런데 그 고맙다는 댓글을 다는 많은 분들이 저보다 더 크게 나누시는 분들이라 제 기쁨이 더 큽니다.
남편을 사별하고 어렵게 자녀를 키웠다는 분, 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이제 뇌까지 문제가 생겼다는 분, 이제 80이 넘어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분 등등.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제게 하는 고맙다는 인사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분들이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김호중 가수를 다양한 주제와 연결시켜 알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대학 교수께서 제 영상을 수업에 인용하고 싶다고 하셨고, 이제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방송 자료를 제게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제 제 방송의 댓글에서 감사, 품위, 믿음, 배움 등은 일상어가 됐습니다.
유튜브 방송을 시작된 지 2개월 뒤부터 세운상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세운상가를 아는 사람들이 늘고 구독자들이 저를 찾아 세운상가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 분이 방문자들께 커피 값을 무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이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음반 기부, 기념 공간의 벽돌로 남겠다며 거금을 기탁하는 분들, 또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려는 긴 행렬이 저를 찾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행운들이 제게 오고 있는 것입니다.
■ 프로필
1961년생 경북 청도 출생
敎育會社 인키움 회장
YouTube ‘종로선글TV’ 채널 진행
[일요주간 =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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