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밝게 잘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 용천사 주지 청호스님 |
[일요주간 = 이재윤 기자] 대구 중구 남산2동에 소재한 용천사 앞마당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도심 속 작은 골목 안에 있는 터라 산사에 온 듯 고즈넉한 느낌을 주었다.
2013년 3월 대구 인근 현풍면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용천사는 같은 해 6월 관세음보살 점안식을 봉행하며 본격적인 도심 포교의 문을 열었다. 용천사 주지 청호스님은 삼보불교대학을 개원해 신도들을 위한 기초교리강좌와 경전 강의, 다도 교육, 서예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용천사 해바라기봉사회’를 통해 신도들과 함께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데,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지역복지시설 등에 장학금 지급, 반찬 나눔, 쌀 기탁 등 다양한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절에서는 두 달에 한번씩 지역복지시설에 쌀을 기탁하고 있고, 독거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반찬 나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데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정성이고 마음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 신도들이 스님들 잘 먹고, 잘 살라고 시주하는 게 아닙니다. 단돈 100원을 불전에 내도 그건 자신들을 대신해 스님들이 좋은 곳에 잘 써달라는 마음으로 내는 거지요. 저는 그런 마음을 대신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그 자비로운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심부름을 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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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천사 해바라기봉사단은 두 달에 한 번씩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지역복지시설에 백미 기탁, 반찬 나눔, 장학금 기증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
청호스님은 신도들의 마음과 정성이 용천사의 나눔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공덕을 신도들에게 돌렸다. 현재 용천사의 신도는 500여명 정도 되는데,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있는 신도들이 마음과 정성을 함께 보탠다고 한다. 올해 연말에는 백미 1톤을 기탁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 마음들이 갈수록 불어나 세상이 더욱 따뜻하고 넉넉해지는 것만 같다.
“우리 불교가 각성을 해야 합니다. 산중에 있으면서 받는 것만 좋아하고 스님이란 권위로 대중들 위에 군림하려고만 했죠. 그렇게 대중들과 멀어진 거죠. 신도들이 없으면 스님도, 절도 없어요.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지혜를 나눠주고 지혜의 장을 열어줘 그들이 현명하게, 밝게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우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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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호스님은 신도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직접 가훈 등을 써 선물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역활동으로 주민들을 위한 서예교실에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
청호스님은 “대중들과 동행하면서 몸을 던져야 한다”며 불교계의 변화와 각성을 촉구했다. 용천사의 오랜 나눔의 실천은 25년 전 처음 출가하면서 세웠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살겠다”는 서원의 연장선이며, 우리 불교가 대중과 동행해야 한다는 오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신도들에게 늘 혜안을 가지라고 합니다. 절이 얼마나 큰지 보지 말고 스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내라고 합니다. 보통은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데, 저는 욕심을 내라고 합니다. 우리 스님들은 수행잡니다. 수행자는 다 내려놓을 수 있어요.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그러나 신도들에게 우리처럼 살라고 할 순 없어요. 속가에서 살아가는 신도들은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들 건사하고 살아야죠. 대신 얼마라도 남을 위해서 보시할 수 있는 마음을, 여유를 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욕심을 내야 합니다.”
청호스님은 “코로나 19로 몇 년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힘든 때일수록 더 우리 주변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힘든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힘들고 주변에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스님의 말처럼 남을 위해 보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우리 주변을 더 살피는 배려와 그 마음을 실천하는 행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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