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가재산 ‘장례문화의 대대적인 변화상(하편)

한류경영연구원 가재산 원장 / 기사승인 : 2021-06-22 16: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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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출판기념회 ‘한국형 사전 장례식’ 탈바꿈
‘내가 원하는 방식’ 마지막 축제이자 세리머니

‘망자장례식 대행’하는 디지털 종합서비스 도래
디지털 추모관 ‘인맥지도 가계도’까지 입체구성
▲ 한류경영연구원 가재산 원장

● 가재산 회장께서 강조하는 출판기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구상하고 계시는 새로운 방식의 출판기념회를 디테일하게 말씀하여 달라.

▼ 장만기 회장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신념하에 평생을 이 분야에 일생을 바쳐 존경받는 분이다. 장회장 딸이자 인간개발연구원의 사실상 대표인 장소영 상무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살아서하는 장례식’을 출간기념회로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이유인 즉은 장만기회장이 금년 초에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장례식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그런데 3년 전 가족들의 만류에도 지인들의 권유로 출간기념회를 성대하게 치루었다. 그때 500여명이 모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졸중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게 사실상 마지막 인사였다. 그때 보고 싶은 분들을 모두 뵈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고 출판기념회를 만류한 게 지금도 죄송하다고 하며 나에게 출간기념회를 살아서 하는 장례식으로 강력하게 권고했다.

나는 ‘핸드폰 책쓰기 코칭협회’를 만들어 작가들과 함께 나이 드신 시니어들의 꿈 중의 하나인 책쓰기를 도와주는 일을 해왔다. 이미 1년여 동안 20여 분의 책을 내드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분들이 책을 받아 들고 한없이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를 ‘한국형(韓國型) 사전 장례식’ 개념으로 살아생전 행사로 치른다면 국내에서도 살아서 하는 장례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자서전이나 평소 자신이 쓰고 싶은 분야의 책을 한 권 쓰는 일이다. 요즘은 시니어들도 컴맹이나 폰맹이라도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AI의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앱으로 말만해도 글이 되고, 찍기만 해도 문서가 되기 때문이다. 혹시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갑자기 말기 암 판정 같은 급박한 경우가 발생하면 ‘영상 자서전’도 권할 만하다. 1~2개월이면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누구나 갖길 원하는 소중한 책을 써서 출간 기념회를 갖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특히 출간 기념회는 팔순이나 미수(米壽, 88세) 등을 기념으로 준비하면 더욱 뜻깊을 것이다. 이때 보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지인 그리고 해외에 나가 있는 손자 손녀들도 모두 불러보자. 형식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축제이자 세리머니를 치르는 것이다.

그 대신 장례식은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치른다. 행사장면을 촬영하여 QR코드로 책 속에 넣어도 되고, 돌아가신 후에는 묘비석이나 유골함에 붙이면 들릴 때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도 있어서 새로운 형태의 추모기회를 가질 수 있다.

▲ 필자가 삼성 퇴임 임원 모임인 성우회에서 출판기년회로 하는 사전장례식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 어느 드라마에서 모친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황급히 오니 멀쩡하셔서 무척 안도하였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장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사교의 장이자 사회적 위치와 존재감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죽어서도 계급이나 지위가 중요한 신분사회라는 것을 민낯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빈소나 장례식장이다.

망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이라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찾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애도하는 지도 알 길이 없다. 정말 보고 싶고 사랑했던 사람이 찾아온다 해도 관 속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할 수도 없다.

여기서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의 멋진 사전 장레식을 소개해보자. 그는 61세 때 암선고를 받았다.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생전(生前) 영결식(永訣式)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이 전 총장이 인생 제1막을 매듭짓고, 2막을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제가 죽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그리고 조문을 온다한들 이미 저는 가고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미 간 사람이 산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도 그렇고….”

이날 자신의 영결식을 위해 이 전 총장은 호텔 연회장을 빌리고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음식과 와인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그 동안 밥을 얻어먹기만 했지 사준 적이 없었다는 이 전 총장이 고마운 분들에게 진 빚을 갚는 자리였다.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 조해녕 전 대구시장, 지역대학 총장들, 대구경제를 주도하는 상공인 등 자신이 많은 도움을 받은 인사 80여명과 친지 등 모두 150여명을 초청했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인 ‘나의 환상속에서’,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섬진강’, ‘고향의 노래’ 등 모두 16곡을 지난 삶과 노래에 얽힌 사연들을 곁들여 가며 직접 손님들에게 선사했다. 이러한 기발한 방식의 생전 장례식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 우리도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를 ‘한국형(韓國型) 사전 장례식’ 개념으로 살아생전 행사로 치른다면 국내에서도 살아서 하는 장례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임종 장면>


●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공히 인정하는 ICT 강국이다. 메타버스등 가상현실 기법을 활용하여 세계 각국에 전수 가능한 장례문화의 모델들을 몇 가지 예시하여 달라.

▼ 마이클 잭슨이 사망 후 5년이 흐른 지난 2014년 어느 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부활했다. 평소 즐겨 입던 황금색 재킷을 입은 그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2014’에서 수십 명의 백댄서들과 호흡을 맞추며 환상적인 라이브 무대를 펼쳤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홀로그램(Hologram) 영상기술 덕분이었다. VR(가상현실)로 떠나보낸 이를 다시 만나는 등의 기술은 상당한 수준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AI(인공지능)는 물론 VR 기술을 활용하여 빈소를 찾아온 조문객들이 고인이 생전 남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가 되거나 고인의 노년시절 모습뿐만 아니라 연령대 별 모습을 복원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손자에게 고인의 어릴 적 모습을 복원한 가상의 아바타가 인사를 하는 것과 같은 감동적인 장례식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노인들의 사후 뒤처리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디지털 종합 서비스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빠른 고령화의 진전으로 다사(多死)사회에 접어드는 한국은 사후 뒤처리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마땅치 않아 하루 빨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는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사망신고서 제출 및 휴대전화 해지와 보험 및 신용카드 해지, 병원비 정산 등을 도맡아 처리해 주는 사후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팬데믹-Pandemic) 상황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디지털 장례문화를 빛의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다. 모바일로 부고 문자를 받고 사이버 추모관에서 조의를 표하고 모바일로 조의금을 보내는 디지털 상조 서비스를 현실로 경험했다. 디지털상조 플랫폼은 핸드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위로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상조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4차산업, 언택트 시대에 장례비를 디지털 화폐로 지불하고 상주는 메신저를 통해 부고장을 발송, 문상객은 장례상품권 전송으로 조의를 표하는 디지털상조 시대로 접어들었다. 장례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디지털상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추모관, 스마트장례 상품권, 모바일 조의금, 부고문자 등 디지털 장례서비스를 제공 향후 2050년까지 급성장하게 될 장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버릴 기술력으로 업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제가 죽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조문을 온다한들 이미 저는 가고 없는데”
● 새롭게 창출될 장례문화 시장(마켓)에 대해 선견적으로 예측하여 줄 수 있나?

▼ 우선 앞에서 이야기한 죽기 전 지인들과 이별하는 ‘생전장’(生前葬)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의 생전장은 죽은 자가 없는 장례식인 만큼 자서전 출판기념회나 파티 등의 형태를 띤다.

이런 행사는 ‘유명인’의 행사로만 인식됐지만 생전장의 대상도 일반인들에게 확대되고 있다. 지인들을 불러놓고 사진이나 기록 등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그간의 신세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식이다.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노래방 기계를 놓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둘째로 앞으로는 디지털 추모관이 각관을 받게 될 것이다. SK텔레콤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은 8월에 실사형 AI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추모관’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관련 업계 일각에선 홀로그램과 AI 아바타 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수요가 K-POP 등 한류 콘텐츠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른바 홀로그램 기반 ‘디지털 추모 콘서트’다. 이에 따라 샤이니의 멤버 종현, 김광석 등 디지털 추모 콘서트도 가능할 전망이다.

셋째, 디지털 장의사 사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란? 고객이 원치 않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의 각종 게시물 삭제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이나 업체를 말한다. 이들은 고객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온라인상에 퍼져 있는 각종 게시물을 수집한 후 각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디지털 장례로, 고인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아 고인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기록들을 모두 지운 후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 디지털 추모관을 만드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평판 관리로, 악성 댓글이나 루머에 시달리는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인터넷에 올라간 개인의 정보를 모두 지워 주는 일이다. 온라인 흔적을 삭제하는데 드는 비용은 삭제할 정보의 양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넷째 우주장(宇宙葬) 서비스도 등장한다. 미국과 일본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일종의 상조상품으로 상업용 로켓을 이용해 고인을 화장한 골분을 대기권 밖까지 이동시켜 주는 방식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시작한 서비스다.

▲ 부고장에는 필수적인 정보 외에 고인의 삶을 기릴 수 있는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
참고로 일본에선 장례 절차, 연명치료 · 장기기증 여부, 간병시설 입소 여부, 재산 상속 문제, 가족 · 친구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담은 ‘엔딩노트’나 ‘종활(終活, 일본 노인들이 인생을 잘 마무리하기 위하여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이르는 말) 노트를 기록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엔딩 노트를 배포하거나 종활 상담을 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매년 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시장은 급속하게 발전하여 묘에 QR코드를 붙여 증강현실(AR)을 통해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런 종활산업 규모가 연간 5조엔(약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8월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엔딩 산업전에는 2만5천여 명이 몰렸다.

 

▲ 코로나로 인해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빈소나 장례식에 가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장례문화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capture iconscout.com
● 온라인 결혼식 초청장에는 어느 정도의 정보가 들어 있다. 반해 온라인 부고장은 너무 단조로운데?

▼ 부고장에는 필수적인 정보 외에 고인의 삶을 기릴 수 있는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 생전 사진이나 영상, 업적과 약력 등의 정보가 추가된다면 얼굴도 모르는 고인의 영전 앞에 서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추가로 실시간 장례식 영상이 송출되거나 생전 장례식의 일부를 발췌하여 찾은 이들에게 고인이 남긴 메시지 등을 QR코드로 첨부한다면 언택트 시대에 걸맞는 부고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디지털 부고장에 담긴 내용들과 조문객들이 남긴 존경과 감사, 위로의 문구가 추가되는 것을 바탕으로 추모관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해당 데이터는 반영구적으로 남아 인맥지도와 가계도를 만들 수 있다면 사라져가는 개인의 뿌리, 대가족의 의미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음 세대인 어린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 될 것이고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의 삶의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인은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왔다. 타인이나 가족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죽음의 준비도 미흡하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아직까지 웰다잉이나 사전 장례식이란 용어가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가족들의 반대도 있을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빈소나 장례식에 가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장례문화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가 끝이 나더라도 장례문화는 변곡점을 맞게 되었고 서서히 변화가 올 것임엔 틀림없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위기(危機)인 것은 틀림없지만 변화는 위기를 먹고 자란다. 위기는 ‘위대한 기회’이기도 하다.

◐ 프로필
한류경영연구원 원장
피플스그룹 회장 가재산
핸드폰 책쓰기 코칭협회 회장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회장
(전)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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