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무차별 꼰대 정치 이대로 괜찮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3-02-03 16: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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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재래시장이 연내 행사처럼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있다.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며 서민 흉내를 내고 오뎅 떡볶이를 먹고 다녀서인지 시장, 구청장, 군수들이 경쟁하듯 재래시장에 나타나 그 흉내를 내며 조잡스럽게 서민들이 하는 짓을 한다. 매스컴은 연일 이들을 조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시대에 명절 경기가 어려워 재래시장 상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을 골고루 나누어 짊어져야 한다며 재래시장을 찾은 정치인의 솔선수범은 아름답다. 그러나 고위층 사람들이 보도용으로 자신의 홍보용으로 재래시장에서 사진찍기 행사로 그친다면 그것은 천민 근성의 꼰대들이나 하는 짓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꼰대 양산의 시대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장 모범이어야 하는 정치권에 꼰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꼰대의 집단적인 특징은 듣기(listening) 기능이 마비되었으며 자신들 편 따라 흉내 내기, 그리고 뭐든 자신이 옳다며 우김질하며 가르치러 든다는 것이다.


사회의 여론은 듣지 못하고 제 편 말만 듣고 자신이 옳다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법이나 잘못에 관한 단어는 전혀 듣보잡이란 것을, 누가 뭐래도 나는 내 방식대로 간다며 낯 부러운 행동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2021년 추석 특집방송에서 가수 나훈아 씨는 방송에는 15년 만에 출연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8개월 동안 준비하여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공연을 했다. 그가 공연을 결심한 이유를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공연 중에 던진 몇 가지 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면 좋겠다."며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는 말을 던졌다. 그는 또 국민의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덧 붙혔다. 나이가 칠순 중반의 그는 젊은 공연을 통해 국민을 위로하고 통합시켰지만, 정치권의 꼰대 정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을 피곤하게 갈라놓고 있다.

당시, 이 말을 두고 싸우길 좋아하는 야당과 여당에서 아전인수의 해석을 말라며 서로 말장난을 하며 말싸움을 벌렸다. 그 싸움의 형국은 한마디로 초등생 수준의 코미디였다.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집단화함으로써 정치적 도덕적 결함을 은폐하고 모든 문제를 정쟁화함으로써 서로가 손가락질하는 싸움의 방식은 이 시대의 가장 뒤떨어진, 추악한 야만성이 되었다. 그리고 이 야만성은 민주주의 또는 이념의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당시 야당은 적폐청산의 악역인 '검찰을 정치 검찰'이라면서 검찰을 신독재 세력 앞잡이라 매도했다. 여당도 질세라 법을 위반한 곳엔 성역이 없다며 법치를 외쳤다.

정권이 바뀌고 민주당이 야당으로 변하니 당시 국민의힘이 하는 짓을 꼭 같이 연출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어쩌면 레퍼토리가 이렇게 같을 수가 있을까. 범법 혐의가 있는 이재명 야당 대표를 검찰이 소환하는 것에 장외 투쟁을 한다며 야당 정치인들이 연출하는 "검찰 독재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각본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치인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외치는 블랙코미디로 꼰대들이나 하는 시대 뒤떨어진 짓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집권 여당의 형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핵관'이라는 실체가 없는 그림자 정치가 눈총을 받고 있다. 3월 8일 총선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 지도부 선출에 민심을 도외시한 무지와 착각으로 득(得)이 되는 것보다 독(毒)이 되는 길을 가고 있다. 당권이라는 완장 싸움을 두고 맹목적인 충성집단이 벌리는 형태는 가관을 넘어 절망에 이르렀다. 내 편에게 유리한 당 대표 선출 선거법 개정, 유력 당권주자의 사퇴 압력, 등 구태 정치는, 경제 성장 속에 훌쩍 성장한 시민의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자신만 잘났으며 꼰대 정치를 보니 딱하다.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야당 대표 소환은 대장동 사태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으로, 이른바 대장동, 백현동 개발로 천문학적 이익과 돈의 행방과 실질적 사업권에 결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정권의 검찰 수사는 사실의 먼 변방만을 확인했을 뿐 그 책임의 소재를 확실히 규명하지 못했다. 책임의 소재가 정치적으로 뜨거운 현안이 되는 까닭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얻거나 잃을 수 있는 정치적 이해득실이 지대하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꼰대 짓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모든 과정에서 요란을 떨고 말장난에 가까운 비난과 고성이 오가지만 내가 듣기에는 다 불필요한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이 모든 소음이 모두 불필요한 정쟁이다. 다 3류 코미디라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코미디이다. 코미디가 아닌 의미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그 대답은 분명하다. 희대의 코미디를 당장 집어치우는 것만이 코미디가 아니다. 당신들이 손댈 수 없고 당신들의 이른바 정치의 본질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저 힘없는 서민들은 당장 오늘 목구멍에 넘어갈 밥걱정과 천정부지의 에너지 고지서를 받고 한숨을 쉬고 있다.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해 잘한다는 정치가 왜 이 모양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구태 꼰대 정치로는 서민들 밥걱정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공히 여ㆍ야 모두 도긴개긴의 구태 꼰대질. 이래서 꼰대 정치가 한심하단 얘기다.

힘없고 빽 없어 초막에 엎드려 글 쓰는 무지몽매한 서생이 외친다. 정치인들은 제발 꼰대질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나. 나라의 운명 좀 생각하며 정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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