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말이 빠르잖아! ‘통역완급조절 회상’
집중케하는 묘한 카리스마와 마력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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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
[일요주간 =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필자가 1982년부터 KOC(대한올림픽위원회)/대한체육회에서 국제업무를 담당하며 당시 정주영KOC위원장(대한체육회장 겸임/작고)통역은 물론 당시 제2대 체육부장관인 이원경(작고) 추후 외무부장관(영어는 능통하시기에 때문에 불어 통역만 해드렸음), 염보현 당시 서울특별시장 등의 국제스포츠관련 고위인사 방한 예방 면담 시, 모든 통역을 두루 전담할 만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나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당시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SLOOC) 위원장직을 맡고 계시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서실의 요청으로 외빈통역(영어와 주로 불어)까지 가끔 도와드리곤 했는데, 한참 후 외대 영어과 동문으로 같은 외대통역대학원출신 곽중철 선배가 SLOOC에 전담 통역(이후 SLOOC 통번역실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이후에는 그분 통역을 전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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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시절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시 사마란치 IOC위원장(국제올림픽위원회) 방문 시 배석 하였으며 필자는 통역중 |
故노태우 당시 SLOOC(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1932년 생 원숭이띠로써 ‘사마란치’(Juan Antonio Samaranch, 1920년 생)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Mario Vazquez Rana, 1932년 생) ANOC(국가 올림픽 연합회) 회장, 평창2020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이었던 공로명 전 외무부장관(1932년 생) 및 필자(1956년 생)와는 모두 ‘띠 동갑’이다.
노태우위원장께서는 매우 침착 하시고 부처님 귀를 방불케 하는 귓불을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시고, 말씀도 천천히 조용조용히 목소리 톤을 낮추어 하시기 때문에, 일단 말문을 여시면 좌중이 전부 더욱더 조용해지고, 저절로 그분의 말씀에 빨려 들어가듯이 집중케 하는 묘한 카리스마와 마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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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시절 셰이크 파하드(Sheikh Fahad) OCA(아시아 올림픽 평의회)회장 접견 장면(필자는 우측에서 통역 중) |
그분이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재직 중이던 1984년, 명동 당시 외환은행본점(현 하나은행건물)에 위치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집무실에서 당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 겸 쿠웨이트 IOC위원이었던 ‘파하드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시 교전 중 사망)와의 면담 시, 필자가 긴장한 나머지 통역을 빨리 하였나 보다. 그때 노태우 조직위원장은 부드럽지만 아주 나지막이 “이봐, 자네 말이 너무 빠르잖아!”라고 완급조절을 요구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후 지금까지도 가끔 예기치 못한 통역이나 국제회의 발언 때 이 말 한마디가 귓가에 쟁쟁하게 떠올라 발언 속도와 수위 조절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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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면담 시 제2대 이원경 체육부장관 시절 불어로 통역 중인 필자 |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며 서울올림픽개최지 제3국 변경을 줄 곳 주장한 당시 소련의 ‘그라모프’(Gramov) 체육장관의 멕시코ANOC(국가올림픽연합회) 총회에서의 책동을 노태우 당시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장이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Mario Vazquez Rana) ANOC(국가 올림픽 연합회) 회장 및 사마란치(Samaranch) IOC위원장과 연합하여 굳게 지켜 내기 위한 방편으로 ANOC총회멕시코선언문을 채택하는데 스포츠 외교적 역할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서울1988올림픽유치와 성공적 개최에 크게 기여하신 노태우 SLOOC위원장 겸 KOC위원장 겸 전 대통령 영전에 이 글과 사진을 봉헌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영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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