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탄.. 부산 곗돈 사기극 그 후…대티고개 사람들의 피눈물

박지영 / 기사승인 : 2012-02-06 10: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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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들 둔 어머니의 통곡' 나는 가족들을 사지로 몬 사기꾼이 됐다…내 병원비 때문에 아들은 월급이 차압당했다


[일요주간=박지영 기자] 지난달 9일 부산광역시 사하구 괴정2동에서 주민 수십 명을 상대로 계를 조직해 계돈 100억 여원을 챙긴 혐의로 계주 임모씨(59세?여)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요주간>은 2회(334호?335/336호)에 걸쳐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본지 보도 이후 부산지역 방송매체는 물론 KBS, MBC 등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집중보도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 곗돈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찾아 피해자들의 애끓는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피해자B“ IMF 때전재산날리고 어렵게 장사를 시작해 모은 돈으로 곗돈을 냈다. 계주는 돈도 안 갚고 떳떳하게 돌아 다닌다.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면 정말 억울하다”분개


◆가족들 볼 낯이 없어...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A씨. 계를 한 번도 타지 못했다고 한다.
“3년 동안 넣은 돈이 약 6,000만 원이다. 2008년 12월 24일부터 넣었다. 아들은 이 돈만 믿고 집을 샀는데 큰일이다. 작은 아들은 두 구좌를 넣었는데 60만 원씩 27번을 넣었다. 1,600만 원정도 된다. 내가 1,320만 원, 시누이가 900만 원을 넣었다. 나 하나 믿고 내 가족들이 다 계를 들었는데 죽고 싶은 심정이다. 어떻게 분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한 푼 없이 거지가 되었는데 계주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통곡을 해도 소용이 없다. 처음에 한 번은 제 날짜에 돈을 주었다. 그 것만 믿고 가족들에게 소개를 했는데 아들이 돈이 안 들어 왔다며 이상하다고 했다. 알아보았더니 (12월) 16일에 (계주가) 준다했다. 결국 지금까지 못 받았다.”


믿었던 계주에 대한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A씨는 “남편 볼 낯이 없다. 나보고 ‘미쳤다’고 한다. 자식들은 울고 불고 난리다. 내가 자식들까지 못 살게 만든 것이다.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30년 동안 이 마을에서 슈퍼를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계를 들고,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낼 생각에 마냥 좋기만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절에 제사도 지내야하는데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자식들을 어떻게 보냐”며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했다.

◆IMF, 전 재산 잃고도 다시 일어섰는데...
3대가 제재소를 했다는 B씨, 빌라를 짓던 중 IMF를 겪으며 제재소가 문을 닫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IMF탓에 그 것 마저도 쉽지 않았고 완공되지 않은 빌라는 구청에서 압수를 했다고 한다. 결국 5억 정도 되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 빚을 갚았다.


“대학교를 다니던 두 아들은 학업을 계속 이어 갈 수 없었다. 큰 아들은 군대를 지원했고 작은 아들은 겨우겨우 등록금을 마련해 학교를 보냈다. 돈이 없어 장사도 못했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정리해서 빚을 갚았기 때문에 빚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집을 얻을 수 있었고, 살던 동네에서 “망해서 이사 갔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3년간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어렵게 장사를 시작하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곗돈을 냈다.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IMF 당시 빚을 갚고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살았다. 내 재산은 비록 하나도 남지 않았지만 빚을 갚았기 때문에 떳떳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주는 돈도 안 갚고 떳떳하게 돌아 다닌다”며 믿었던 계주들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이 터지고 우리 집 영감은 치아가 모두 내려 앉아 임플란트를 9개나 해야 했다. 한 달 가량 입원을 했다. 남편과 나는 체중이 10kg이 넘게 줄었다.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계주들은 살도 더 찐 것 같고 억울하다. 꼭 밝혀내야한다. 자식들 명의로 재산 돌려놓고 자기들은 돈이 없다고 한다.”

▲ “KBS 아침방송-굿모닝 대한민국” 방영
◆당장병원에 가야하는데...


◆당장병원에 가야하는데...


◆당장병원에 가야하는데... 관할 구청 앞에서 1인 시위하고 돌아온 C씨, C씨는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야하는 환자였다. "부산시내의 대학병원은 모두 가보았다. 성대가 굳어 혀도 마르고 목으로 점점 퍼지고 있어 12월 13일 서울의 병원에 갔다. 진료기록을 본 교수가 집이 부산이라 입원할 것을 요구했다. 12월 18일과 1월 18일이 계를 타는 날이라 1월에 입원을 하겠다고 했다. 입원 전까지 먹을 수 있는 약을 처방을 해줬다."


그는 “부산에 돌아와 계주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빨리 곗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계주가 내 손을 잡고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마라. 몇 일 있다가 해주겠다. 이 말을 누설하면 돈을 못 준다’고 이야기 했다”며 “돈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12월) 25일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12월) 28일쯤 집으로 찾아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계주한테) 전화를 했다. ‘이제 네 마음대로 해라. 날 집어넣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라’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고소를 하게 됐다”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상황을 알면서도 나 몰라라 한 계주가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병원을 가야한다고 사정을 하면서 부탁을 했었는데 억울하다. 마흔 넷 아들이 있는데 나 때문에 결혼도 안하려고 한다. 내가 아프기 때문도 있지만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 평소 생활비를 주던 아들이 이달(1월)에는 생활비를 안줘서 알아보니 내 병원비가 1,300만 원이 넘게 나왔는데 아들의 카드로 결제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드 값을 못 갚아서 월급을 차압당한 것이다. 명절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울에 있는 높은 사람들에게 이 일 좀 해결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애끓는 사연들을 뒤로 하고 계주 임씨는 지난 1일 구속됐다. 경찰은 한 달 가량 조사 결과 피해액이 32억 7,000만 원이라고 발표하고 수사가 종결됐다. 피해자들 중 고소를 취하한 사람들이 있어 실제 피해액보다 낮은 금액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주범으로 지목한 황모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신청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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