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산하 한국발명진흥회는 김영민 전 특허청장을 위해 조직도에도 없는 고문직(무보수)을 만들어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 19층에 별도 사무실을 무상 제공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 빌딩은 발명진흥회가 지난 2003년 국고 보조 397억 원을 포함해 은행 차입 813억 원 등 모두 1,353억 원을 들여 매입한 것으로 지난 2012년 국감에서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경주시)으로부터 "매년 수십억대의 이자를 지출해가며 강남 테헤란로에 본사를 유지하는 것은 경영상 문제가 있다"고 질타 당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김 전 특허청장에게 무상 사무실이 제공된 시기가 지난 4월인데 한국발명진흥회의 실질적 CEO인 조은영 상근 부회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 3월 만료됐다는 데 있다.
또 다른 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의 특허넷 사업본부장도 임기 만료후 여전히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허 정부원은 특히 원장을 비롯한 본부장급 임원 4명 가운데 3명이 특허청 출신으로 특허청 산하 단체의 ‘관피아 논란’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우측 복도를 걸어 들어가자 임원 및 회의실이 나왔다. 각 방에는 그 방을 사용하는 용도가 표시 되어 있었는데 유독 하나의 방에는 별 다른 안내문이 없었다. 취재진이 “여기가 고문님 실이냐? 김영민 전 특허청장님은 계시냐?”고 묻자 임원실 내부에 있던 직원이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고 이어 취재진은 신분을 밝히고 정식 취재를 요청했다.
김영민 전 특허청장을 위해 '무보수 고문직과 무상 사무실’ 제공
한국발명진흥회는 지난 2003년 국고 보조 397억 원을 포함해 은행 차입 813억 원 등 모두 1,353억 원을 들여 본사 사옥인 한국지식재산센터를 사 들였다. 현재 이 빌딩에는 특허청 서울 사무소를 비롯해 특허청 산하 기관, 특허 관련 업체 등이 입주해 있는데 발명진흥회는 3개 층 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발명진흥회가 김영민 전 특허청장을 위해 무보수 고문직을 신설하고 본사 19층에 별도의 사무실까지 제공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김영민 전 특허청장이 퇴임한 것은 지난 3월로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이사회를 거쳐서 필요에 의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특허청 출신인 조은영 상근 부회장이 전임 특허청장을 위해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조은영 상근 부회장은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감사원 부감사관과 특허청 산업재산보호 과장, 감사담당관, 인사과장, 특허심판원 심판장 등을 역임했는데 김영민 전 청장이 특허청 차장으로 있던 지난 2012년 3월 한국발명진흥원의 실질적 CEO인 상근부회장에 임명됐다.
조 부회장은 당시 김재홍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원장과 함께 퇴직 당일 재취입에 성공한 사례로 국감에서 ‘특허청 관피아’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고문실을 임대할 경우 연 1500여만 원 수익 기대, 인테리어 비용 출처에 대해 답변 회피
이와 관련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특허청에 사업을 하려면 김 전 청장님 같은 분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 할 분이다. 부회장님이 독단적으로 하신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결정한 일이다”며 “특허청 일에는 별다른 이권이 없기 때문에 관피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고 높은 분은 오히려 모셔 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발명진흥회는 현재의 사옥과 관련해 지난 2012년 국감에서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경주시)으로부터 "매년 수십억대의 이자를 지출해가며 강남 테헤란로에 본사를 유지하는 것은 경영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 당한 바 있다. 김 전 청장을 위해 한국발명진흥원이 제공한 사무실은 20여평(분양평수 기준) 안팎으로 강남 부동산 시세를 고려 할 때 최소한 연 1,500여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단순하게 임대 수익으로만 고문님 사무실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본사 2층에 있는 발명가 휴게실도 임대 수익만 생각했다면 만들 수 없었다. 상징성과 기관 이미지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내부 인테리어 비용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기존에 기초 인테리어가 되어 있던 공간이었기에 사무 집기류를 장만하는데 든 200여만 원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정도로 사무실을 꾸밀 수 있었겠느냐? 더 들었으면 더 들었지 적게 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의 출처에 대해서도 한국 발명진흥원 관계자는 “예산 내역은 입장이 곤란하다.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런데 김영민 전 특허청장을 위한 19층 사무실의 존재에 대해서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특허청 산하 다른 기관 직원들도 모르고 있었다. 한국지식센터에 입주한 특허청 산하 기관의 한 간부는 “김 전 청장님 방이 이 건물에 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라며 “두 달이 지났다면 저희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닙니까?”라고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발명진흥회가 김영민 전 특허청장에게 무상 사무실을 제공했을 때 이미 조은영 상근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된 시점이라는 것이다. 조은영 상근 부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5일 취임했고 김영민 전 청장에게 무상 사무실이 제공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김광림 회장님이 계시지만 실제적인 CEO는 조 부회장님이기에 후임자가 인선될 때까지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특허청장님도 새로 오셨으니깐 조만간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영민 청장 3월 17일 퇴임, 조은영 상근부회장 임기 만료 후에 사무실 제공
최동규 전 케냐 대사가 신임 특허청장으로 취임한 것은 5월 12일 이었다. 김영민 전 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것은 지난 3월 17일 이었다. 특허청은 이미 55여일 가량을 수장이 없는 부처로 보낸 바 있다.
특허청이 생긴 이래 청장 공백이 장기화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허청 산하 기관 단체장이 업무 공백을 위해 퇴임을 미룬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특허청의 전산 시스템은 세계 1위 수준이다. 대한민국 특허망이 뚫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업무의 노하우와 그 분들의 공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특허청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기에 결국 청장님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허청 관련 한 관계자는 “연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이미 임기가 끝난 기관장의 말을 누가 듣겠느냐? 조직을 위해서라도 빨리 용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임기가 끝난 기관장에게 지급하는 월급도 다 국민의 혈세로 사기업이면 있을 것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은영 상근부회장의 연봉은 1억 6,000여만 원으로 1억 1,000여만 원 안팎인 최동규 특허청장 보다 1.5배 많은 실정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몇 년 사이 특허청에서는 고위직뿐 아니라 서기관과 사무관의 재취업도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정년보다 2~3년 앞당겨 퇴직하면서 5,000만 원~1억 원 가량의 공무원 명예퇴직수당을 수령,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매달 공무원 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산하기관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특허정보원 임원 4명중 3명이 특허청 출신, 허울에 불과한 공개채용
한국발명진흥회 조은영 상근 부회장보다 더욱 심각한 ‘특허청 국-과장급 재취업’과 ‘임기 만료 후 월급 빼먹기’가 일어나고 있는 특허청 산하 기관은 한국 특허정보원이다.
한국특허정보원 이태근 원장은 특허청 정보고객지원 국장이던 지난해 1월 22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원장에 선임됐다. 1961년생인 이 원장은 행시 29회로 1986년에 공직에 입문해 특허청 상표과, 출원과, 공보과, 행정법무과, 재정기획과장, 국제지식재산연수원장, 고객협력국장, 정보고객지원국장을 거친 특허행정 전문가다.
이에 앞서 특허청 최종인 과장은 2012년 3월 29일 한국특허정보원 특허넷 운영본부장에 임명됐다. 최 과장은 특허청 정보 기획과장과 정보심사팀장, 전기전자심사국 유비쿼터스심사팀장, 특허심판원 심판관 등을 지냈다.
올해 4월 외부 공채 형식을 통해 본부장급인 경영기획실장에 취임한 강순구 실장도 특허청 서울 사무소장과 상표디자인 심사국 서비스표심사과장, 특허심판원 심판관 등을 지낸 특허청 과장 출신이다. 한국특허정보원 임원진 가운데 특허청 출신이 아닌 사람은 내부 승진한 강창수 정보진흥본부장 뿐이다.
최 본부장 “후임자 결정 때 까지 자리 비울 수 없어...변리사 준비 중”
한국특허정보원 관계자는 “강 실장님은 올해 1월 특허청을 퇴직 하신 후 공개 채용을 통해 4월에 오셨기에 ‘특허청 낙하산 인사’가 아니다”며 “당시 교수 한분과 공공기관 출신 등 3대 1의 경쟁률이 었는데, 외부 면접을 통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임원진 가운데 최종인 특허넷 운영본부장은 지난 3월말로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불구하고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취재진은 지난 6월 2일과 3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지식재산센터 7층에 있는 한국특허정보원 임원실을 방문했다.
한국특허정보원 관계자는 “최 본부장님은 대전 둔산동 본원에 근무하시고, 월요일은 서울 사무소로 출근하신다”고 답변했다. 한국특허정보원은 전체 직원 32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서울 사무소에 근무하고, 나머지는 대전 본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종인 본부장은 6월 4일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3월말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며 “변리사 준비를 하고 있고, 대전에서 사무실을 열기 위해 오피스텔도 알아보고 있다. 청장님도 새로 오셨으니깐 곧 후임자가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 “산하기관에 대한 갑질, 명백한 전관 예우” 특허청 낙하산 인사 질타
한편, 특허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낙하산 인사'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새누리당 이강후 의원은 “최근 4년간 특허청에서 퇴직한 공직자 중 절반 이상이 유관기관에 재취업했다. 특허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심판'이 바로 특허청 공무원인데, 퇴직 후 특허등록 업무를 맡는 '선수'로 변신하면서 전관예우 특혜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특허청 6대 산하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모두 특허청 국장 출신 '관피아'”라면서 “본부 인사 적체 해소용 또는 장기노후대책용 취업으로 특허청의 산하기관에 대한 갑질이며 명백한 전관예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청년 고용률이 40%로 젊은이 10명 중 6명이 직장이 없는 상황인데 이는 청년 일자리마저 빼앗는 행위이며,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이용한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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