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이재윤 기자] 천연 원시림 석포숲길, 옛길을 걷다!
포항에서 출발해 울릉도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세 시간. 다행히 잔잔한 바다 덕분에 멀미로 고생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 입항하기 위해 천천히 방향을 트는 여객선 창밖으로 기암절벽 망향봉과 행남봉이 마치 수문장처럼 우뚝 선 채 맞이하고 있다. 선착장에는 관광객들을 마중하기 위해 민박집에서 나온, 저마다 손에 피켓을 든 사람들과 울릉도 특산물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들도 도동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도동항은 울릉도 관광의 시작점이면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많은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몰려 있는, 여행객들의 거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도동항에 내려 가볍게 식사를 하고 가이드를 위해 울릉군청에서 나온 홍연철 문화예술축제담당과 함께 차에 몸을 실었다. 울릉도 토박이라는 그와의 동행은 이번 여행의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일주도로를 따라 이동을 하며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도동항을 출발해 제일 먼저 간 곳은 석포숲길. 울릉도 해안도로는 완벽한 일주도로가 아니다. 울릉읍 내수전과 북면 섬목 사이 약 3.4km의 옛길, 미개통 구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주민들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객들의 불편함도 만만찮지만, 오히려 그 옛길이 울릉도 여행의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울창한 원시림들 사이로 난 옛길은 비교적 뚜렷이 남아 있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도보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옛길은 마치 산허리에 비단을 두른 듯 거스름이 없고 자연스럽다. 옛사람들이 등허리에 바리바리 짐을 지고 걷던 그 길은 산에도, 사람에도 거스름 없이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있다.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르는 새들의 지저귐은 그 어떤 악기도 흉내 낼 수 없는 청아한 소리로 숲을 채운다. 그리고 울창한 숲 사이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는 시원함을 더해준다.
함께 걷던 홍연철 씨는 바다 위에 뜬 섬 하나를 가리키며 그 섬에 혼자 사는 총각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섬은 죽도라 불리는데, 죽도에는 지금 총각 혼자서 살고 있다. 원래 홀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았는데 몇 해 전 나물을 캐다 어머니가 절벽에서 실족을 해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도 혼자 섬을 지키며 살고 있다고.
불이 꺼지지 않는 항구, 저동항
석포숲길을 나와 내수전전망대를 지나 울릉도의 가장 큰 마을이자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오징어잡이 철이 아니라 항구는 정박한 배들로 가득했다. 본격적인 오징어잡이가 시작되면 저동항은 활기가 넘치며 본 모습을 찾는다. 더불어 ‘은빛어화’, ‘저동어화’라 불리는, 울릉 8경 중에서도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빛의 군무를 연출한다.
해질녘이면 출발하는 오징어배의 출어 행렬은 가히 장관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일자로 늘어선 배들은 출렁거리는 바다와 어우러져 쏟아지는 달빛에 온몸을 적시고, 칠흑 같은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은빛어화’는 밤이 깊어도 꺼질 줄 모른다.
화려한 빛의 군무는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에 저동항 방파제에 오른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방파제 옆으로 우뚝 솟은 촛대바위 너머로 잔잔한 파도에 부서지는 오후의 햇살과 고즈넉한 저동항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독도를 한눈에, 독도박물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어 다시 도동으로 향했다. 도동에 있는 독도박물관과 독도전망대를 찾았다. 국내 유일의 독도 전문 박물관, 영토 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은 지난 1997년 8월 개관했다.

초대 관장인 이종학 관장이 30여 년 간 수집해 기증한 자료와 1953년 4월 20일부터 3년 8개월 동안 목숨을 걸고 독도를 사수한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의 유품, 그리고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와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 등의 자료를 소장, 전시하고 있다.
독도의 옛 이름인 삼봉도의 이미지를 살려 3개의 큰 바위 모양에 동해의 일출을 형상화 한 독도박물관은 대지 8,068㎡, 연면적 1,600㎡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로, 지상 1층에 3개 전시실(제1, 2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중앙홀, 2층에 1개 전시실(제3상설전시실), 자연생태영상실, 독도전망로비 등이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독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 및 제3국의 지도와 전적들, 제2전시실에서는 청일전쟁 이후의 지도와 전적류, 제3전시실에서는 독도의용수비대와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의 활동상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니 최근 부쩍 높아진 독도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과 단체 관람객들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독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발길은 자연스레 독도전망대로 오르는 케이블카로 향했다. 전망대가 있는 망향봉 정상은 짙은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랐지만 역시나 짙은 안개에 가려 전망대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전망대 주위로 시원한 해풍이 불어와 짙은 안개를 밀어내고 있었지만 다시 몰려오는 안개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망대 위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연재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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