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김청현 기자] 제 4화_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 리딩·더블 바인드·백트레킹이란?

리딩(Leading, 이끌기)
특정 방향으로 상대를 이끄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특정 방향이란 물론 내가 의도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리딩’은 상대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목표를 행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영향을 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쉽게 말해 “우리 오늘 영화 보러 가자.”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리딩’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여자에게 무턱대고 “우리 오늘 영화 보러 가자”고 말한다면 그 여자가 과연 당신을 따라 오겠는가? 직장 상사가 미인이라고 해서 생각 없이 “우리 술 한 잔 하러 가죠. 제가 쏠게요.”라고 말한다면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많은 곤란이 초래되리라 짐작된다.
효과적인 ‘리딩’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열린 질문이 있다.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함으로써 단순한 권유나 명령의 느낌을 지우고 대화를 주고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이제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대중적인 지식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 문제이다. 단순한 ‘리딩’만으로는 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
특히 ‘리딩’은 침묵에 약하다. 열린 질문을 한다 해도 상대가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면 대책이 없다. 라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리딩’은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리딩’은 페이싱과 한 세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리딩’을 사용하기 전에 페이싱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상대방의 사고에 관성을 일으켜서 ‘리딩’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위에서 당신은 직장 상사에게 흑심을 품고 그녀와의 술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페이싱-페이싱-페이싱-리딩’ 세트를 사용하기로 한다.
“과장님, 오늘 바바리코트 입고 오셨네요. 저도 바바리코트 입고 왔어요. 비도 오는데 오늘 파전에 소주한잔 어떠세요?”
확실히 아까보다는 나아 보인다. 하지만 과장님이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다거나 당신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면? 혹은 과장님이 유부녀이고 그녀의 남편이 이 회사의 임원이라면 앞으로의 당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실 페이싱과 리딩을 연결해서 사용한다 해도 당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론은 이론에서 끝나고 실전에 적용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리딩’과 ‘페이싱’이다.
더블 바인드(Double Bind, 이중구속)
상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방법이 ‘더블 바인드’다. 즉,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과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예를 들어 보자.
“카드로 하실 건가요, 현금으로 하실 건가요.”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카드로 하던 현금으로 하던 상관이 없다. 어차피 파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카드 수수료는 차치하고 생각하자.
널리 알려진 만큼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더블 바인드의 대상이 허점을 찌르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먹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평범한 라포 정도로는 통하지 않고 내가 상대방을 생각을 지배하고 있지 않는 한 침묵이나 화제전환으로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신은 소개팅에 나온 상대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에게 작업을 걸려면 알코올의 힘이 필요함을 깨닫고 속전속결로 묻는다.
“소주가 좋아요? 맥주가 좋아요?”
어떻게든 술을 먹이고야 말겠다는 당신에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그냥 밥이나 먹죠.”
백트레킹(Backtracking, 말따라하기)
상대가 한 말을 되풀이하여 상대를 안심시키는 대화의 기법이다. 상대의 발언에서 어미나 키워드 등을 그대로 받아 따라하는 것으로 맞장구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백트레킹’은 상대가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라포를 형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백트레킹’도 페이싱의 일종임은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페이싱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말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커맨드를 집어넣을 수 없고, 상대와의 제대로 된 라포의 형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백트레킹’에는 응용이 필요하다. ‘백트레킹’을 응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화제의 전환이다.
“어제 뭐했어?”
“어제 영화 봤는데.”
“무슨 영화 봤어?”
“어벤져스3 봤어.”
“어벤져스3? 맞다, 거기 여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이 임신했다는 거 알아?”
“정말? 나이가 몇인데?”
당신은 먼저 어제 한 일을 물었고 영화를 봤다는 대답에 '백트레킹'을 하면서 어떤 영화인지를 물었다. 영화 제목을 듣고 다시 '백트레킹'을 하면서 화제를 전환시켜 이야기의 초점을 여배우로 바꿨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당신은 말의 꼬리를 계속 물고 이어지게 할 수 있고 결국 네버 엔딩(Never Ending)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두 번째 응용 방법은 화제의 심화이다.
“어제 뭐했어?”
“어제 영화 봤는데.”
“누구랑 봤는데?”
“친구랑.”
“그러니까 친구 누구랑 봤냐고.”
대화의 주제를 ‘무엇을’에서 ‘누구와’로 심화시켰다. 대화의 상대가 만약 여자 친구라면 다른 남자와 본 게 아닌지를 물으면서 그녀에게 사랑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겠고, 만약 상대가 그냥 친구라면 다른 친구 얘기로 이야기를 돌려나갈 수 있겠다.
‘백트레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어느 정도 대화가 진행되면 그 내용을 요약하여 확인시켜 주면서 조금 더 적극적인 라포의 효과를 기대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직접 사용해보면 오히려 상대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반복되는 ‘백트레킹’은 상대를 어린 아이 다루듯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백트레킹’을 주제의 심화로 활용할 경우에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특히 상대방의 어미를 따라할 때는 따지는 듯 사용하면 안 된다. 자칫 비꼬는 말투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트레킹’의 기술은 이미 대중적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대화의 경험이 많은 연장자나 작은 실수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직장 상사 등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연재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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