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김청현 기자] 제15화_감정적 투자, 그녀를 이끄는 법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심리마케팅학과 교수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그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원칙 중 두 번째로 ‘일관성의 법칙’을 제시했다.
일관성의 법칙이란 사람이 일단 어떤 한 가지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 결정에 대한 일관성이라는 심리적인 압박이 생겨나는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이미 결정된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맞춰나가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일관성의 법칙이 지켜지는 이유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인 미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관성을 벗어나 행동하거나 말을 했을 때 받아야하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일관성을 유지시키게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큰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한 부부의 경우 이들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이혼을 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생겨도 선뜻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 못한다. 나의 결정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관성이 지켜지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에 대한 자기 합리화의 경향 때문이다. 경마장에서 마권을 사기 전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고민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를 힘들어하다가도, 일단 마권을 사고 나면 내가 선택한 말이 다른 말에 비해 월등히 강해보이고 빨라 보이며 자신의 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것 같다. 이것은 심리에 의한 지각의 오류일 뿐이지 갑자기 내가 선택한 말에 신비로운 변화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 내가 돈을 따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한 말이 제일 빨라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가 당신의 지각에 영향을 준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이러한 통찰을 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으로 체계화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을 검증하기도 하였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행동, 태도, 신념들 간에 불일치가 있음을 인식할 때 생기는 불편한 마음 상태를 지칭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행동, 태도 또는 신념을 변경시켜 이들 간의 일관성을 회복하도록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부조화의 대표적인 예로 이솝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여우가 길을 가다가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포도밭을 지나게 되었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여우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군침을 흘렸다. 그런데 여우가 뜀박질로 포도를 따기에 포도나무의 키가 너무 컸다. 아무리 포도를 따려고 애를 써도 소용이 없자 단념한 여우는 말했다.
“저 포도는 시기 때문에 따도 먹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해”
그리고 여우는 그냥 가던 길을 갔다.
이러한 인지부조화 이론은 당신과 그녀의 대화에서도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된다. 앞에서 폴 에크먼의 7가지 보편적인 얼굴표정을 설명하면서 그녀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말이라면 그것에 의한 결과가 슬픔이든 놀람이든 간에 당신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한 바 있다. 그녀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한 감정의 변화를 당신의 의도에 맞게 조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녀의 감정적 투자수준을 높여라. 그녀가 당신에 의해 느끼는 감정은 그녀가 하는 당신에 대한 투자가 된다. 그녀의 감정적 투자 수준이 높을수록 그녀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과 당신의 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교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도에 의해 그녀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기를 원하고, 이러한 합리화의 경향은 당신을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어 준다. 더욱이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려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에 그녀는 점점 당신에게 빠져들고 심지어는 집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그녀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다.
이러한 경향은 심지어는 경제적 투자수준에도 적용된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녀에게 비싼 저녁을 대접하지 말라. 고가의 선물도 금물이다. 그녀의 투자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당신이 밥을 샀다면 커피 값은 그녀에게 맡겨라. 특히 술은 그녀가 사게 만드는 것이 좋다. 당신이 그녀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면 당신은 그녀의 경제적 투자수준을 제대로 높여 놓은 것이다.
‘내가 남자한테 돈 써보긴 처음이야’
‘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배로 받아낼 때까지는 나랑 헤어지는 건 어림없어’
인간경영과 자기계발 분야 최고의 컨설턴트인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그의 저서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을 설명한 바 있는데 앞서 우리가 주목했던 대화의 기술이 다수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쟁을 피하라 - 설득하려들지 말라.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공감이다.
페이싱을 활용하라 -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하라.
상대가 이야기하게 하라 - 일정수준의 라포를 넘어서면 그녀는 매우 긍정적인 상태가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 메타프로그램을 활용하라.
상대방에게 공감하라 - 백트레킹과 미러링을 사용하여 페이싱하라.
쇼맨쉽을 발휘하라 -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라.
도전의욕을 불러일으켜라 - 감정적 투자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녀는 당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호감의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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