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 대학 연계하고 국제표준·해외 규제 대응까지…로봇산업 경쟁의 범위 확대
기술·자본·인적·규제 인프라의 글로벌화, GBA가 세계 산업권으로 가는 새로운 시험대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관심은 누가 더 사람처럼 걷고 뛰는 로봇을 만드느냐에 쏠렸다. 이제는 다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지, 실제 공장과 물류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세계시장에 팔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전이 있다. 선전시는 2026~2028년 스마트로봇 산업 육성계획에서 ‘연구개발은 선전에서, 제조는 대만구에서(研发在深、制造在湾)’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의 이동경로를 따라가 보면 GBA가 앞으로 어떤 경제권을 만들려는지가 보인다.
◆ 선전에서 개발한 로봇, 왜 포산에서 만드나
선전의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러쥐(乐聚)가 좋은 사례다. 러쥐는 선전 룽화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중간시험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연구개발 결과를 곧바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조립공정과 품질, 생산방식을 검증해 양산 단계로 넘기는 과정이다. 대량생산 거점은 포산이다. 러쥐와 둥팡징궁(东方精工)이 함께 구축한 생산기지는 연간 생산능력 1만대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서 1만대는 실제 판매량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왜 선전에서 개발한 로봇을 포산까지 가져갈까. 로봇 한 대를 개발하는 능력과 같은 품질의 로봇 수천 대를 만드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AI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터와 감속기, 센서와 제어기, 배터리 등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조립해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연구실에서 잘 걷는 로봇과 공장에서 돈을 버는 로봇은 다르다.
◆ 선전도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도시라면 기업과 연구소, 공장을 모두 끌어오고 싶어 한다. 투자와 고용, 세수까지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선전의 로봇산업 구상은 주변 도시와의 분업을 전제로 한다. 선전은 연구개발과 기업을 맡고, 둥관·포산 등 주강삼각주의 제조능력을 활용한다. 홍콩·마카오의 대학과 연구역량도 연결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도시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보다 필요한 기능을 가진 도시들이 제때 움직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시 몇 곳을 연결한다고 곧바로 하나의 산업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기술과 자본, 사람과 제도가 실제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 GBA 경쟁력, ‘네 가지 인프라’를 봐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GBA의 경쟁력을 볼 때 기술·자본·인적·규제 인프라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기술 인프라다. 좋은 논문과 특허가 많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연구실의 기술을 중간시험과 실증으로 넘기고, 시험·인증을 거쳐 제품과 양산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러쥐가 선전에서 중간시험을 거쳐 포산의 양산라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이를 보여준다.
둘째는 자본 인프라다. 로봇기업은 연구개발부터 시제품, 생산라인, 해외시장 진출까지 단계마다 다른 성격의 자금이 필요하다. 산업자본과 성장자본, 국제자본이 기술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연결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국제금융도시 홍콩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셋째는 인적 인프라다. 첨단산업의 인재는 연구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AI 개발자와 로봇 엔지니어, 생산기술자뿐 아니라 투자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특허·인증 전문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넷째가 규제 인프라다. 필자는 이 부분을 특히 중요하게 본다.
◆ 규제도 산업의 인프라다
규제라고 하면 흔히 기업을 막는 장벽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첨단산업에서는 규칙이 없는 것 역시 큰 위험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공장과 물류창고, 상점과 가정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안전과 개인정보, 데이터와 윤리 문제가 따라온다. 사고 책임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해외시장에서는 어떤 인증과 표준을 맞춰야 하는지가 모두 산업의 문제다.
기업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투자와 제품 출시도 가능하다. 좋은 규제는 기업을 멈춰 세우는 규제가 아니라 기술이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규제다. 선전의 로봇산업 정책도 개인정보와 안전·윤리 위험 관리, 데이터의 수집·사용·유통, 안전인증과 윤리평가, 시험·인증과 표준화까지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규제도 산업을 움직이는 인프라다.
◆ 기술의 글로벌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GBA를 한 단계 더 봐야 한다. 필자가 더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이 네 가지 인프라가 중국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과 연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가려면 좋은 로봇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술 인프라는 세계의 연구기관과 연결돼야 한다. 자본 인프라는 국제자본과 만나야 한다. 인적 인프라는 세계의 연구자와 엔지니어, 전문인력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 인프라는 더 중요하다. 제품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국제표준과 해외 인증을 넘어야 하고, 투자와 지식재산권, 데이터와 안전을 둘러싼 규칙도 국제기업이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규제 인프라의 글로벌화란 중국의 규제를 해외에 적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과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과 해외 인증, 지식재산권과 투자규칙에 접속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선전은 로봇산업 정책에서 해외 규제 자문과 국제 기술표준 연계, 해외시장 개척, 특허 보호 등을 정책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표준화 역량 강화와 해외시장 진입을 겨냥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기술의 글로벌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자본·인적·규제 인프라가 함께 글로벌화돼야 한다.
◆ 홍콩은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접점’으로
이렇게 보면 홍콩의 역할도 단순히 중국 기업이 돈을 조달하는 금융시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홍콩에는 국제금융시장과 대학, 법률·회계·금융 등 글로벌 전문서비스가 축적돼 있다. 반면 선전에는 기술기업과 창업기업이 있고, 둥관과 포산을 비롯한 주강삼각주에는 제조기반이 있다. 각자의 강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강점들이 실제 하나의 산업과 시장 안에서 결합할 수 있느냐다.
중국 기술기업이 해외로 나갈수록 홍콩의 역할은 자금조달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자본과 전문인력, 해외 규제와 국제표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GBA의 도시분업은 ‘선전 기술-포산·둥관 제조-홍콩 금융’이라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다. 기술과 제조에 자본과 인재, 규제와 국제표준까지 결합하는 광역 산업권의 문제가 된다.
◆ GBA의 다음 경쟁은 ‘인프라의 글로벌화’다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돌아가 보자. 연구실에서 로봇 한 대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다. 같은 품질의 로봇 수천 대를 만드는 것은 제조다. 기업이 사용하고 다시 주문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이다. 그러나 여러 도시와 세계시장을 연결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려면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 인프라다. GBA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선전의 기술과 주강삼각주의 제조능력을 결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홍콩·마카오의 연구역량과 국제금융·전문서비스를 연결하고 해외 규제 대응과 국제표준, 시장개척까지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물론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생산능력이 곧 판매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책이 있다고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제도와 국제시장 사이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방향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GBA가 이 네 가지 인프라를 실제로 연결하고 세계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중국 남부의 로봇산업 성장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산업과 기능, 제도를 가진 도시들이 각자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글로벌 산업권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GBA의 향후 행보를 기대한다. 앞으로 GBA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로봇을 만들었느냐만이 아닐 것이다. 기술·자본·인적 인프라가 얼마나 자유롭게 연결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인프라가 얼마나 세계와 접속하느냐. 그 힘이 GBA의 다음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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