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 제정안 행정예고
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공정위 “플랫폼, 자사 우대·끼워 팔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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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해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
[일요주간 = 정창규 기자] #사례1. (자사우대) 지난 2020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수년간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 우선 노출 알고리즘을 임의로 조정해온 네이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쇼핑 분야 265억원, 동영상 분야 2억원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서비스 우대’에 공정위가 제재를 가한 건 처음이다. 네이버는 쇼핑 분야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70%가 넘는 1위 사업자로, 다양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를 비교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비교쇼핑서비스’와 함께 ‘오픈마켓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자사 오픈마켓 제품뿐 아니라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경쟁 오픈마켓 제품을 동시에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네이버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자사 상품이 경쟁사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알고리즘을 조정할 때마다 사전 시뮬레이션, 사후 점검 등을 통해 자사 상품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경쟁 오픈마켓 가중치를 적게 주거나 자사 상품은 무조건 일정 비율 이상 노출되도록 했다. 2015년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선 담당 임원 요청에 따라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하기도 했다.
#사례2. (멀티호밍 제한) 지난해 9월 공정위는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했다. 구글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다. 구글은 제조사 입장에서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 금지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요구했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경쟁 OS가 되는 포크 OS를 탑재하지 못하고, 제조사가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게 했다. 또한, 포크 OS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앱 개발 도구(SDK)를 파트너사나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도록 했다. 구글은 AFA상 의무를 따르지 않더라도 예외적 승인을 통해 ‘면제기기’ 출시를 허용했지만, 까다로운 추가제약 조건을 준수해야 해 사실상 앱 활용이 어려운 ‘깡통 기기’가 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3년 출시한 스마트시계 ‘갤럭시 기어1’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했는데,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문제 삼자 후속 모델부터는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기어3 모델까지 타이젠 OS를 썼지만, 앱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올해 8월 구글의 스마트시계용 OS를 탑재한 ‘갤럭시 워치4’를 출시했다. 구글이 당시 스마트 시계용 OS를 출시하지 않았음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 시계 분야를 선점하지 못하도록 기어1 출시를 방해한 것이다.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포크 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 시계 시장의 경쟁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사례3. (최혜대우 요구) 지난 2020년 6월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운영하는 배달앱 요기요가 입점 음식점에게 최저가보장제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요기요는 2013년부터 자사 앱에 입점한 배달음식점이 직접 전화 주문이나 다른 배달앱을 통한 주문에서 음식을 더 싸게 파는 것을 금지하는 ‘최저가보장제’를 음식점 점주와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3년 동안 최저가보장제를 적용하면서 144곳의 입점 업체를 문제 삼았고, 요기요 앱 주문가격을 더 낮추거나 다른 배달앱에서의 가격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업체 43곳은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 2위 사업자 요기요가 음식점의 가격을 바꾸도록 한 것은 음식점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봤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사용해 상대방의 경영 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자사 우대·끼워 팔기 등을 플랫폼의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지정했다. 이런 행위를 할 경우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6일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이하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26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경쟁 제한 행위의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심사지침’은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행위의 심사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민관 합동 TF 회의 (총 10차) 및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련됐다.
이번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획정,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제시하여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대표적인 경쟁제한행위 유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시함으로써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중 이해관계자·관계부처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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