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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본토 기술기업들의 홍콩 상장이 늘면서 홍콩 자본시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선전의 기술기업들이 본토 증시에 이어 홍콩에서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A+H’ 구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홍콩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출처와 조달된 자금의 향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챗GPT) |
선전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광둥의 공급망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A+H’ 기업의 증가다. A주는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주식이고, H주는 중국 본토기업이 홍콩거래소(HKEX)에 상장한 주식을 뜻한다. 따라서 A+H는 이미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홍콩에도 주식을 상장해 두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이미 중국 본토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은 왜 다시 홍콩으로 가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홍콩으로 들어오는 돈은 실제로 누구의 돈인가.
● 본토에 상장하고도 다시 홍콩으로
지난 9월 8일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선전의 메모리 기업 장보룽(江波龙·Longsys)이 대표적이다. 장보룽은 이미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에 A주가 상장돼 있다. 여기에 홍콩 H주를 추가하면서 A+H 구조를 만들었다. 선전 첸하이관리국은 장보룽을 중국 독립형 반도체 메모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A+H 상장을 실현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기업공개를 뜻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은 조금 더 세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장보룽처럼 이미 중국 본토에 상장한 기업이 다시 홍콩에서 H주를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홍콩은 단순히 두 번째 상장 장소가 아니다. 중국 본토와 다른 금융·법률·자본시장 제도를 갖고 있고 국제기관투자가도 접근할 수 있다. 장보룽의 홍콩 상장 준비에는 CLSA와 함께 Citigroup Global Markets Asia가 스폰서 겸 총괄조정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홍콩 상장 = 국제자본 유치’라고 결론을 내리면 실제 자본의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
● 14개 초석투자자를 따라가 보니
장보룽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투자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보룽은 홍콩 상장에서 14개 Cornerstone Investor, 즉 초석투자자를 유치했다. 이들은 약 1억5100만 달러, 약 11억8500만 홍콩달러를 인수했다. 선전 첸하이관리국은 이들 투자자의 다수가 장보룽 산업사슬의 상·하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명단에는 전음(Transsion) 계열의 전음국제, 레노버, 란쓰커지(Lens Technology)의 홍콩법인, TCL 계열 투자기구, 베이징쥔정의 홍콩법인, 치차이훙, 중신증권자산관리 홍콩 등이 포함됐다. 전음국제는 25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장 큰 단일 초석투자자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이들은 단순히 수익률만을 보고 들어오는 익명의 해외 금융자본으로 보기 어렵다. 전음·레노버·TCL 계열·란쓰커지·베이징쥔정 등 상당수가 중국의 전자·반도체·IT 산업생태계와 직접 연결돼 있다. 즉 홍콩이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루어진 자금조달이라고 해서 그 자본의 실질적 성격까지 모두 ‘국제자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상장 장소의 국제성과 자본 출처의 국제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
● ‘International Offering’이라고 모두 외국 돈은 아니다
홍콩 IPO 자료에는 ‘International Offering’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국제배정이다. 하지만 국제배정 물량이 높다고 해서 미국·유럽·싱가포르·중동 투자자가 같은 비율로 주식을 샀다는 뜻은 아니다. 홍콩에 설립된 중국기업의 자회사나 투자법인, 중국계 역외펀드도 국제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자본의 유입을 확인하려면 ‘International Offering’이라는 명칭보다 최종 투자자의 성격을 추적해야 한다. 중국 국유자본인지, 중국 민간 산업자본인지, 홍콩 금융기관인지, 싱가포르·중동의 국부펀드인지, 미국·유럽의 기관투자가인지 구분해야 한다.
장보룽 사례는 바로 이 문제를 보여준다. 홍콩이라는 국제시장에 상장했지만 확인 가능한 초석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산업생태계와 연결돼 있다. 그렇다고 국제자본과의 연결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국제 투자은행이 중국 기술기업의 홍콩 자금조달에 계속 참여하고 있고 국제기관투자가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구조 역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홍콩으로 내려오는 본토의 돈
여기에 Stock Connect가 있다. Stock Connect는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를 연결해 일정 요건 아래 투자자가 상대 시장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으로 들어가는 거래를 Northbound, 중국 본토에서 홍콩 주식으로 내려오는 거래를 Southbound라고 부른다. 최근 홍콩시장을 분석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은 Southbound다. HKEX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Southbound Stock Connect의 일평균 거래액은 1225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고, 같은 기간 홍콩 현물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액의 22%를 차지했다.
본토자본의 영향력이 주변적인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숫자다. 따라서 홍콩시장의 거래 증가를 곧바로 ‘해외자본의 중국 귀환’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홍콩으로 들어오는 돈 가운데 상당한 본토자금의 흐름도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자본은 떠났는가. 반대 방향의 증거도 있다. 미·중 기술경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계 금융기관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 AI·반도체 기업의 자금조달에 계속 관여하고 있다. 홍콩 금융시장에서도 해외 금융기관과 국제 투자자가 중국 기술기업에 접근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국제자본이 중국으로 돌아왔다’ 또는 ‘홍콩이 중국 본토자본의 시장으로 변했다’ 가운데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는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국제자본의 재연결인가, 본토자본의 홍콩 확장인가
이 지점에서 이번 기사의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국제자본이 홍콩을 통해 중국 기술기업과 다시 연결되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 본토자본이 홍콩으로 확장되는 것인가. 현재까지 확인되는 증거는 어느 한쪽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장보룽의 초석투자자 구성에서는 중국 산업자본과 중국계 금융자본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Stock Connect에서는 본토자본의 Southbound 거래가 홍콩시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제투자은행과 해외 기관투자가가 접근할 수 있는 홍콩의 시장구조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홍콩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국제자본의 단순한 귀환’보다는 본토자본과 국제자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시장구조의 변화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과거 홍콩은 흔히 세계에서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본 유입의 관문으로 설명됐다. 지금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국제자본이 홍콩을 거쳐 중국기업으로 들어가는 흐름이 겹치고, 다시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통해 해외자산으로 이동하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홍콩은 한 방향의 ‘관문’보다 여러 방향의 자본이 교차하는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 IPO 규모보다 중요한 ‘회사가 받은 돈’
기업이 IPO를 통해 50억 홍콩달러 규모의 주식을 팔았다고 해서 반드시 50억 홍콩달러가 모두 회사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Primary Offering, 기존 주주가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Secondary Offering이라고 한다. Primary Offering을 통해 들어온 돈은 기업의 신규자본이 된다. 반면 Secondary Offering은 기존 주주의 투자회수, 즉 Exit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기술기업의 홍콩 상장을 분석하려면 전체 공모금액뿐 아니라 신주와 구주의 비중,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순조달액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더욱 중요하다. 회사는 그 돈을 어디에 썼는가.
● 장보룽이 받은 돈은 어디로 가는가
장보룽이 제시한 자금사용 계획에 따르면 순조달자금 가운데 약 78.3%를 칩 설계와 고급 메모리 제품 개발을 포함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투입하고, 약 11.7%는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에 사용하며 나머지는 운전자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지점에서 홍콩 자본시장의 의미가 다시 달라진다.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홍콩에서 조달한 자본이 다시 선전의 기술개발과 기업 확장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Use of Proceeds’, 즉 조달자금 사용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연구개발 계획이 기술개발 성공을 의미하지 않고, 공장 건설계획이 생산을 의미하지 않으며, 생산이 곧 판매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다음 단계에서는 실제 자금 집행을 확인해야 한다. 계획에서 투자, 기술, 생산, 고객, 매출, 이익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가 실제로 연결됐는지를 봐야 한다.
● 그래서 ‘두 번째 자금’이 중요하다
기업은 IPO 한 번으로 자본시장과의 관계를 끝내지 않는다. 상장 후 다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른바 Follow-on Fundraising, 후속 자금조달이다. 첫 번째 IPO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게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약속했던 연구개발과 투자를 실제로 집행하고 제품과 고객, 매출을 만든 뒤 다시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한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첫 번째 자금이 미래에 대한 기대라면 두 번째 자금은 일정 부분 그 기대가 실제 사업으로 전환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술기업을 볼 때 공모경쟁률이나 상장 첫날 주가만으로 판단해서는 부족하다. 매출은 늘었는가. 영업이익은 만들어졌는가. 현금흐름은 개선됐는가. 생산능력은 확대됐는가. 해외고객은 늘었는가. 그리고 투자자는 다시 돈을 넣었는가.
● 미·중 ‘디커플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
이러한 자본 이동의 바깥에는 미·중 기술경쟁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 Decoupling, 즉 경제적·기술적 분리다. 그러나 실제 기업과 자본의 움직임은 완전한 단절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첨단 반도체와 AI 등 일부 분야에서는 투자와 기술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다른 경로에서는 기업상장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지원, 투자와 생산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변화를 단순한 ‘연결의 단절’보다 ‘연결경로의 재배치’라는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 서로 다른 제도를 연결하는 홍콩
중국 본토와 홍콩은 경제적으로 밀접하지만 금융과 법률, 통화와 자본시장 제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제도의 차이는 경제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대로 서로 다른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연결하는 시장의 가치가 생길 수도 있다. 홍콩이 국제투자자가 중국기업에 접근하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중국 본토자본이 홍콩과 해외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면, 홍콩의 역할은 단순한 금융 ‘관문’을 넘어선다. 서로 다른 자본시장과 제도를 연결하는 ‘제도적 중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 결국 ‘돈의 국적’과 ‘다음 행선지’를 함께 봐야 한다
최근 홍콩 IPO 확대는 분명한 현상이다. 그러나 상장기업 수와 공모금액만으로 그 의미를 설명할 수는 없다. 장보룽 사례가 보여주듯 국제시장인 홍콩에서 조달된 자금 안에도 중국 산업자본과 중국계 금융자본이 상당 부분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국제 금융기관과 해외투자자 역시 홍콩시장을 통해 중국 기술기업과 계속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홍콩 자본시장을 볼 때는 두 가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돈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그 돈은 다시 어디로 가는가.
투자자의 국적과 성격을 확인하고, 회사가 실제 얼마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돈이 연구개발과 공장, 인수·합병과 해외진출로 들어갔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그 투자가 고객과 매출, 이익과 후속투자로 이어졌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선전의 기술기업은 왜 홍콩으로 가는가. 이 질문은 결국 어느 증권시장에 기업이 상장하는지를 묻는 문제가 아니다. 미·중 기술경쟁으로 기술과 자본의 이동경로가 재편되는 시대에 중국 본토자본과 국제자본이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에서 갈라지며, 어떤 경로를 통해 다시 연결되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홍콩이 국제자본의 중국 귀환을 보여주는 시장인지, 중국 본토자본의 외연이 확대되는 시장인지 지금 단계에서 하나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 확인되는 것은 두 흐름이 한 시장에서 겹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홍콩의 역할을 판단할 가장 중요한 지표는 IPO 숫자만이 아니다. 기업과 투자자, 돈의 국적, 그리고 그 돈의 다음 행선지다.
※ 주요 취재·검증 자료
· 홍콩거래소(HKEX) 및 HKEXnews 상장·Stock Connect 관련 공식자료
· 선전 첸하이관리국 장보룽 A+H 상장 및 초석투자자 관련 공식자료
· 장보룽 홍콩 상장 공시·투자설명서 및 자금사용계획
· 기업·시장 공시자료와 국제통신 보도를 통한 투자자 구성 및 시장 흐름 교차검증
일요주간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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