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화 시인의 작가 초대석 ] 색으로 쓴 시, 시로 그린 빛... 박소영 작가의 붓끝에 맺힌 시어를 읽다

이은화 작가 / 기사승인 : 2025-07-07 11: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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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이은화
대담자: 박소영
▲ 박소영 작가

[편집자 주]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일반대학원 회화과 (서 양화 전공)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예술대학원 문학예술 학과(시 전공)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시 전공) 저서 : 『둥근 것들의 반란』 『사과의 아침』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 2015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하여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대전작가회의, 대전광역시미술협회 초대 작가, 대전국제미술협회, 충원전, 형상전, 형상국제미술 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수상 : 2022년 국제전시 DIAEA Kazakh⇢ Korean<지구에 대한 경의> 공로상, 2014년 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대상(문체부장관상), 제25-28회 대전시미술대전 특선, 제44-45회 구상대전 특선, 제9-11회 형상미술대전 특선, 2016년 충남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그 외 다수 수상.


개인전 : 2024년 꽃 속의 꽃, 展(다온 갤러라, 대전), 2020년 다시 사월(고트빈 갤러리, 대전), 2017년 시간의 흔적(고트빈 갤러리, 대전), 2025 부스개인전 HSAF–형상전 50회 기념 기획전(임립미술관, 공주), 2012~16년 부스개인전 6회(임립미술관, 공주)


단체전 : 2025 HSAF – 형상전50회기념기획전(공주 임립미술관), 2025 장가계 여행 스케치전(임립미술관), 2024 HYEONSAGJEON GROUP EXHBITION International Exching Exhibition(윤갤러리, 대전), 2022-2024년 DIAEA ALMATY JOINT EXHBITION(Almaty Central Museum, Kazakhstan)외 2회, 2023년 갑사 가는 길(이은갤러리, 공주), 2014-2022년 HYEONSAGJEON GROUP EXHBITION 2022(Gallery MCUBE, Nepal)외 다수, 2018-2020년 나래전(갤러리M, 인사동 서울 )외 2회, 2019-2025 미술협회 초대작가전(대전시립미술관), 2014-2019년 HYEONSAGJEON GROUP EXHBITION(립갤러리, 대전), 2018-2025년 충원전(KBS 갤러리, 이공갤러리, 대전) 2018년 Happiness in Small(갤러리 연, 대전), 2016년 韓. 中 交流展(龍家美苑 美術館, 중국), 2015년 韓日現代美術 交流展(청주우민아트센터, 청주), 2014년 뉴욕 COOHAUS ART 초대전(COOHAUS ART, 뉴욕) 외 다수, 2013년-2019년 다수 전시.


작품 소장 : 충남대학교, 대전시교육청, 대전서부교육청, 대전문학관, 예버덩문학관


● 선생님을 작가 초대석에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 안녕하세요. <일요 주간> 7월 작가 초대석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 일요 주간 문화 예술 독자 분들을 지면으로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저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시 전공자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을 하고 미술학과에서는 대학원에서 회화(서양화)석사 졸업을 했습니다. 시와 회화, 이 두 가지 예술은 저의 몸속의 장기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 선생님의 회화에 나타난 색감은 깊고 심미적입니다. 저희 일요 주간 독자 분들께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또한 그 작품이 선생님의 붓끝에서 완성되기까지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 그림 <다시 4월>/ 72.7☓72.7cm/ oil on canvas

 

▼ 저는 회화에서 색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에 주제를 정하고 먼저 색에 대해서 고민을 합니다. 작품의 작업은 캔버스에 색을 입히며 먼저 구도와 구성을 잡습니다. 이어 작품이 완성이 될 때까지 색을 배합하며 붓과 나이프 또는 다른 도구를 사용해 원하는 색을 찾아 칠을 합니다. 제가 작업하는 유화의 장점은 물감이 마른 다음에 덧칠을 해도 되는 것이지요. 물감을 여러 번 칠을 해야 색감이 깊어집니다. 색채의 발현은 작가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이 맑지만 가볍지 않고 짙지만 무겁지 않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은 자연이 주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다시 4월>은 ‘생명’에 대한 아름다운 경이로움과 생과 사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명은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특히나 봄이 도래하면 모든 생명체들이 싹을 틔우고 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 지면서 내일을 향해 살아갑니다. 이러한 생명이 탄생과 죽음으로 생을 마치지만 세상을 유지하게 하는 존재의 가치입니다. 작품에서 보이는 부분적인 색면추상과 중첩된 색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피고 지는 꽃들이고, 동백꽃은 생명체가 명을 다한 것을 표현했습니다. 동백꽃은 꽃잎이 낱 잎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목이 딱 꺾여서 떨어집니다.


명제 <다시 4월>은 봄마다 찾아오는 새생명의 탄생과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4월에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람들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우리 민족의 4월의 역사는 제주 4.3과 세월호의 4.16, 이승만 정권에 항거한 4.19 혁명 때에 목숨을 잃은 생명들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시인에게 일상의 풍경은 시의 출발점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상을 어떻게 ‘관찰’하고, 그것을 어떻게 변형하여 시로 옮기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일상의 풍경은 반복됩니다. 그 반복은 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추구하고 소망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준해서 사유와 접점에 이르는 사물(객관적 상관물)을 차용하여 시적인 요소와 구성에 대입해서 시 쓰기를 하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요소에서 자연이 주는 은혜 속에서 함께하는 계절, 시대, 문화, 경제, 정치 등등은 피할 수 없는 사안으로 시 속에 녹아들게 합니다. 먼저 섬광처럼 눈에 들어오는 사물에서 모티브를 찾아 내 안에 들여놓고 비유와, 상징과 메타포 외에 시적 요소와 시어를 찾아 진술과 이미지로 묘사를 합니다. 여기에 감동, 울림, 성찰을 줄 수 있는 시 쓰기에 고군분투합니다.


아래 시는 큰 것이 작은 것을 품고 이끈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시로서, 작은 것이 큰 것을 품기도 하고 이끌어간다는 메시지를 주는 시입니다. 시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늘을 품고 있는 호수를 한 쌍의 오리가 이끌어가는 것과 봄에 돋아나는 작은 새싹이 지구를 들썩이며 봄을 모시고 온다는 것을 묘사한 시, <호수 경전>을 예로 들어봅니다.

하늘을 품은 호수/ 겁도 없이 건너던 물오리 한 쌍/ 통째로 이리저리 끌고 간다/ 작은 것이 큰 것을 깬 호숫가/ 벗은 나무들이 견디는 모습을 본다/ 머지않아 겨울 데리고 가는 발자국마다/ 어린 촉들이 지구 들어올리고/ 다시 봄을 모시고 올 것이다

-「호수 경전」 전문-


이 시는 전북 진안에 있는 용담호에서 쓴 시입니다. 봄이 오기 바로 전 2월에 방문한 호수에는 하늘과 해와 구름, 주변의 나무들과 산들이 담겨있었어요. 그 호수 위를 물오리 한 쌍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물살이 꼭 호수를 끌고 가는 것 같더군요. 작은 것이 큰 것을 이끌어가는 형상이었지요. 하늘을 품고 있는 호수를 오리가 이끌고, 봄에 돋아나는 작은 새싹이 봄을 모시고 온다.


그 때는 박근혜 정부였지요. 4.16 세월호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으로 차 있었고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인하여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대였습니다. 거대한 정부에 항거하는 국민들의 촛불 집회가 열리던 시기였지요.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새싹이었고 오리였고 호수였습니다. 큰 것이 작은 것을 품고 이끈다는 통념을 깨는 시라고 할 수 있지요.


● 이어 『둥근 것들의 반란』은 기존 시집들에 비해 회화적 이미지가 돋보이는 시편들이 많습니다. ‘둥글다’는 형상에 담은 의미나 주제가 궁금합니다.

▼ 저의 시에서 ‘이미지가 돋보인다.’는 바로 회화(서양화)를 작업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와 회화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중국의 소식(蘇軾)이 말하기를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라고 했지요. 이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음을, 왕유(王維, 자 마힐摩詰)의 시와 그림을 비평한 말입니다.


저는 시 쓰기에서 이미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시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미지로 그려내야 선명해지니까요. 두 가지 예술이 서로 호환되어 저의 작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둥글다’ 는 형상에 담은 의미나 주제는 생명을 잉태한 곡선의 미학에 접근했습니다. 새벽에 내리는 이슬이나 엄마의 뱃속에서 생명을 품고 있는 태(胎)도 둥급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도 둥급니다. 눈물은 사람의 감정이 낳은 생명이고 이슬방울은 새벽이 낳은 생명이며 태에서 태어난 아가도 생명입니다. 아침이 오기 전의 새벽이나 아가를 품고 있는 태도 어둡고, 흐르는 눈물도 어두움 속에서 밝음으로 나오는 생명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작은 둥근 것들의 이미지를 따라서 우주 안에 깃들어 있는 둥근 것들을 그리면서 아래 시를 읽어보세요.

아름다움에 대해 물으니/ 밝음 속에 들어 있는/ 어둠을 알아야 한다 했다/ 눈물은 둥글다/ 밥공기도 둥글고/ 구두코도 둥글다/ 복숭아뼈도 둥글다/ 지구도 둥글다/ 태양도 달도 둥글다/ 바퀴도 둥글다/ 시간도 둥글다/ 아름다움에 대해 물으니/ 눈물 속에 들어있는 어둠을 알아야 한다 했다
-「둥근 것들의 반란」 전문-


● 여러 시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시가 있을까요? 저희 독자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어떤 시가 있는지 부탁드립니다.


달빛 산책

하루의 마지막 의식을 준비하는 주방/ 밀고 들어오는 어둠이 저녁의 문턱에서 주춤거리는데/ 제물로 쓰일 메밀나물 데친다/ 마지막 한 움큼 집어넣으려는 찰나/ 손등으로 튀어 오르는 애기방아깨비/ 순간 소금처럼 돋는 소름/ 가느다란 다리 바르르 떨며 빤히 쳐다보는 큰 눈/ 후둘둘 떨리는 다리 뒷걸음질 쳐 방충망 열고 날려 보낸다/ 작은 날개 파르르 떨다가/ 난다/ 난다/ 대추나무 잎에 앉아 숨고르기 하다가/ 또 난다/ 풀섶까지 날아간다/ 어둑어둑한 그림자 딛고 둥실 떠오르는 달/ 명주필처럼 내리는 달빛아래/ 새끼 장돌뱅이 동이가 딸랑딸랑 나귀방울 울리며 메밀꽃 환한 길 걸어온다/ 메밀밭에서 온 방아깨비 달빛너울 속으로 날아간다


위 시는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나타내는 시입니다. 저녁밥을 준비한다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의식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 때 뜨거운 물에 메밀나물을 데치려는 찰나, 나물 속에서 나온 애기방아깨비를 발견합니다. 방아깨비를 살리기 위해 창밖으로 날려 보내다가 환한 달빛에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동이가 떠올랐지요. 환한 달빛 아래 메밀꽃밭 사이로 걸어오는 동이의 모습과 달빛 속으로 날아가는 애기방아깨비가 등가를 이루었어요. 바로 생명의 고귀함을 나타낸 시지요.


● 올해 출판 계획이나 미술 전시회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출판 계획은 산문집을 내려고 합니다. 산문집은 초고를 완성했고 퇴고와 편집을 하려고 합니다.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지요. 전시회는 지난 5월에 이미 부스개인전(임립미술관, 공주) 과 장가계 여행 후에 장가계 풍경 단체전(임립미술관, 공주)을 마쳤습니다. 앞으로는 대전광역시미술협회 초대작가전과, 태국 발리에서 있을 대전국제교류전, 형상전, 형상국제교류전 등의 단체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 끝으로 선생님의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시를 사랑하는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가 가진 매력은 함축된 글의 구성 안에서 시의 언어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게 합니다. 시는 예술의 한 장르이고 인류의 역사와 동반하면서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위로를 줍니다. 어떤 장르의 예술이라도 작품에 녹아있는 메시지는 흐트러진 우리들의 정신과 정서를 바로잡아 일깨워주며 아름다운 세상을 지향하게 하는 것이지요.

 

 

▲ 이은화 시인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일요주간 문화예술 전문 주필위원.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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