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급증세 ‘고독과 질병, 가난’ 극단적 선택
양질 취업과 안정적 일자리 유관기관 총력 태세를
▲ 홍경석 칼럼니스트 |
‘방울토마토’는 2008년에 개봉된 영화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 내 곁에 이 아이가 있습니다.”라는 스틸(still)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칠순이 다 되어가는 박구(신구)는 하루하루 폐휴지를 모으며 살고 있다. 부모 없이 자신만 의지하는 그의 어린 손녀 다성(김향기)과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손녀를 위해 돈을 모은다.
출감하였다며 갑작스럽게 나타난 박구의 아들이자 다성의 아버지인 춘삼(김영호)은 자신의 아버지와 딸이 잠이 든 사이 돈을 몽땅 훔쳐 달아난다. 이것도 다 내 팔자라며 박구는 더 힘겨운 생활을 한다. 설상가상 유일한 생계 활동 수단이던 손수레마저 부서진다. 신축 아파트를 둘러싸고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려는 철거반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주민들의 육박전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더 막막해진 박구는 부서진 리어카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개발업자 갑수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하지만 갑수의 가족은 부자답게 해외로 여행을 갔다. 집에 남겨져 있는 것은 갑수 내외가 아끼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개 한 마리와 관리인 동훈뿐이다.
그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간 박구와 다성은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호화로운 음식과 별천지 같은 목욕까지 하며 희희낙락한다. 한편 동훈은 평소 자신을 업신여기는 갑수에 대한 복수의 수단을 마련한다. 갑수가 애지중지 아끼는 개를 서서히 죽일 생각에 개밥으로 주고 있는 푸짐한 소갈비에 농약을 타기 시작한다.
이를 알 리 없는 박구는 고기를 좋아하는 다성에게 농약 갈비를 몰래 훔쳐 먹이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결국 농약이 섞인 갈비를 자주 먹은 다성은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다소 눈에 거슬렸다. 그렇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쪽에 방점이 더 찍히는 영화였다.
● 사회적 소외감 ‘우울증’도 한몫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방울토마토’ 박구처럼 폐휴지를 모아 어렵사리 입에 풀칠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 한국은 지금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국가다. 노인 빈곤율도 이미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기 단계에까지 진입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노인 빈곤에 대한 대책은 차라리 없는 듯 보여 유감이다. 노인 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한 이유는 잇단 최저임금 인상 여파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근로소득이 대폭 감소했다. 이 여파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까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은퇴 후 빈곤 문제와 사회적 소외감으로 인한 우울증이 주원인이다. 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훨씬 작은, 방울 모양의 토마토다. ‘방울토마토’가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것은, 다성과 박구라는 두 인물을 묘사한다.
무너진 집터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언덕은 언제 파괴될지 모른다. 그 나약한 곳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방울토마토처럼 매우 연약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 빈곤 문제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해법의 돋보기를 더 가까이 들이대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오늘날 경제 부흥은 이들 노인과 어르신들이 피땀 흘려 일군 결과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면서 오로지 가족과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경제적 풍요라는 달콤한 과실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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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웃의 따스함과 정부와 지자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다. |
● 해법! 무조건 ‘일자리’ 창출
반면 대다수 노인은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 ‘방울토마토’와 같은 팩트가 비일비재로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이웃의 할머니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폐휴지를 수집하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물을 마시며 그 根源(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즉, 근원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이를 우리나라의 노인들에 견주면 음풍사원(飮豊思源)이 된다. 예컨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는 노인과 어르신들께서 노력해주신 덕분의 선과(善果)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노인 일자리센터마다 구직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취업은 언감생심이며 그나마 어렵사리 구한 일자리는 기껏 단기 알바에 그치고 있다. 노인이 가장 비참한 것은 빈곤이다. 여기에 병까지 들면 속수무책이다.
물론 자녀가 효자이며 생활이 윤택한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독거노인 증가는 이런 주장의 반증이다. 대다수의 독거노인이 자녀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녀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홀로 지내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끼니부터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이 쇠약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등의 고된 일을 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고된 일을 하는 노인들이 질병에 안 걸리는 것이 되레 이상한 것이다.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독거노인은 덩달아 고독사(孤獨死)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자포자기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 자살은 생활고와 질병 때문에 지친 이유도 있겠지만, 외로움에 따른 우울증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자녀들의 효도를 받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보내야 할 나이에 홀로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상실감이 클 것이다.
거기다 말동무할 이웃까지 없다면 여린 노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한 노인 대부분이 유서에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다’는 내용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외로운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웃의 따스함과 정부와 지자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다. 안정적 노인 일자리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일요주간 = 홍경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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