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매달 5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원
2차, 집수리 등 생활환경을 개선 주력
3차, 상담 통해 홀로서기 가능케 해줘
다른 후원단체와 달리 ‘자립할 때까지 도와줘’ 1차, 매달 5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원 2차, 집수리 등 생활환경을 개선 주력 3차, 상담 통해 홀로서기 가능케 해줘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결손가장, 독고노인, 장애인, 희귀병을 앓는 사람 등 사회의 음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복지 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한국사랑밭회’(이하 사랑밭)의 노용삼 상임이사는 “너무 인색하고 자기중심적이면 인생을 사는 재미가 없다”며 “따뜻한 마음이야 말로 이러한 소외계층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일요주간>은 지난 1일 자신을 사랑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라고 소개한 노용삼 상임 이사를 만나 그가 일구어 나가는 ‘사랑밭’은 어떤 곳이고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일요주간= 이광명 기자]
- 사랑밭의 출범 배경과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7년 11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권태일씨가 충무로 육교위에서 두 남매를 데리고 구걸하던 여인과 마주쳤다. 간질을 앓던 그 여인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중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그녀가 나은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내쫓긴 상태였다.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정을 지녔던 그는 기구한 운명의 그 여인을 물심양면으로 돕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사랑밭회’의 설립자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갈 곳 없는 무의탁 노인, 장애인, 노숙자들이 모여들었다. 자신의 월급만으로 그들을 돕기 힘들어지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쌀을 모아 돕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89년 7월에는 재활용합판으로 만든 ‘즐거운 집’을 세워 50여 명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1997년 11월, 제도권에 들어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가 직접 이사로 취임해 ‘사단법인 사랑밭회’를 설립하게 됐다. 현재 ‘사랑밭회’는 시민들의 참여와 지원을 통해, 제도상의 문제로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자립의지를 심어주고 새로운 삶을 찾아 주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 사랑밭의 운영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 현재 사랑밭회는 6개의 법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립자는 한 명이지만 함께하는 사랑밭, 사랑밭 새벽편지, 월드쉐어, 인천법인 한국사랑밭회, 강원도법인 실버홈, 부평 및 동양동의 즐거운 집 등 기관별로 따로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각기 시설사업, 구호사업, 해외사업, 문화사업, 공익사업을 맡아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인천법인 한국사랑밭회의 해피홈’은 가정해체로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그 아이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랑밭 새벽편지’의 경우 사랑밭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휴머니즘 편지로 현재 2백만 명이 읽고 있다. 그 외에도 각처의 소외된 이웃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과 더불어 제 3세계 국가를 돕는 등의 활동을 한다.

- 다른 사회복지 단체와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 다른 후원단체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라고 한다면 ‘자립할 때까지 도와준다’는 것이다. 후원을 요청한 사람에게 단순히 후원금이나 물품 등을 제공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와 정신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1차로 매달 5만원에서 50만원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2차로 집수리 등 생활환경을 개선시켜 주며, 3차로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는 등 지속적으로 완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는 자립할 충분한 여건이 만들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원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일 년에 한 번씩 탐방팀을 보내 자립도를 확인한다.
검토결과 자립할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자립을 권고하고 점차 후원을 줄여 나간다. 후원을 받아 잘 된 사람들 중에는 계속 후원을 받기 위해 위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검토하고, 현재 받고 있는 지원금 액수와 재산 상황 등을 살펴서 평가를 실시한다. 이렇게 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활 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를 잘 몰라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부 보조금 등을 받도록 연결시켜 주는 일도 하고 있고, 시설 입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기도 한다.
- 사랑밭을 통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규모와 대상은 어떻게 되나?
▲ 매달 3500명 정도다. 시설에 입소된 사람들 및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지원받는 사람들을 합하면 그 정도가 된다. 결식아동, 장애인, 희귀 난치병 환자, 독고 노인, 조손가정, 미혼모 가정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중 생활 형편이 어려워 모국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친정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부나 어느 단체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로 돕고 있는데 직접 요청이 들어오거나 사람들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다.
길거리 홍보를 통해 도움 받을 사람들을 모집하고, 사람들에게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혹은 직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또한 사랑밭 홈페이지의 수혜자 신청란에 요청을 하면 수시로 확인해서 연락을 한다. 그렇게 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단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이 모두 도와주었다. 내가 이곳에 이사로 부임한지 16년이 됐는데 그간에 단 한번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사람들을 거절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직원들이 어려울 때는 인색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인색하지 않다.

- 후원자의 참여 방법은.
▲ 후원자 모집은 방송 및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하고 있다. 사랑밭 홈페이지에 올린 사연이나 홍보 동영상 등을 보고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역사나 공원에서 사진 등을 걸어 놓고 직접 서명 캠페인 등을 벌이기도 한다. 직접 사랑밭으로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통해서도 후원에 동참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이메일을 발송한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 방울 물이 모여 강물이 된다’는 문구를 차에 붙이고 홍보를 하고 다녔다. 하루는 누군가 막 손을 흔들면서 달려왔다. 차를 세우니 장애자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와 만원을 주고 가더라.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한달에 몇 천 몇 억을 버는 사람들도 1000원을 내라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것은 가진 돈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예전에는 텔레마케팅도 했었다. ‘버려진 아기들에게 우유 먹이기’ 캠페인을 벌인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달에 3만원이면 한 아이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다고 홍보를 하던 중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한달에 3만원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금액이 커 금방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전화가 와서 “내가 3만원으로 한 사람을 도우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섯 사람을 하면 얼마나 기분이 더 좋겠느냐”며 15만원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은 것 같아 3명을 후원하도록 했다. 그 아주머니는 일반 가정 주부였고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돈이 많다고 후원하고 돈이 없다고 후원을 못하는 게 아니다.
한번은 예비군 훈령장에 갔다. 250명 씩 4팀이 있는데 사실 불법이지만 무작정 들어가서 "막가파가 왜 생긴지 아느냐"고 막무가내로 소리쳤다. 그 책임이 나와 당신들에게 있다며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아서 생기는 사람들이다. 부모가 없는 고아들을 막가파로 만들지 않으려면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이 30만원짜리 워크맨을 주면서 그 아이들에게 갖다 주라고 했다. 반지를 빼서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은 감동을 받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남을 도우려면 마음이 먼저 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기적으로 후원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얼마 정도되나?
▲ 고정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인원은 20만 명 정도로 월 11억 정도가 모인다. 자동이체를 통해 천원부터 시작해서 평균 5-6천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는다. 후원금액이 크면 그 일이 자기의 덕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개미군단이 모여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믿는다.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 해외 활동 상황은 어떤가?
▲ 해외 봉사는 ‘월드쉐어’에서 맡아 하고 있다. 제 3세계 및 아프리카 지역처럼 기근에 허덕이는 나라를 돕는다. 주로 하는 것은 아동사업으로 ‘그룹홈’이라는 가족대안형 보육시설에 7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여 선생님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17개국에서 진행 중이며 금년에 50개국으로 늘려갈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나라에 비해 화폐가치가 높기 때문에 원조를 하기가 쉽다. 한달에 40-50만원이면 한 그룹홈의 아이들에게 한 달 동안 의식주를 제공하고 공부까지 시킬 수가 있다. 한편 ‘LA다운타운 홈리스센터’에서는 매일 200명에게 급식과 취업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
▲ 김정아(가명)씨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가 됐는데, 출근길에 전 회사 운영자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했다. 오른쪽 얼굴을 덮친 황산에 목, 어깨, 등, 가슴까지 녹아 내렸고, 황산을 막으려던 팔까지 심한 상처가 생겼다. 김정아 씨의 가정은 오빠가 버는 수입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는 24시간 정아 씨를 돌봐야 하고,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간헐적으로 살수차를 운전하며 부채를 상환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치료에 들어간 병원비는 총 1980만원이며 앞으로도 상당한 치료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09년 8월 3일부터 10월 2일까지 모금을 해 3000만원 정도를 모았다. 얼마 전 이곳까지 찾아와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26살의 한창 아름다울 나이에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이제는 혼자 이겨내겠다며 씩씩해진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 국내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우 생활수급자들은 돈 10원이 없어도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다 해결된다. 또한 노인들에게는 노인 수당이 8만원 정도씩 나온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구분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지 않다는 점이다. 생활수급자가 아닌 사람 중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시설에 들어올 경우 시설비의 20%를 내야하고, 밥값도 28만원을 내야한다. 대략 그 비용이 한달에 50만원 정도인데 생활수급자는 돈이 전혀 안 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큰 돈이다. 정부에서 평가를 해서 가난한 사람은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만 받고, 좀더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100만원을 받는 등 차별을 해야 한다.
강원도 정선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딸이 침해인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농사일도 바쁜데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벽에 배변을 바르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시설로 모셔왔지만 한달에 38만원이 없어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침해 노인은 반드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 병에 걸리면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고 대소변을 못 가리기 때문에 이런 시설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못 들어가는 실정이기 때문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
- ‘사랑밭’의 앞으로의 계획은.
▲ 현재 ‘사랑밭’의 가장 큰 비전은 향후 50년 안에 ‘국민마을’을 건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설들은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친인척과도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하고 대부분 외롭게 생활하고 있다. 사랑의 국민마을은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없는 소외된 이들에게 자립의지와 삶의 희망을 심어 주어 더불어 살아가는 밝은 세상을 만들고자 계획된 통합 라이프 시스템의 복지도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 고아, 장애인, 행려자들을 위해 도시 안에 주택, 근무지, 병원 등 모든 생활시설을 갖춰 놓아 그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이웃을 만나 함께 어울려 살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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