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 “민족 대통합, 삼국시대에 답이 있다”

강지혜 / 기사승인 : 2013-05-20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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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 드라마 '대왕의 꿈' 잇는 '삼국비사' 신간 출간

KBS 대하 드라마 '대왕의 꿈' 잇는 '삼국비사' 신간 출간

[일요주간=강지혜 기자] ‘허균, 서른셋의 반란’, ‘묘청’, ‘여제 정희왕후’ 등 역사소설을 주로 써오던 작가 황천우(54)가 민족 통일을 주제로 신간 ‘삼국비사’를 발간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신라의 김유신, 백제의 의자왕이 민족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은 흡사 북한과 호남, 영남으로 나뉜 지금과 비슷한 점이 눈길이 끈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작가는 현재의 민족 분열 문제를 과거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빗대어 현 시대의 지도층과 국민이 깨달아야 할 문제들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시대를 아우르는 교훈과 감동, 재미를 주고 있다.


<일요주간>은 황 작가를 만나 ‘삼국비사’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은.

-2009년 초에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대화를 나누던 중 민족의 고질, 분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삼국시대에 당나라,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뉜 것처럼 지금은 중국, 북한, 호남, 영남으로 나뉘어 있다.
당시 삼국통일이 되면서 고구려 영토는 거의 대부분을 잃었다. 지금도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 자체가 날아가는 수가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요한 자리에 올라서게 되면 민족 통일 문제를 현명하게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면서 ‘삼국비사’라는 작품을 쓰기 시작해 햇수로 3년 걸려 완성했다.

▲ 그렇다면 과거 삼국시대와 비교해 지금 우리시대의 분열이 어떻게 심각한가.

-정치 구도가 우리 민족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13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자필승론’을 내세우면서 지역감정이 일어났다. 김영삼과 노태우가 영남표를, 김종필이 충청표를, 김대중이 호남표를 독식하면 자신이 당선된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정치판에 지역이기주의까지 합세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 안철수 의원처럼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대선에서 마타도어니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도 여당이나 야당의 정책이 비슷해 싸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보선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상논쟁을 불러일으켰다. 6대 대통령 선거 때도 김대중과 윤길중이 호남이 푸대접을 받는다며 경제개발을 빌미로 지역감정을 조장했다. 결국 경상도 쪽의 역풍을 맞지 않았는가. 불안한 정치판에 지역주의까지 가세한 것이다. 우리는 지역주의를 떠나 북한까지도 우리가 통일해야한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끊임없이 북한을 흡수하려고 한다. 이러한 현실로 비춰볼 때 삼국시대와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그런 경각심 차원에서 분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 ‘삼국비사’는 삼국시대의 어떤 인물과 시점을 기준으로 어떻게 그려졌는지.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신라 김유신, 백제 의자왕이 등장한다. 삼국 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기 시작한 641년부터 평양성이 함락당하는 시점까지 그려진다. 연개소문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영토 통일부터 이루면 자연스레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유신은 민족 통일이 먼저이며 영토는 차후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결국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려 통일을 이루게 된다. 과연 어떤 방식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연개소문과 김유신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김유신이 당나라 군사들의 보급품을 지급해주기 위해 평양을 가는데 추운 날씨에 고립되게 되된다. 이때 연개소문과 만나 통일에 대한 차이를 얘기하게 된다.

▲ 연개소문이 삼국 통일을 이뤘다면 역사가 어떻게 전개됐을 것으로 보나.

-연개소문이 후일 고구려 땅을 당나라에게 빼앗기더라도 그가 삼국통일을 이뤘다면 중국과의 역사가 새롭게 세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개소문의 운과 당나라 태종과 고종의 운이 같이 승하다 보니 결국 삼국통일은 신라가 이루게 됐다. 소설에서는 연개소문의 최후를 당나라 여행을 떠나 죽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연개소문은 동행한 사람에게 자신의 시체를 태워 당나라 수도 장안에 뿌리게 하라고 한다. 참으로 아쉽다. 연개소문의 운이 좀 더 승했으면 역사가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대왕의 꿈’이란 작품과 ‘삼국비사’가 설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삼국통일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같지만 드라마에서는 역사상 해석에서 많은 오류와 잘못된 부분이 나타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먼저 태종 무열왕 김춘추를 지칭해 삼국통일을 일구어낸 대왕이라는 수식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물론 김춘추나 김유신의 경우 우리 민족의 시원을 알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박마령간을 스승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마령간은 우리 민족의 시원을 밝힌 징심록의 저자 박제상의 후손으로 두 사람은 그를 통해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 민족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두 사람은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김춘추와 통일을 연계시킴은 어폐가 있다.

▲ 그렇다면 김춘추는 어떤 인물인가.

-그를 살피기 위해서는 김춘추 생전에 나당 연합군에게 항복한 백제와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642년 백제의 의자왕은 신라를 향해 양동작전을 감행한다. 자신과 성충은 미후성(경남 거창 지역)을 기반으로 신라를 공략해 신라의 주력군의 발길을 잡으며 윤충 장군에게 정예병 1만 명을 주어 대야성(경남 합천)을 공격하게 했다. 대야성은 신라로 볼 때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었고 백제의 주 공격 목표는 바로 대야성이었다. 아울러 신라 주력군의 지원이 차단되자 윤충 장군이 이끄는 백제군은 손쉽게 대야성을 접수한다. 김춘추의 사위인 김품석(고타소의 남편)이 대야성 성주로 부임하자마자 부하 검일의 아내를 빼앗았다. 아내를 빼앗긴 검일은 앙심을 품고 백제가 공격하려는 시점에 창고를 불태우고 백제에 투항한다. 식량이 불에 타고 지원군이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한 품석은 전투 한번 시도하지 않고 맥없이 백제군에게 항복을 청했다. 그 과정에서 비굴하게 항복한 품석과 그의 가족은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그 일로 반쯤 넋이 나간 김춘추는 무모하게 고구려로 원병을 청하러 가게 되고, 국가 간 외교의 기본도 몰랐던 그는 봉변만 당하고 간신히 돌아온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열왕 재위 시인 655년 발생한 양산(충북 영동)에서의 전투다. 그 전투에서 김춘추는 또 다른 사위인 김흠운(요석 공주의 남편)을 백제군에게 잃는다. 후일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와 재혼하지만 여하튼 김춘추에게 백제는 철천지원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김춘추는 통일이 아닌 자신 개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외세인 당나라를 끌어들인다. 그 과정에서는 제대로 외교력을 발휘한다. 당나라가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할 때 신라가 호응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결국 신라와 당나라군에 의해 백제의 의자왕이 항복하는데 이후의 문제다. 바로 이듬해인 661년에 무열왕이 사망하는 데 당시 백제에서 신라의 지배력은 거의 미치지 못했다. 사비성은 당나라에 그리고 여타의 지역은 신라가 아닌 백제 세력에 놓여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김춘추를 가리켜 통일 왕, 그것도 대왕이라니. 심히 우려스럽다.

▲ ‘허균, 서른셋의 반란’, ‘묘청’, ‘여제 정희왕후’부터 이번 소설까지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이유가 있는가.

-역사라는 게 그렇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인과관계가 있다. 역사소설에서는 그 큰 흐름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살려주면서 끊어지거나 없는 부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역사에는 미래가 있다. 때문에 역사를 알면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역사라는 게 돌고 도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미와 교훈을 주는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어 역사소설을 주로 집필한다. 요즘 역사 교육에 소홀하고 사극은 정사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역사에 대한 이해와 바탕 없이 허구로만 이뤄진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답답하다.

▲ ‘소년 박정희’라는 작품을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인데.

-박정희 대통령을 제대로 진단해 보자. 쿠데타로 불리든 혁명으로 불리든 여러 가지 공과 과오가 있는 사람이다.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만주에서 독립군을 때려잡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 그때가 1940년대인데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다. 이미 1920년대 모두 상해로 이동했고 만주에는 개장수 밖에 없었다. 10월 유신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10월 유신이 있기 전 닉슨 독트린으로 국제 정세는 엉망으로 급변했다. 그 상황에서 북한 김일성과 박 대통령은 자력으로 통일 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수도 이전 문제가 나왔었고 휴전선과 평양거리를 고려해 대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그 사실을 먼저 알고 일본으로 넘어가 망명정부를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이 있다. 북한에서도 혼란스럽고 헷갈린 것이고 결국 그렇게 통일은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의 죽음 이후 많이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실제 정치권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이력이 눈길을 끄는데.

-1987년 말 공화당 공채 12기로 뽑힌 이후 14년 동안 정치권에서 활동했다. 신민주공화국 공채로 들어가 2001년까지 정당사무처 직원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정치판에 염증을 느껴 그만두고 당시 서울 산업대 문창과에 지원했다. 경쟁률만 8:1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했다. 정치판도 있어봤고 그밖에 다양한 이력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작가가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 문학계에서는 ‘별종’,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등단 제도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친구 얘긴데 심사위원과 시어가 몇 개 똑같았다. 결국 심사위원이 자기 작품이 좋으니 당선시킨 것 아니냐. 객관성이 없다. 나는 영문학과 국문학을 모두 전공했다. 국내 문학은 문체도 수려하고 읽을 땐 재밌고 편하지만 막상 덮으면 뭘 읽었단 싶을 정도로 껍데기뿐인 문학이 많다. 문학인들이 스스로 발등을 찍고 있다. 문학이 인문학 최고의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어느 정도 도를 깨우친 사람이 접해야 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 존경하는 작가가 있다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종군 기자로 활동했다. 전쟁터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휴머니즘을 발견했다. 때문에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휴머니즘이 있다. 문학의 본질을 그에게 찾고 싶다.

▲ 앞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언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글 글자는 세종이 만들었지만 그 부호는 징심록이라는 책자에서 나온 것을 차용한 것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배경과 수양대군과 얽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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