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홍 칼럼> 대통령은 참담했어도 국민은 위대했다

소정현 / 기사승인 : 2016-12-01 10: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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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서지홍.

[일요주간=소정현 기자] 선량한 국민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전문시위꾼이 아니었다. 일부 보수가 말하는 종북 세력도 아니었다. 70대 노인을 비롯하여 아버지와 아들, 30대 젊은 엄마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손에는 ‘박근혜 퇴진’의 피켓을 들었다. 다섯 차례 거리에 모인 국민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말 위대한 국민들이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경찰도 위대했다. 서로 물리적인 충돌을 자제하고 시민의 안전한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모습에서 경찰 역시 많이 달라졌으며, 더구나 초겨울 추위에 떨면서 질서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집회시민들에게 편의를 살펴준 의경들, 그대들 역시 위대했다. 그대들은 우리의 아들과 딸 들이었다. 그대들도 고마웠다.

시위 마지막 장소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학생들, 그대들도 위대하고 아름다웠다.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나라를 걱정하고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제 청와대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또 정치권도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시민의 촛불의 힘으로 일구어 놓은 밭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여 거져 먹으려는 야당들도 이번 계기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말고 모두가 국민을 바라는 방향으로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역사는 이날의 시민 함성을 잊지 않을 것이다. 평화적인 시위, 국민 스스로 참여한 시위, 남녀노소가 없는 온 국민의 시위는 우리 모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불의를 보고 일어서는 참된 국민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안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국민들도 마음은 하나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시위에 생전 처음 참석했다는 노인, 열렬히 박근혜를 지지하고 사랑했다는 주부들, 아직 정치에 참여하기에는 이른 중. 고등학생,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온 대학생,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 이 모두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힘을 모아 나라가 안정되기를 기원하는 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지난 대통령 선거 전에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칼럼을 어느 일간지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칼럼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주장했다. 그러나 콘텐츠 없는, 즉 정치상황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는 독선에 빠져 있는 듯 했다. 그때부터 박 대통령은 독선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대구 보궐선거 당선 후 별다른 노력 없이 4선 의원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별다른 노력 없이 4선의 의원을 차지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특히 대구·경북을 사랑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당선될 수 있는 대구 달성에서 별다른 선거운동도 하지 않고 당선된 것이 오히려 대구·경북을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대구·경북 주민들이 그렇게 원했던 밀양신공항 유치를 1차 백지화로 만들었다.

또 지난 해, 부산 가덕도와 대구를 비롯해 5개 광역단체가 한 목소리로 외쳤던 밀양신공항을 숨도 안 쉬고 부산 김해로 결정을 내리는 막무가내 식의 결정에도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밀양신공항에 대해 대통령 후보 시절 “국민과의 약속이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먼 미래를 보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뒷북만 쳤었다.

박 대통령은 오늘에 있기까지 험한 일을 해보지 않았고, 찬물에 손 한 번 담그지 않은 공주 같은 삶을 살았다. 공주는 공주로서 만족해야지, 공주가 제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 칼럼을 쓰고 난 후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았고, 대구 사람이 어찌 그런 글을 썼냐고 욕을 먹었다. 아마도 그때 필자는 오늘을 예견했을지 모른다.

다섯 차례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것을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비선 실세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등 국가기밀을 사전에 '첨삭지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국민 사이에 터져 나오는 한탄이다.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들의 부정비리는 역대 정권에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엽기적인 사건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21세기 민주 사회는커녕 봉건시대만도 못한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했다. 박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부끄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식


비선실세 최 씨는 극비 외교문서, 인사 파일까지 손에 넣고 주물렀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펄펄 뛰었던 박 대통령이 이런 엄중한 사태 앞에서는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식이니 어이가 없다. 박 대통령의 사과 성명으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이 어디에 있는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나라를 이런 참담한 지경에 빠뜨린 당사자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박 대통령의 의식 속에는 공과 사의 구분 자체가 애당초 없었다. 국가기밀 관리의 중요성도, 정보유출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러니 이런 사태에 대한 죄의식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공직자의 기본자세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이 국가운영의 최고수반을 맡고 있는 곳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번 사태로 박 대통령은 사실상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아무런 공직도 없는 일반인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국정을 시시콜콜 간섭해온 나라, 측근 문고리 권력들까지 가세한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일상화한 현실에서도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따위의 엉뚱한 말만 되풀이 해온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국민을 상대로 국가안보니 창조경제를 말할 수 있는가. 대통령은 이번 주 대국민 담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언론은 말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쯤해서 5천만 국민을 고생시키지 말고 퇴진하겠다고 담화를 발표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탄핵이니, 국정감사니, 특검이니 하기 전에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답이다.


2014년‘통일대박’표현 정부 유관부처와 협의되지 않아


부끄럽다’, ‘참담하다’, 다섯 번째 온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국민의 촛불은 앞으로 여러 각도로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길을 열어갈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락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쥐고 대통령을 흔들며 호가호위 했으며, 최순실의 비정상과 일탈, 부정축재와 비리에 휘둘려 국정이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나아가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 비선실세에 의해 운영되어 온 국정과 그 결과들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에 있다. 2014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제시한 ‘통일대박’이란 표현도 정부 유관부처에서 제안하거나 협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또 지난 7월에는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 야당, 다수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대응의 최 일선을 책임진 외교장관까지 강력한 반대의견을 피력했음에도 사드배치 방침을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갑작스런’ 위안부합의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나라는 만신창이가 됐고, 어느 한 여인과 같이 운영한 대한민국은 침몰직전의 경제파탄까지 몰고 왔다. 글로벌을 외치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부끄럽고 추한 대한민국으로 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용히 하야를 하고 흐트러진 나라의 기강을 다시 제자리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칼럼제공 : 서지홍 칼럼니스트
* 정리 :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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